피곤한 만능인, 교사

교사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by 클로이

나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여 '국어 교사'로 진로를 수정했다. 그리고, 국어교육과에 합격했지만 가지 않았다. 그때는, 갑자기 교사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학교 수준을 보고 더 좋은 학교의 '제2외국어학과'로 가버렸다.

그 선택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인생의 큰 결정은 직관으로 그냥 결정해버리고 일단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과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하자, 라는 스타일이다. 뜬구름을 잡거나 허황된 이상으로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 있을 팔자인지, 이번에는 영어 교사가 되어버렸다.

영어 교사가 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눈앞에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 운명이 나를 영어의 길로 이끌었을 뿐이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 보니 '교사'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직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학생을 다루는 기술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고, 학생에 대한 애정이 오히려 교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상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가끔은 학생들과의 소통이나 교육보다는 학교 업무가 훨씬 많아서 교사가 아니라 행정직원 같을 때도 있다.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소통 능력'과 '멀티 태스킹', 그리고 '적당히 신경을 끄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교사라는 직업에 큰 환상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직업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어교사가 되고 싶은 것도 문학을 사랑해서이지, 특별히 교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음, 사범대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교사는 솔직히 말하면 매우 피곤한, 감정 소모가 큰 직업이다. 위로는 30살 차이까지 나는 어른들과 일하면서, 밑으로는 어린 10대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며,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연령이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시시각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사회성이 높은 것이 유리하고 사람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융통성과 소통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오히려 선생님들의 특성상, 사회성이 떨어지고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매우 아이러니하다. (크게 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멈춰버리고 아이들과의 소통이 매우 힘들어진다, 철밥통이기 때문에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기도 힘들다, 무엇보다도 성향이 원래부터 고지식한 사람들이 많고 이런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세상물정에 어둡기 쉬운 직업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오히려 교사가 되어서 사회성을 계발하고, 거기에 맞게 '교사다운'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다들 단호하고, 규칙을 잘 지킨다는 특성이 있다.


아이들에게 엄격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만만하게 보이지 않아야 하고, 담임교사라면 때로는 친구같이 접근성을 높여서 친근해야 하며, 수업도 잘해야 하고(아이들이 욕을 한다), 동료 교사들 간의 소통과 업무도 신경 써야 하며, 승진을 생각한다면 관리자들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학부모와의 소통도 요구된다. 여러모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에 환상이 있던 사람이라면,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과 괴로움이 처음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클 것이라고 예측된다. 아이들은 천사가 아니다. 선생님이 만만하면, 무시하고 만만하지 않으면 조금 말을 듣다가 다시 뒤통수를 치는 변화무쌍한 존재이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다행히 내가 지금 있는 학교는 여학교라 무난하지만, 실업계 남자학교 같은 경우는 거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무서운 선생님은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고충을 겪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 보통은, 순진하고 마음이 여리면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여자 선생님들이 고생을 하신다. 아이들에게 친절하면, 언젠가 한 번은 뒤통수를 맞는다. 아이들의 성향을 학기초에 빠르게 파악하고, 선택적으로 잘 대해주어야 하며, 기본적으로는 엄하고 무서운 것이 낫다.


아이들은 엄하고 무서운 선생님이 한 번 친절하면 좋아하지만, 착한 선생님이 화를 내면 욕을 한다.


욕을 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통제가 안되면 수업이 괴롭다. 이렇게 교사의 사람 다루는 능력과 카리스마에 따라 아이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신규교사는 연륜 있는 선생님들에게서 이러한 부분을 항시 배우고 여러 선생님들의 스타일을 많이 관찰해야 한다. 자신만의 교사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확실한 것은, 아이들에게는 착하면 불리하다.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착하다는 것은 거절하지 못하고 약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답게 아이들을 대하기 위해서는 내면이 흔들리지 않고 강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로서 아이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옳은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한 것은 교사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나쁘다. 착하고 친절한 것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과의 갈등을 가장 쉽게 회피하는 방편이고 교사로서의 도피이다.


더불어 감정적이지 않은 것이 매우 중요하고 퇴근 후에는 이 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는 '무심함'이 필수적이다. 아이들에 너무 마음을 내주고, 정이 많은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한 성격이, 전반적으로 교사 개인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감정 소모를 너무 많이 하면 방전되고 학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면, 지나치게 '학교형 인간'이 되어버린다. (나는 이런 교사들은 어떤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할애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이상적인 교사상은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에 좋은 전략이므로. 정이 많은 것과 좋은 교사는 다르다.)


지난 5년은 이런 인간관계의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는 것은 그 뒤의 문제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 길로 돌아왔다. 그리고 치열하게 교사생활을 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계발해왔다.


나는 다시 대학교 때로, 돌아가면 교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 치열하게 적응하여, 이제는 이 일에 익숙해졌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더 잘 발휘하고 만족하기 위해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나를 계속 절제해야 하고, 어떤 틀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라 답답하며, 크게 발전이 있는 직업은 아니다. 혹시 삼사십 대에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면 그만둘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교사의 장점 하나 때문에 계속 이 일에 의외의 매력을 느낀다. 그것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내면의 성장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내면세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직업에서 그 어떤 보람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내면이 나의 현실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내면의 평화가 무엇보다 우선인 사람으로서, 솔직하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내가 오히려 치유되었으며,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매우 사랑하고 정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한때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세요'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항상 거리를 두고 일정 이상으로는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에 내 영역 안에 있는 반 아이들에 대해서는 올바른 길로 이끌고, 내면의 성장을 도우자는 입장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날것의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서 아이들의 내면과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함. 그런 것들이 내가 학교에서 추구해야 할 어떤 과제인 것 같다. 글쓰기의 주제가 끊임없이 생산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 직감으로는 이제 고생길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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