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6 두두학당 글쓰기 워크숍 중 작성
내겐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다. (보통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미지 이것저것, 토막글 이것저것을 수집하고 어떤 대상의 작은 세부사항과 사소한 특징을 기록하는 것이다. 중간 중간 보관할 자리가 없어 버리는 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내 방은 각종 인쇄물과 메모로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중독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찾고, 읽고, 보고, 쓰고, 저장하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였다. 명확한 목적 없이 이어지는 두서없는 조사. 이놈의 버릇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길들인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마다 참여한 수업이 끝나고 그것이 어떤 활동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얻은 즐거움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먼저 수업은 서울 50+센터 건물의 4층 큰 마루방에서 보통 2시에 시작해 4시 30분까지 진행됐다. 부드러운 갈색 빛의 공간이었다.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한 창문으로 햇빛이 막힘없이 들어올 때면 더울 정도로 따뜻했다. 창문 가까이 몸을 붙여 바깥을 내려다볼 때, 멀리서 들리는 사람들 발소리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재밌던지. 벽에는 무음시계가 하나 걸려있었고, 얽힌 나무줄기 같은 벽재와 판판한 사각 타일 벽재가 섞여있었다. 그곳에서 날 포함한 4~8명의 사람들이 신체의 어느 한 부위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움직였고, 그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눈이 주제였던 날, 바닥의 패턴을 따라 걷고 싶었던 난 보이는 사물에 연관 없는 단어를 붙여 불러보라는 선생님의 요청이 조금은 버거웠다. 어떡하지? 생각하던 때, 벽면 아래의 콘센트에 4R1이라 적힌 검은 글자를 봤다. 그 후론 보이는 사물, 의자, 시계, 문, 신발장에게 순서대로 4R2, 4R3, 4R4, 4R5… 일부러 의미 없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25가 된 순간, 넓은 바닥 위에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아주 작은 비즈조각을 발견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발견이었다. 기대하지 않은 발견. 미처 생각하지 못한 뭔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좋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을 찾았을 때, 묻혀 있었던 것을 발굴할 때 나는 설렌다.
다들 어땠을까? 6주간, 이전에는 하기 어려웠던 모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모험이라 함은 바로 몸을 느끼는 것, 누군가의 몸을 따르거나 이끌고 만지는 것이었다. 손가락, 손바닥, 손목, 팔꿈치, 어깨, 가슴, 배, 허리, 골반, 발가락, 발바닥, 발목, 무릎, 허벅지, 머리, 눈꺼풀, 눈동자, 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