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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29. 2021

착한 사람들의 숨 막히는 역설

착한 것은 나쁘다

여학교의 교사로서 여학생들이 떼를 쓰거나 감정적으로 구는 데에는 내성이 생겨 익숙해져 있지만,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일 년 동안 고삼 학생들은 자신의 숨겨진 본색을 마음껏 드러낸다.


그 본색은, 그동안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감정, 부모님께 하지 못해 참았던 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왔던 것, 그런 억눌린 감정들이 터진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의외로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보다는(이런 학생들은 가정환경도 안정돼있고 성격 자체가 예민성이 덜하다, 자신의 것에 집중한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그 원인을 뒤집어씌우거나, '공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빌미로 자신이 너무 힘들다며 감정에 호소한다. 보통은 성적이 점점 내려가고 원하는 점수를 달성하지 못한다.


이러한 마음의 습관은 대학생이 되어도 계속되고,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감정에 휘둘려'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자유의지로 삶을 운영하지 못한다.


결국에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이 성적과도 직결된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것보다는 평소 대화를 통해 공감해주고 안정된 정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능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오늘도 어떤 학생이 '주변 친구들이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학생은 누구보다도 배려심이 깊고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다. 자신의 것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고삼 생활에서 다른 친구들을 과하게 배려한 나머지, 중요한 시기에 감정이 터져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그런 배려를 원하지 않았고, 본인이 선택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어떤 이유로,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성향이 있었고, 항상 남에게 맞추어 생활하다 보니 감정이 억눌려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친구 탓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이 될까?


그런데, 그러한 감정은 항상 중요한 순간에 <급발진>하듯이 터지고, 착한 사람들은 보통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것을 챙기지 못한다.


고등학생인 경우에는 나이가 어리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나이가 꽤 들어서도 지나치게 착하거나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삶에 굴곡이 많거나 주변에 도움을 주는 인간관계보다는 해로운 사람들이 많은 경우를 보았다. (관찰해보라, 정말 인생이 안풀리지만,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남 얘기만 지겹게 한다.)


출처: YTN, 역시나 1번은 완벽주의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착한 사람들은 억눌리고 억눌리다가(사실은 억누르고 억누르다), 타인을 이유로 삼아서 자신의 감정을 갑자기 터뜨려낸다. 감정은 항상 자신 안에 있었음에도.


출처: 소행성 책방


평소에 감정을 누르기 때문에 한계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착했는데, 갑자기 왜 저래?>라고 욕을 해서 더 상처를 받는다.


착한 것은 좋은 것일까? 어쩌면 착한 것은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나쁘게 행동함으로써 결국에는 <애정을 갈구>하려고 하는 가장 이기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착한 사람이 여유가 있고, 진정으로 남을 위해 '적절한' 선의(선의는 적선과 다르다)를 베풀 수 있다.


착한 것은 미성숙하고, 나쁘다.


나는 우리 사회가 <선한 영향력>이니 <예의바름>이니 뭐니 해서 착하고 친절한 것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교사회의 영향이 남아있어, 아직도 조선시대 같을 때가 많다. 타인에 대한 도덕적인 우월성은 결국 본인이 다른 감정적인 만족이 없기 때문에 손쉽게 느낄 수 있는 천박한 대중취미이다. Ex) 연예인 마녀사냥 )


착한 것에 집착하는 것도 평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피해의식과 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위하지 않는 착함은 결국 언젠가는 확 터지고, 그때에 감정에 호소하며 자신을 알아달라는 유아적인 민낯은 그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턱끝까지 숨이 콱 막힌다.  본인이 본인을 소외시키며 까. 


아이들은 교사로서 받아줄 수 있지만, 어른들은 정말 추하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착하거나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정상이 아니다.

인간은 결국 자신에게 제일 잘하고, 친절하며, 너그러워야 자연스럽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애정이나 인정을 얻고자하는 순전히 이기적인 행위를 관두면, 자신을 알게되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결국 착한 사람 콤플렉스도 나를 위한 마음이었으니깐, 그걸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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