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6일차 20240522(수)
* 유럽여행 6일차 20240522(수) 캠핑 테멜 - 잘츠부르크 (미라벨정원-대성당-산성-잘츠강 유람선-모짜르트 생가)
평화로운 캠핑 테멜의 아침
이른 아침 캠핑 테멜은 사방이 물안개로 둘려 싸여 있었다. 알타우제 호수에서 피어오른 물안개에 엷게 가리워진 암벽산의 모습이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내 마음마저도 물안개에 촉촉히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캠핑장을 한 바퀴 둘러본 후 곧바로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장은 새로 지은 것처럼 깨끗하고 편리했다. 샤워장의 사슴뿔과 새 모양을 한 철재 옷걸이가 주인아주머니의 센스를 말해주는 듯 귀엽고 앙증맞았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두툼한 철재를 선호하는 듯하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고장이자 모짜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투어할 작정이다. 잘츠부르크는 이곳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에 있어서 일찍 출발하면 충분히 시내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찌감치 텐트를 걷고 짐을 꾸려 차 트렁크에 가지런히 쟁였다. 차로 여행하니 짐 보관이 수월한 것 같다.
이틀 동안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선물해 준 캠핑 테멜을 떠나려니 아쉬움이 많았다. 떠나기 전에 차에서 내려 기념사진으로 캠핑장 입구를 찍고 돌아섰다. 가족들과 꼭 다시 오고 싶고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캠핑장이다.
잘츠부르크 파노라마 캠핑장
차는 오래지 않아 미리 예약한 잘츠부르크 북부 지역에 있는 '파노라마 캠핑장'에 도착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텐트를 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잘츠부르크 시내를 구경할 생각이다. 캠핑장은 마을에서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큰 저택에 식당을 겸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식당과 캠핑장을 운영하는 눈치였다.
캠핑장 데스크에는 나와 같은 여행자가 많은지 시내 관광을 위한 지도를 겸한 캠핑장 전용 안내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체크인하면서 동네 아저씨 같은 직원에게 시내 가는 길을 물어보니 그 안내지를 보여 주며 자세히 길 안내를 해주셨다. 캠핑장에서 도보로 마을까지 들어가서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캠핑장과 마을 사이에는 넓은 초장이 놓여 있었다. 그 사이를 걸어 내려오는 기분이 상쾌했다. 마치 전북 고창군의 '청보리밭 사잇길'을 걷는 듯했다. 금방 마을에 접어들었는데 안내지에 표시된 곳에는 버스 정류장 같은 것은 보이질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주변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곳이 버스 타는 곳이 맞다고 하신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친절하셨다.
여행하는 동안 나는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한다. 대중교통만큼 현지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좋은 곳도 드물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얼굴의 표정까지도 눈치 안 보고 살펴볼 수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최대한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그곳의 모든 것을 직접 피부로 체감하면서 돌아 볼 작정이다.
버스는 점점 복잡한 거리로 들어가더니 얼마 가지 않아 넓은 광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이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잘츠부르크의 '관광 명소 1번지'인 미라벨 정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광장으로 접어들 때 눈에 확 들어왔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도 사람이 붐비는 곳에는 어김없이 맥도날드가 있는 것 같았다.
잘츠부르크를 관광하기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시내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모차르트 생가 입장, 산성을 오르는 푸니쿨라 탑승과 입장, 유람선 탑승 등 잘츠부르크의 모든 관광 명소를 프리패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도 저렴하다. 나는 물어물어 잘츠부르크역 안에 있는 카드 발매소(녹색 i)를 찾아가 24시간짜리를 30유로에 구입했다.
너무도 사랑스런 미라벨 정원
미라벨 궁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미라벨 궁정 입구로 걸어갔다. 마침 노란색의 '사운드오브 뮤직' 포스터가 입혀진 관광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영화 속 촬영 장소들을 둘러보는 관광 상품인 듯했다. 살짝 구미가 당겼지만 나에게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매표소를 찾으려 했으나 입구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었다. 입장은 무료였다. 그런데 입구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바로 미라벨 정원의 분수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길거리 얇은 담장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예쁜 정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분수대 정원은 원형 분수대를 중심으로 단정한 선과 부드러운 곡선을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하여 차분하면서도 시원한 공간미를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분수대 중앙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는 소녀 조각상은 정말 압권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소녀의 머리와 오른쪽 어깨 그리고 양손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새들의 입에서 가는 물줄기가 한 가닥씩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운지.
