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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30. 2021

영어는 자격이 아니라 도구

자격강박을 버려야 영어가 된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문득 외국어 공부에 대해 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쓴다. 

(나중에는 수능 영어 전략 특집으로 매거진을 쓸 예정이다)


나는 예전부터, 유독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알 수 없는 <영어에 대한 완벽주의>가 참 맘에 들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는 것을 좋아하고, 기준에 따라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것을 즐기기는 하지만(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능도 많다) 유독 영어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각종 중고등 영어 학원-수능 영어-각종 취업을 위한 영어 자격증 등으로 영어를 <시험 과목>으로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보니 영어를 '말'이 아닌 입시나 취업을 위한 하나의 '자격'으로 보는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어를 그만큼 완벽하게 할 수 있는가?

타고나기를 언어 습득에 천재성이 있어, 모국어와 외국어를 네이티브 이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모국어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어도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려면 지적 능력과 소통 능력이 상당해야 하는데, 맞춤법 틀리는 일은 아주 많고, 말을 못 하는 사람도 많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면 독해력을 갖춘 사람도 크게 많지는 않다.)


출처:문제적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보면 <원어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발음>이라거나,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발음>이라거나 외국인으로서 발음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자극적인 제목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당연히 한국사람)이 많다. 영어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대화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너그러운 것처럼, 외국인으로서 상황과 목적에 맞게 나의 영어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말만 통하면 되지, 일상생활에서 완벽하게 영어를 해서 뭘 하겠는가. 오히려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끼리이다. 


(얼마 전에도 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셨다. 사람들이 평가받을까 봐 자신에게 말을 못 거는 것 같다고


결국, 영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보인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크게 영어 실력(?)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영어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거나 잘했을 거라고 기대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 잠깐 영어 공부방을 다닌 것 빼고는 그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는 영어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거의 지문을 외우다시피 해서 영어지식이 아닌 암기력으로 시험을 봤고 그렇게 잘하지도 못했다.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한 것은 대학교 때 영어영문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영어로 수업을 듣고 영어 원서를 정리하고, 영어로 시험을 치고 발표를 하면서, listening-writing-reading-speaking의 4 skills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게 되니, 그때 영어 공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흥미가 생겼다. 특별히 노력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소설책만 내리읽던 내성적인 문학소녀였던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였다. 


들리지 않았던 외계어 같은 언어가 갑자기 들리고,
실수는 많지만 다른 언어로 내 의견을 말하게 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웠다. 

외국어 공부의 핵심은 결국 생활에서의 직간접적인 노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능동적인 자세'이다. 


그 어떤 외국어 공부도 호기심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고 매일 해야 하는 외국어 공부의 특성상 지속이 잘 안된다. 그리고 능동성이 없으면 아무리 언어를 공부해도 소통능력이 부족하여 말하기가 잘 늘지 않는다. 


언어 공부 목적이 확실했던 타일러

* 타일러가 말하는 많은 고생은 결국 흥미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지속하기 힘들다. 


해외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한국 사람들하고만 놀다가 왔다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성격 자체가 수동적이고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속도 안된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지능이나 암기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신감이 있고 뻔뻔한 사람들이 언어가 일취월장으로 늘어버린다. 평소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수동성과 높은 자존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주로 영어에 '잣대'를 들이댄다. 주로 발음이 별로다, 네이티브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러나 이런 사람들 중에, 외국어 공부에 한번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푹 빠진 적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도 우리말 발음이 별로입니다만) 그리고 <완벽한 영어>, <완벽한 영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갈망하며 영어 공부를 한다.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잘 짚어내어 higherselfkorea라는 유튜브를 개설한 외국인도 있다. 이 사람의 유튜브를 보고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뭐가 팔리는지?를 확실히 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열심히 노력하지만 지나친 완벽함을 추구하며 열등감을 잘 느끼는 한국사람들의 심리가 객관적으로 잘 보였을 것이다. 


유튜브 자기 계발 채널, higherselfkorea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사람 알렉스


영어에 대한 완벽주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만 영어를 완벽하게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공공연하고도 시니컬한 비난 아닌 비난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평소에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검열하는지를 느낀다. 


동시에 외국어 공부에는(그 어떤 공부에도) 정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음에도 '자격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자신과 남을 평가하는 심리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교사로서 그 이유가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에 많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지금의 수능은 사실상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과는 거리가 멀어, 중고등학생들이 영어를 말로 접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수능 영어는 영어 실력보다는 문제 스킬&논리력으로 풀어야한다. 오히려 국어에 가깝다.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언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언어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영어가 힘들고 어렵다.


어쩌면 '영어에 대한 강박'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성취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나는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지나친 열등감을 갖지도, 우월감을 갖지도 않았으면 한다. 영어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면 된다. 그리고 입시나 취직에 필요한 영어는 목적에 맞게 과목으로서 공부를 하면 된다. 


영어의 본질은 나를 평가하는 요소가 아닌 말이고 도구이고, 어떨 때는 취직이나 입시를 위한 과목일 뿐이다.


이것이 포인트임

주체는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용자이며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누구도 나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언어 공부도 결국에는 나의 마인드를 재정비해야한다. 



출처: 위키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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