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m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를 말합니다. 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 쿼크와 글루온, 전자 등… atom을 구성하는 여러 존재가 밝혀지면서 쪼갤 수 없는 원자라는 말은 틀린 말이 되었답니다. 그래도 화학 원소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는 입자로서 atom은 여전히 가장 작은 단위로 인정받는다는군요?”
재미있었던 물리학 수업도 끝이 났다.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기억나는 대로 읊자면 첫째, 시간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둘째, 중력은 고정된 공간 안에서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가속 팽창하는 시공간으로서 물체 주변에 굴절된 장(field) 그 자체다. (낭만적인 건 그 왜곡된 면 덕분에 행성 뒤에 가려진 별빛을 볼 수도 있다는 것!) 셋째, 장(field)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원자들의 충돌에 의해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값이다. 등등등…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이 절대적인 시공간이 아니라 ‘나’와 같은 온갖 종류의 원자들이 계속해서 부딪히며 사라지고 만들어내는 임시좌표라는 것, ‘나’라는 형체도 위치와 특성을 확정할 수 없는 원자들이 잠시 모여 매순간 나타나고 흩어지는 덩어리라는 것이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이 언젠가는 원자들이 보다 더 먼 곳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그땐 이 형체가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기야 하겠지만 그게 완전한 죽음이라고 믿지 않는다. 가끔 현재를 비롯해 과거의 사람들, 미래의 사람들이 모두 살아있는 현실을 상상한다. 방 안, 외부와 분리된(듯이 보이는) 공간에서 이 문장을 쓰는 지금 2023년 6월 3일 오후 10시 7분.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믿으면 얼굴을 몰라도, 옆에 있지 않아도 크게 외롭지 않다.
틈이 없다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실제로 틈이 많은 사람이다. 해본 것도,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상식도 부족하다. 그 사실을 자주 보여줬는데 누군가 느끼기에는 아니었던 건가? 충분히 가깝고 친한 사이라고 느꼈는데 착각이었는지. 도리어 서운한 감정이 들면서 지나간 관계들이 떠올랐다.
틈이란 뭘까? 나에게 틈이란 약점을 의미한다. 상대방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것. 상대방에겐 익숙하지만 내게는 낯선 것. 어딘가 어설프고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드러내는 게 그들에게 보여주는 틈이었다. 그걸로 부족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지 짐작하기 어려워서 구체적으로 원하는 걸 요구하길 바랐다.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싶을 때, 해주고 싶은 만큼 해줄 마음은 있는데.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 소명은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은 나도 상대도, 우리와 같이 휘어지는 시공간이 매순간 다시 태어나고 조정된다는 걸 믿는 것이다. 누구를 어디에서 얼마간 만나든 매일 처음 만난 사이처럼 새롭고 반갑게 대하는 다정하고 올바른 사람이고 싶다. 충동적이라서 약속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진심이 그렇다. 이렇게 말과 행동이 앞뒤가 안 맞아 의지할 수 없더라도 모두를 사랑하고 싶은 결심만큼은 언제나 있다는 걸 같이 믿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