분수대 정원을 벗어나니 더 넓은 정원이 나타났다. 좌측으로 더 큰 분수가 멀리 산성과 대성당의 비취색 돔을 배경으로 힘차게 솟아나고 있었다. 아까 소녀상 분수대가 '서론'이라면 이곳은 '본론'인 것 같았다. 넓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분수대를 돌면서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하지만 마음만큼 현장의 느낌이 담기질 않아 결국 사진 찍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며 눈으로 그 이미지를 담아야 했다.
사람들이 우측으로 많이 몰리는 것 같아 눈치껏 따라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그 유명한 '페가수스 분수대'가 있는 게 아닌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 수녀와 아이들이 소풍을 나와 '도레미 송'을 부르며 걸어갔던 분수대로 유명한 곳이다. 앞발을 높이 든 날개 달린 페가수스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나에게 뛰어 내려올 것만 같았다.
분수대 주변 정원들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정원은 깔끔했고 심플한 듯 은은한 듯, 그러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바로크 양식이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원을 다 둘러본 후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대성당 돔과 산성이 보이는 쪽으로 향했다.
미라벨 정원 출구에도 페가수스 못지않게 역동적인 조각상이 양쪽에서 서로 팔을 뻗으며 마주서 있었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이곳 역시 '도레미 송' 장면에 나오는 명소이다.)
구시가지 투어
다음 행선지는 잘츠부르크의 2번째 명소인 '모짜르트 생가 박물관'이었다. 모짜르트 생가는 잘츠강 다리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 다행히도 대성당, 호엔잘츠부르크성 같은 명소들도 가까운 곳에 몰려 있었다.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모짜르트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에 도착할 때쯤에는 우산이 없이는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모짜르트 생가의 1층 잡화점으로 일단 비를 피해 들어갔다. 비가 그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우산을 하나 샀다. 우선 대성당과 산성을 둘러보고 잘츠강 유람선을 타보고 마지막에 여유 있게 모짜르트 생가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게트라이데는 거리의 멋진 간판들로도 유명한 잘츠부르크의 '핫플'이다. 명품 샆과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갬성' 넘치는 거리였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 근처에 모짜르트 생가가 있는 걸로 보아 모짜르트는 나름 '부잣집 도련님'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대성당으로 가는 거리는 비가 오는 중에도 고풍스러움이 짙게 묻어나는 건물들로 가득했다. 얼마 가지 않아 맞은 편으로 하얀 건물이 눈길을 끌더니 우측으로 갑자기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중앙에는 사람 형상의 조각상이 원반 물받이를 바치고 있는 제법 큰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분수대 사방으로 로마 트레비 분수의 말을 연상케 하는 네 마리의 역동적인 말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대성당의 좌측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닮은 것 같았고, 우측의 하얀 대리석의 탑은 바로크양식처럼 보였다. 사람들을 따라 하얀 아치 통로 쪽으로 향했다.
아치형 통로는 대성당의 파사드를 바라볼 수 있는 대성당 광장으로 나를 인도했다. 대성당의 앞에는 검정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육중한 느낌의 탑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얗고 심플한 성당 파사드를 배경으로 예술미 넘치는 검정 탑이 대조를 이루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파사드 맞은편에는 광장과 성 프란체스코 성당을 이어주는, 육중한 기둥의 3개의 높은 아치 회랑이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통로를 천천히 오가며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 풍경의 변화를 느껴 보았다. 그러고 나서 아치를 프레임 삼아 멋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시간만 더 있다면 엔틱한 분위기의 잘츠부르크의 거리거리, 골목골목을 걸어보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고풍스러운 거리 자체가 잘츠부르크의 매력이었다.
