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 찾아오는 이유

안철수 님을 만나다.

by 백취생

<이번 글은 정치적인 글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래도 혹여 불편을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이 글은 그냥 제가 고난이 찾아오는 이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담은 글입니다.>



백수생활이 길어질수록 이와 비례하여 자신감도 떨어진다. 반대로 백수생활이 길어질수록 올라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계속 백수일 확률이다. 나도 이렇게 오래도록 직업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백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라고 생각한 이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평생 이렇게 살진 않을 거라고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가끔 이 생활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이런 불안감이 찾아올 때면 생각을 한다. 괴로움과 어려움, 즉 나에게 고난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백수이긴 하지만 적어도 괴로운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지금의 나를 개선하기 위해 나는 생각을 한다. 나는 7년 3개월간 품질관리 업무를 했다. 일을 하며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개선'이었다. 제품의 품질 개선하는 일에 너무 몰입하여 살면, 가끔 마주하는 모든 대상을 개선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과오를 저지른다. 돌이켜보면 심지어 와이프도 개선의 대상이라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 떠오른다. 개선이라는 단어는 좋은 단어이지만 아무 때나 붙여서는 안 되는 단어라는 것을 안다. 사람도 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현재 백수인 나말고는 붙이면 안 되는 단어이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개선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고난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동안 나의 경험과 내 주변 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접근해본다. 우리는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 도전이 좌절될 때 고난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 프로젝트를 실패했을 때, 대인관계에서 실패했을 때, 시험에 떨어졌을 때 등등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을 시도했지만,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 결과와 상반되었을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괴롭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는데, 타고난 재능의 부족과 환경적인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재능을 키우거나, 환경을 풍족하게 만들어 도전에 따른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 고난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품질관리 일을 하며 개선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검증이다.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할 때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하고 예외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알고 있는 프로세스에 내가 세운 가설을 넣고 검증해보면 그 결과는 항상 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 주변에는 아직 그런 사람이 없지만, 이 세상에 분명 존재할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이 있고, 풍족한 환경을 갖춘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 사람에게는 고난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안철수 대통령 후보(2022년 1월 기준)에게 사연을 보내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 평소 풍부한 재능과 환경을 갖춘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그 사람은 안철수 후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나는 사연을 작성해 보냈고, 당첨되었다. 나의 가설을 검증해 볼 기회가 생겼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진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강연을 부탁한다는 사연을 보냈기에, 온전히 나의 궁금증을 해결할 질문을 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참석한 학생 중에 누군가 나의 고민을 해결할 질문을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운이 좋게도 한 학생이 도전에 대한 질문을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동안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이 무가치해지는 것에 대해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전은 두렵다기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도전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안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과 교류는 적었는데, 의사가 되어보니 하루에 환자 100명을 만난다고 했다. 그 일이 힘들었는지 힘들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맥락에서 버거워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을 시작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6년을 의대 석/박사과정을 진행하며, 하루에 5시간씩 자며 V3 백신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안랩을 창업을 했고, 그 후 4년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돈 받는 일이 힘들었고, 돈 받으러 다닌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다. 새벽에 수금하러 다닌 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니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가설을 완전 깨버리는 그의 이야기가 나왔다. 안랩을 창업하고 돈을 아끼려 회사 회계 장부를 작성하던 어느 늦은 밤, 10원짜리 하나하나 계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자신의 의사 동기들은 존경받으며,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날을 보내고 있는데, 자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간 심한 우울증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한 발짝씩 전진하며 자신의 발끝만 보고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고난이 찾아오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고난은 내가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을 실패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고난은 나를 내 주변의 지인과 비교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의 내 경험과 내 주변 지인과의 대화를 되새겨봤다. 지인들과 나에게 고난이 찾아왔던 이유는 나는 지인과 지인은 지인의 지인과 서로를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관계를 만들어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 어딘가에 존재한다. 우리는 그 관계 안에서 동질감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동질감은 다시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이질감 혹은 자괴감을 만들어낸다. 결국 안철수 님도 자신의 지인들과 현재 자신의 상황을 비교함으로 고난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나도 백수이지 않은 지인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고난이 찾아오게 만들었다.



이왕 백수가 되었으니 백수인 동안 괴롭지 않은 백수 생활을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연습을 한다. '나는 누군가 정의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지금 나에게 맞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을 해도, 불합격 통지서를 보거나 통장 잔고를 보면 고난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그 순간을 참고 이겨낸다면 그 고난이 내 삶을 잠시 흔들 수 있어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_백취생의 생각>


각자의 시간안에서 나와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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