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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Jan 04. 2022

아내는 출근, 아빠는 육아

육아는 어려워..

1. 오늘 아내가 출산 이후 첫 출근을 했다. 예정일보다 2주나 듬뿍이가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출산하는 당일까지도 일을 나갔던 아내. 오랜만에 출근에 바깥나들이 가는 표정으로 화장도 하고 옷도 고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니 마음이 짠했다.


2. 내가 아직 방학을 하지 못했으면, 장모님 찬스를 써야 했을 텐데 마침 지난주에 졸업식 및 방학식을 한 터라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 육아를 맡게 되었다. 사실 그간 몇몇 이유로 듬뿍이를 혼자서 본 날이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내의 퇴근 시간이 출근 전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또르르


3. 아내가 밝은 얼굴로 듬뿍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현관문을 나선다. 나도 저런 표정이었을까? 아내는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잘 다녀오라고, 일찍 오지 말고 오랜만에 동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오라며 인사를 건넨다. 이제 듬뿍이와 나만 남았다.


4. 아기 밥을 먹이고 나서 기분이 절정일 때 최대한 많은 양의 집안일을 해치워야 한다. 빨래 개기, 빨래 돌리기, 아기 젖병 닦기, 청소기 돌리기까지. 중간중간 아이랑 눈 맞춤을 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빠가 너를 내버려 둔 게 아니라 너랑 놀아주기 위해서 집안일을 하는 거야..

5. 이제 아이와 놀아줄 차례다. 모빌도 틀어주고, 그림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다 보니 점점 지친다. 반면에 듬뿍이는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웃어주는 살인미소에 심쿵해서 멈출 수가 없다. 역할극에 심취해서 거의 빙의 수준으로 절정에 치닫았는데 이제 듬뿍이가 졸린가 보다. 칭얼칭얼 이 시작된다.


6. 최근에 잠투정이 많이 늘었다. 잠을 자기 전에 꼭 운다. 그냥 울지는 않고 아주 서럽고 크게 운다. 이렇게 울 바에 빨리 잠드는 것이 너도 좋고 나도 좋을 것 같은데, 빨리 나의 서글픔과 졸림을 해결해달라고 더욱 크게 운다. 듬뿍이를 안고 17평의 작은 집을 무한 반복 원을 그리며 돈다. 반짝반짝 작은 별부터 개똥벌레, 네모의 꿈 내가 아는 노래를 전부 불러본다.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순간 듬뿍이를 보니 이미 잠들었다.


7. 아내가 아이를 보면서 밥을 챙겨 먹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잘 좀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했는데, 이제 내가 과거의 나와 싸울 차례인가 보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무서운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깼나 보다. 안되는데 아직 밥 차리지도 않았는데.. 


8. 예전 어느 다큐에서 아기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서서 밥을 먹고 뛰어다니면서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안 오시나? 진짜 리얼로 잘 찍을 자신 있는데.. 애기를 내 발 밑 역류 방지 쿠션에 두고 빵 한 입, 우유 한 입 먹다 보니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9. 잘 때는 세상 귀엽다. 잠에 푹 빠져서 새근새근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내 새끼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싶을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스럽다. 이제 곧 엄마 올 시간이다. 나도 눈을 살짝 감아본다.


10. 눈을 떴다. 아직 아내가 안 왔다. 꿈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다. 아침에 아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와" 과거의 나, 오늘 아침의 나는 도대체.. 

11. 피곤해서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뒷 이야기는 happy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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