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Nov 06. 2021

퇴사라는 유혹

작가의 행복한 얼굴에 이끌리다

요즘 퇴사,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자꾸 들린다.



열심히 일하며 회사의 부품처럼 사는 삶을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을 찾겠다, 라는 열풍이 불고 있다. 사실 퇴사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준비가 된 것 자체가 결국 능력 있는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지만은, 확실히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일본 사람인데 정말 독특하다. 아프로 헤어에 개성있는 얼굴, 그녀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보여 몇개의 영상을 보고 책 3권을 내리 샀다.

에미코는 우리나라로 치면, 스카이 대학을 나와서 삼성 같은 대기업에 입사한 엘리트 여기자이다. 그러나 나이 50에 돌연 퇴사를 결정한다.



얼핏 보면 퇴사라는 단어에 꽂히게 되지만, 이 책은 사실 퇴사 그 자체보다는, 작가가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하며 겪게 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더 많은 행복의 추구는 불행함의 반증이다.는 것이다.


 남들이 선망하는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현타가 오고, 그 스트레스를 점점 소비나 유흥으로 풀게 되고 맥시멀 리스트가 된다. 마음도 감정으로 가득 찬다.


에미코는 대도시인 오사카에서 시골로 발령이 난 뒤,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꿔가며 사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절약하며 살아가는 시골사람들의 생활방식에 감화되어 일상에서 작은 것으로도 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길가의 복사꽃을 보고 웃기, 지나가던 노인의 웃음에서 울음을 터뜨리기, 재래시장에서 무를 사며 즐거움 느끼기, 전기 쓰지 않기 등.. 그전에는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산다.


그런데 그녀는 무척 행복했다고 말한다.





지금의 <퇴사> 트렌드도 예전에 유행했던 <욜로>, <힐링> 같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연장선(힐링이라는 말이 내게는 나른한 현실도피로 들렸지만...) 일뿐이다. 사실 <퇴사>를 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는 일석이조의 인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 돈이다.


어쩌면 더한 욕망이다.


장담하건대 몇 년 뒤면 또 다른 키워드가 나올 것이다. 대중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정말 내가 퇴사를 원하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트렌드를 쫓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다.


퇴사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역설적이게도 결국에는 마음이 채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내 마음이 먼저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좋은 결정이 따라온다. 에미코의 경우에는 그것이 퇴사였을 뿐이다.


기자 출신답게 논리적이고 생각보다 감성적인 책이 아니다. 철학적이고 간결하다.


퇴사라는 단어로 한끝, 결을 달리 한 또 다른 욕망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노력과 성과를 강요받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이다. 미코도 교육으로 극성맞은 어머니 밑에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람들은 여전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사람들 만큼, 남들을 신경 쓰고 말 잘 듣고 남들처럼 살려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어딨는가.


달이 차면 기울듯이, 치닫는 마음은 터져버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결국 오래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존중하며 버티기. 존버.

에미코는 돈을 쓰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에서 그 신념을 찾았다.


나의 신념은 어디에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는 자격이 아니라 도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