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사를 하고 난 뒤, 숨통이 트이고 자취 생활 3년 차에 이것저것 방을 꾸미고 사람답게 사는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20대 사회초년생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을 것이다.
1년 차 어리둥절, 일 배우기, 사회생활 적응
2년 차 약간의 여유, 승진에 관심/일 욕심,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내 포지션 정함
3년 차 (승진에 관심 없다면) 약간의 슬럼프, 내 생활에 집중, 재테크에 관심, 인테리어, 집 꾸미기, 저녁이 있는 삶 추구.
4년 차 심한 슬럼프, 사실은 슬럼프지만 아닌 척할 수 있게 되었음. 일과 생활의 완전 분리
5년 차 완전한 방전?
사실 그냥 내 얘기다. ㅎㅎ
여하튼, 이 글은 3년 차에 관한 글이다.
나는 그제야 내가 생활 지능이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정의한 생활 지능은 지적 지능이나 공감능력, 눈치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다.
자신의 생활을 잘 꾸려가는 경제에 대한 관심, 생활력, 손해보지 않는 똑똑함, 의식주에 대한 취향 이런 것들이 생활 지능이다.
이사를 하고, 맨 처음 산 것은 매트리스와 화장대였다. 작은 원룸이지만 그래도 공간이 있어 나름대로 인테리어를 시도한 것이다. 뭔가, 내 방이라는 느낌이 더욱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물건을 어떻게 잘 배치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다이소에 가서 정리함을 미친 듯이 샀다. 안 입는 옷을 차곡차곡 개어놓고 여기저기 늘어져있던 책을 정리함에 다 집어넣었다. 훨씬 나았다. 정리만 했는데도 이사를 다시 온 기분.
그래서 정리와 인테리어는 단순 청결이 아니라, 내가 입고 자고 숨 쉬는 공간에 대한 예의 인듯하다. 그리고 정리가 잘되어있으면, 시간이 줄어들고 마음도 간편해진다. 방은 곧 그 사람의 현재 마음 상태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청소도 이틀에 한 번은 꼭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청소포와 물걸레포를 이용해서 작은 방을 닦는다. 특히 화장실 청소는 마법의 가루 과탄산소다를 이용하면 깔끔하다. 일단은 청소를 하는 행위 자체가, 그냥 뭔가 말 그대로 깨끗해지는 느낌이라 좋고 잡념이 생기면 몸을 움직인다.
청소, 정리,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놓친 게 있었으니,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면 좋겠다.
재테크 공부이다.
그전까지는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없어서 왜 재테크를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적금 들고, 청약 좋다고 하니 청약 들고.
그리고 워낙 성격이 관심이 없으면 아예 신경을 끄고, 내 세계에서만 사는 스타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한테 관심이 적은 건 좋은 점이지만.
지금이야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내 월급이 어떻게 새고 있는지, 맨날 마시는 스타벅스가 한 달이면 얼마인지, 월세가 얼마나 손해인지, 대출은 어떻게 받는지, 내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산 것이다.
특히 학교에 있다 보면 더 아이들과 동화되어 순진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재테크는 내 인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되는듯하다. 재테크를 해서 돈을 왕창 모아서 뭘 하겠다 이런 게 아니고, 내가 주체인 삶을 사는 첫걸음.
사회에 나와서 실전 게임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일을 잘하는 것보다,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생활력과 재테크.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출근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어서 잘 쉬는 것, 건강을 챙기고 푹 쉬는 것.
이제라도 절실히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뭐든지, 처음부터 알기 쉽지는 않다.
아직 갈길이 멀었다.
<자취생을 위한 필수 추천 리스트>
1. 정리함 사서 쓰지 않는 물건 집어넣기(다이소에서 사면됨)
2. 틈틈이 검색으로 인테리어 구경, 가구 살펴보기.
3. 청소는 과탄산소다+퐁퐁으로.
4. 쓰레기는 바로바로 버릴 것. 음식은 당일 먹을 만큼만 사기. 요리를 직접 해서 자기 관리도 하고 건강도 챙기면 좋고(요리는 포기)
5. 침구류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세탁.
6. 기분 좋은 샤워용품으로 씻고, 자신만의 나이트 루틴 만들기
7. 재테크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관심이 반) 공부.
8. 운동으로 건강 챙기고 삶의 활력 찾기(운동은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한다. 몸과 정신은 같이 간다.)
9. 한 번씩 물건을 왕창 버리기(공간 디톡스)
10. 다음에 살 집을 생각하며 존중하며 버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