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단골은 일상과 이어져 있다

손님과 단골의 차이는 뭘까?

by 먼소리뚜버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꾸려야 했다.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 간의 일들이 복잡해지면서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함께 지킬 규칙과 제도를 하나씩 만들었다. 그들은 그 땅의 ‘손님’이 아니라, 매일같이 드나드는 단골처럼 스스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갔다. 나중에는 이런 마을 공동체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공동체는 단지 제도나 규칙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그 마을과 도시의 성장을 함께 책임지는 주인이다. 이런 주민은 잠깐 들렀다가 가는 손님이 아니라, 삶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단골’에 가깝다.


‘단골’은 늘 정하여 놓고 거래하는 곳이나 손님을 의미하지만, 이는 단순히 거래 관계를 넘어선다. 주인장과 단골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눈빛만으로 서로의 필요를 알아채는, 신뢰와 애정이 바탕이 된 관계인 것이다. 눈인사만으로 안부를 묻고, 때로는 사소한 불만도 이야기하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도 한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주민은 그저 행정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변화의 방향을 함께 제안하고, 같이 실행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다듬고 채워나가는 동반자다.

그런데도 현실의 행정과 정책은 여전히 주민을 ‘잠깐 와서 서비스만 받고 가는 손님’처럼 대할 때가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 설문조사를 하고, 만족도를 체크하고, 행사와 홍보에 힘을 쏟지만, 정작 오래 함께할 관계를 만드는 데는 약하다.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선 행정은, 변화가 천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더 조급해하지 않고, 주민과 보폭을 맞춰 함께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문제든 단칼에 해결되는 법은 없다. 중요한 건 주민 스스로 “이 동네는 나의 일상과 이어져 있다”라고 느끼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예전 유럽 이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스스로 풀어 가며 공동체를 세웠듯이, 지금 우리도 이 지역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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