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은 씩씩해요

여고생들과의 즐거운 나날들

by 클로이

오늘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생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이 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2번, 3학년을 2번 맡았다.

입시 위주의 3학년 담임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수업과 입시상담의 연속이라면,


1학년 담임은 귀여운 햄스터들을 케이지에 넣어놓고 사료를 주며 키우고

다음 학년으로 이끄는 일이랄까.


그런 느낌이 든다.


고1이 이정도인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떨지 정말 상상이 안간다. 그야말로 아기들일텐데. (머릿속으로 아이들을 작은 동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면 편하다.)


학교의 특성상, 대부분 얌전하고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들이 입학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라 처음 접해보는 고등학교의 빡빡한 스케쥴과 입시 경쟁에 한달 만에 자퇴하겠다는 학생도, 교우관계가 힘들어 상담을 받는 학생도 있고,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그야말로 학기초에는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1학년을 맡는다는 것은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빡센 학교에 어떻게든 적응시키며, 동기 부여시키는 일의 연속이다.


다행히도 내가 맡은 1학년 아이들은 아주 에너지가 넘치고 혈기왕성한 아이들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둡거나 조용하지가 않았다.


그들이 나에게 준 밝은 햇살 같은 에너지는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다.



처음 담임을 했을때가 25살이었으니, 아이들과 8살 차이가 났다.

지금 돌아보면 나도 정말 어렸다. 나이 차이가 적다보니 거의 친구처럼 지냈는데, 여고생이다 보니 소통도 잘되고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즐거웠다. 물론, 여러가지 잔 사고들(주로 왕따문제)들로 애를 먹을때도 있었지만, 그때조차 나는 크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칭찬만 주로 듣고, 지나치게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아이들이 처음으로 시험에서 좌절해보고,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과정들을 보면서 강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다.


힘든 일이 있으면 실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본인들이 문제점을 해결하고, 열심히 공부하자며 서로를 다독이고 극복해낸다. 1학년에게는 긍정의 힘이 있다. 단체생활을 통해서 자기자신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과정들이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자양분이 된다. 서로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2학년이 되었을 때는,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해있고 의젓하다. 자란것이다.


가끔씩은 선생님들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성숙하다고 느낀다. 입시라는 목표 아래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하루하루 노력해가면서, 자기 중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어떤 선생님들은 나이가 나보다 많아도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거나 내면이 미성숙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이 자기수양을 하지 않으면 늙은 어린 아이가 된다.

(내면이 불안한 아이들의 부모들도 주로 이렇다) 아이들은 그것을 정확히 알아본다.


1학년들과 함께한 시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같이 걸그룹 춤을 췄던 일이다. 2017년에는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가서 춤을 췄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동영상을 같이 찍었다. 아이들과 같이 안무를 외우고 춤을 추는 일이 정말 즐거웠다. 사제간의 팀워크가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들이었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며, 때로는 상처받지만 꿋꿋이 일어나서 다시 노력하는 일학년들. 아이들에게서 나는 활기와 생명력을 배웠다.


39c08fe533f56118a1602e7f8f1922c7.jpg 빨간 머리 앤이 연상된다




혹시 이글을 보시는 학부모님들이 있다면, 제발 집에서 너무 과보호하지 마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학교에서 좌절을 겪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더 없이 큰 경험이 되고 스스로를 믿는 힘이 생길 수 있는 기회이다. 아이를 칭찬하고, 감싸기만 할수록 사회성은 낮아지고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진다. 집밖을 나가면 세상이 내 마음같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비록 꽃밭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꽃밭을 만들어낸다. 같이 배우고 성장하고 협동하면서. 적어도 교실 안에서만큼은 밝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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