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취생 Jul 27. 2022

떠나야 할 시간

이직의 연속

 참으로 올 한 해는 내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해중 한 해가 될 것 같다. 최근 2년은 거절당하는 삶을 살았기에,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낄 일은 없었다. 과거에 연애를 해도 거절만 당했지 내가 거절한 적은 없었다. 확실히 거절하는 입장보다는 거절당하는 입장이 마음은 편하다. 다만 회사로부터 거절당할 때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22년 4월 2일, 더 이상 직업을 구할 때, 내가 정말 하고 싶으며, 해보고 싶은 직업 구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전 직장에 다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동종 업계에 원서를 냈다. 중소기업은 서류에서 다 탈락했다. 그러던 중 내가 종사한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 있는 T라는 중견 기업에 합격을 했다. 인천에 있지만 위치는 문제 되지 않았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T에 입사를 앞두고 내가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H라는 회사에도 서류 합격을 했다. 그리고 T에 출근하기 일주일 전에 H에서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H사도 T사만큼 괜찮은 회사였고, 가장 중요한 지리적 이점이 결국 나를 H사로 이끌었다. 나는 죄송하고 고맙다는 내용의 메일과 함께 내가 만든 드립백 커피를 T사의 인사과로 보냈다. 그렇게 T사에 입사 취소 통보를 한지 이틀 후 H사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지시로 공인 어학점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점수가 없다면 일주일 안에 Toeic Speaking 시험을 쳐서 13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 점수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인사과 직원에 문의했더니, 확실하게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입사 취소 의사를 보낸 T사에 다시 입사할 수 있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T사에 다시 입사할 수 있냐고 물어본들 받아 줄리도 없겠지만, 받아주더라도 회사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았다. 그냥 나에게는 6일 동안 공부해서 130점 이상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2곳에 최종 합격을 하고 2곳 다 못 갈 판이 되었다.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던 중 내가 협력사로 입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의 첫 직장의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회사를 다니기로 결심했다면, H사 가지 말고 과거 다니던 회사로 돌아오라는 이야기였다. 재직 당시 모시던 팀장이 지금은 꽤 높은 직책으로 올라갔고, 그 팀장이 나에게 재입사할 것을 권유했다고 선배가 전해줬다. 사실 무슨 일이든 내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배웠기에 일단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공부에 전념했다. 6일 뒤 태어나서 처음으로 Toeic Speaking 시험을 쳤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점수가 잘 나왔다. 그리고 나는 현재 H사에 입사해서 출근을 하고 있다.


 일주일 전 내가 다녔던 직장의 선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채용이 시작되었으니 지원하라는 내용이었다. H사의 고객사인 과거 내가 다녔던 직장은 규모면에서 H사보다 크다. 급여나 복지 수준만 따지면 과거 다녔던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지역이 경기도에 위치했기에 나는 주말부부를 해야 한다.


 전 직장과 현 직장 모두 장단점이 너무 뚜렷했다. 선배가 망설이던 나에게 말했다. "여기는 한 가지는 해줄 수 있다. 네가 원하면 금전적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족을 보살피는 것을 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직장을 다닌 지 3주가 되지만 불만은 없다. 급여와 식사도 만족스럽고, 사람들과 업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장점은 친구들과 가족이 가까이 있어서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첫 직장을 그만고 나의 주변에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지인들이 있으면 삶이 아주 유익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Work&Life 밸런스가 내가 지금까지 해본 일 중 가장 좋았다. 그래서 이 직장을 포기하고 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일주일을 고민하고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의견을 들어, 결정을 내렸다. 나는 다시 내가 도망쳤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이유는 심플하다. 5년간 자영업과 백수 생활을 하며 대출이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최초 계획은 내가 직업을 구하면 집을 처분해서 대출을 정리하려 했지만, 지금은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가 않았다. 아주 가격을 낮추면 팔 수 있을지 몰라도 문제는 그렇게 대출을 정리하면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야 한다. 물론 나는 동네를 떠나도 상관없지만, 아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벌인 일을 아내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전 직장 인사과에서 회사 정책을 이유로 나를 탈락시킬 수도 있다. 차라리 비겁하지만 그러면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나는 선택을 했고, 불안장애의 원인이 되었던 그 장소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누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힘들어도 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네."라고 딸 세명을 키우는 친구가 나의 고민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나이는 열심히 살아야 해. 열심히 살아도 시간은 가고 게으르게 살아도 시간은 간다'는 처형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 좀 나약하고 이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힘듬만 생각해서 현재 처한 상황을 외면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다시 이직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들은 그렇게 알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