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우리는 이 동네의 단골이다

흐름도 리듬도 같이

by 먼소리뚜버기

단골에게 필요한 것은 아는 척을 많이 하거나 공짜로 이것저것 퍼주는 일도 아니다. 단골과 주인장의 관계는 그런 계산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술 한잔을 앞에 둔 단골에게 슬쩍 계란후라이 하나 얹어주는 것처럼, 대단한 것 없는 배려라도 ‘이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감각이 중요하다.

주민도 마찬가지다. 일회성 민원을 제기하는 ‘손님’이 아니라, 동네의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단골’이다. 단골은 서비스를 받고 돌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쌓고, 함께 성장하며,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는 존재다. 주민을 단골로 여기는 시선은 행정의 역할을 ‘제공자’나 ‘관리자’가 아닌 생활의 동반자로 전환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나이들어 간다.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사람마다 또는 시기마다 필요한 것이 달라진다. 출산과 육아, 교육과 진로 탐색, 취업과 이직, 실직과 재기, 병과 회복, 돌봄과 요양, 그리고 마지막까지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삶은 연속된 변화의 과정이고, 주민이 겪는 그 변화의 곁에 언제나 행정이 함께 있다.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태어남과 세상과의 이별도 행정 서류로 시작해 행정 서류로 마감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예방접종, 세금, 수수료, 혼인신고, 거주지 신고 등 중간의 세월에도 일상 속 연결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을 미리 살피고, 필요할 때 제때 연결해 주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능동적이고 세심한 행정으로 바꿔 가자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이 잘 돌아가려면, 주민을 한 번의 만족도로만 보지 않고, 오래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공청회 한 번, 만족도 조사 한 장으로는 주민의 삶의 리듬을 알 수 없다. 오래된 단골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로 그날 컨디션을 짐작하듯,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관찰이 중요하다. ‘돌봄’은 주민의 삶을 헤아려 필요할 때 먼저 손을 내밀고, 평소에는 곁을 지키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행정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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