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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Feb 04. 2022

수능영어는 영어가 아니다

<1강> OT - 시험에 맞는 공부의 중요성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지도 어언 5년이 넘었다. 


그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닌 차라리 '국어능력'이나 '논리력'을 가르치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영어 단어를 아무리 많이 외워도, 문법을 정확하게 숙지해도, 수능 영어 지문을 단시간에 독해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문장을 하나하나 번역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문장을 정확하게 번역한 한글 해석본을 읽는다고 해도 글 자체의 내용이 형이상학적인 것이 많아 문제를 푸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우리는 영어 문제를 푼다기보다 글 자체를 이해하는데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것의 수능 영어의 현실이다.


보통 우리가 글을 이해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찬찬히 읽고 글쓴이가 말하는 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어떤 언어로 글을 읽든지 간에, 글의 요지를 파악해나가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수능 영어의 주어진 짧은 시간 때문에(듣기를 제외하면 50분이다), 추상적인 글의 내용을 단시간에 파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모든 글이 친절하게 요지를 잘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국어가 아닌, 영어기 때문에 문장이 어렵게 쓰인 곳에서는 그 문장 '하나'를 해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고 결국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쉬운 시험이 아니다. 


이런 수능 영어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아래의 예시이다. 전형적인 엘리트에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똑똑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수능 영어영역을 풀고 큰 충격을 받았다. 본인이 원어민(그것도 교육을 받을 만큼 받은) 임에도 불구하고 수능 영어 지문을 읽고 문제를 잘 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어보다 국어를 더 맞춘 타일러ㅋ 엥ㅋ


과연 타일러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못 푼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타일러는 보통 사람보다 언어 능력이 훨씬 발달한 유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문 전체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할 것이고,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문제를 풀려고 했을 것이다. 이것은 수능 영어에 맞는 방식은 아니다. 

수능 영어 시험의 본질이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문제의 유형을 잘 이해하고 그 문제 유형에 맞게 글을 '선별적으로 읽어내고 문제를 푸는 스킬'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수능 영어 시험에 맞는 공부가 필요하며 글을 읽을 때도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흐름을 보고 필요한 것만 읽고 바로 선지로 가서 문제를 풀고 넘어가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충격받은 타일러ㅠㅠ

영어가 어렵더라도(물론 기본적인 영어 단어나 문장을 해석할 정도의 문법 실력은 3학년이 되기 전에는 쌓아두어야 한다), 공부의 방향만 잘 잡으면 국어나 수학보다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기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독해 방식'으로 글을 찬찬히 읽어나가며 '정확하게 이해하여' 푸는 것이 아닌, 글에서 쓸데없는 부분들을 가지치기하며 읽어나가고, 무엇보다도 문제를 푸는 것에 글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이나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출제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어나가야 문제가 보이고 의외로 쉽게 풀릴 때가 많다.  


주관식으로 글에 대한 감상을 쓰거나, 글에 대한 자신의 이해력을 면밀하게 평가받는 시험이 아니고 '논리적으로 답을 만들기 쉬운' 지문을 선별하여(지문을 원문에서 수정하기도 한다) 문제에 대한 반박이 최대한 없도록 문제를 제작하는 것이 수능 영어 시험이다. 전자의 시험이었다면, 아마 타일러와 같은 언어이해능력이 월등한 사람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수능 영어 시험은 문제 푸는 방식에 맞게 독해 문제를 푸는 훈련이 된 사람이 1등급을 받는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라) 시험인 것이다.


출처: YTN - 답정너의 심리 법칙


즉, 수능 영어는 당신의 영어 실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수능 영어에 질려버려 영어를 싫어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영어는 영어고(내가 직접 사용하며 즐겁게 소통하는 영어) 수능 영어는 별개의 영역이다. 대학을 위한 1등급을 받기 위해 영어 공부가 아닌, 영어 문제를 풀기 위한 '논리력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영어 교육의 실정이다. 


다음 강에서는 구체적으로, 영어 지문을 읽어나가는 방법을 배워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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