대성당 광장 뒤편으로 얼마 가지 않아 산성으로 오를 수 있는 푸니쿨라 탑승장이 있어 편리했다. 푸니쿨라가 산성을 오르는 사이 비도 그치고 흐린 하늘은 푸른빛을 조금씩 띠가 시작했다. 얼마나 행운인가? 푸니쿨라에서 내리니 한쪽은 하얀 원통형의 망루가 또 다른 쪽은 각진 망루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곳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잘츠부르크의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풍성한 잘츠강이 완만한 'S자'를 그리며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미라벨 정원에서부터 내가 걸어왔던 모든 곳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특히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맑은 하늘 아래 대성당의 비취색 돔은 조금전 우중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망루와 성벽을 따라 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야 비로소 산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산성 안에는 건물뿐 아니라 우물과 예배당과 자그마한 광장까지 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산성에는 여러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두었다. 산성 남쪽으로 난 테라스에서는 잘츠부르크 평야 지대를 넘어 멀리 알프스 산지의 설산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잘츠강 유람
산성의 절경에 정신이 팔려 그만 유람선 운행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조금 전 비로 인해 잘츠강 유량이 불어나 유람선 관람이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모차르트 생가 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는 4시 배를 타야만 했다.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 대성당에서부터 유람선 선착장까지 거의 달리다시피 했다. 다행히 불어난 물로 인해 유람선이 연착되어 탑승객들은 아직 줄 서 있었다.
원래 6시까지 운행을 하는 유람선이 오늘은 비로 인한 연착으로 인해 이번이 마지막 운행이란다. 유람선은 사람들을 금방 내려놓더니 새로 탑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잘츠부르크 카드'만 믿고 줄 끝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탑승하려는데 하얀 유니폼을 입은 잰틀해 보이는 남자 승무원이 탑승권을 구매해 와야 한다며 승선을 막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잘츠부르크 카드'로 선착장에 있는 매표소에서 탑승권을 사서 탑승해야 하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매표소를 달려갔다. 그런데 마침 부스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행여 나만 남겨두고 배가 떠날까 봐 다시 승무원에게 달려가 부스에 아무도 없다며 그냥 타면 안 되겠느냐고 사정해 보았다. 그때 마침 판매원 아가씨가 부스로 돌아온 것이었다. 다시 달려가 정신없이 표를 받아서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만 급하게 움직였지 선장이나 승무원이나 매표소 판매원 모두 여유롭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 다급해지니 나도 모르게 한국 방식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절차대로 안전하게 일 처리를 하는 듯했다.
유람선은 멋진 유니폼 차림의 젊은 금발의 여성 선장님이 키를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방이 통유리창으로 둘린 유람선은 잘츠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강에서 바라보이는 도시 풍경을 선보였다. 조금 전 갔다 온 산성과 대성당의 돔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는 도심을 벗어나자 멀리 알프스 산지의 설산들이 강줄기 끝으로 펼쳐졌다. 주변이 숲으로 우거진 어느 곳에서 배는 기수를 돌렸다.
유유히 흘러가던 유람선은 어느덧 출발했던 다리까지 다시 돌아왔다. 배는 다시 선회해서 선착장에 배를 대야 했다. 배를 멈춘 여성 선장이 안내 방송을 통해 인사를 하면서 감사의 뜻으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단다. 그러더니 모짜르트 음악과 함께 배를 강 위에서 회전시키는 것이었다. 강물 위 보트 안에서 우아한 모짜르트의 교향곡과 함께 잘츠강변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풍성한 나무들 그리고 푸른 하늘과 구름으로 채워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잘츠부르크를 회전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를 온몸으로 감상하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그렇게 세 번에 걸쳐 배를 회전하며 잘츠강 여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유람선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모짜르트 생가 박물관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이라 박물관 관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시가 훌쩍 넘은 시각, 안타깝게도 박물관 입장은 마감이었다. 아쉬워도 어쩌겠는가. 1층 입구 계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노을 지는 잘츠부르크
오늘 하루 모짜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미라벨 정원의 예쁜 분수들과 잘 단장된 꽃과 나무들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성당과 산성의 뷰도 환상적이었다. 비가 왔어도 아름다운 매력을 숨길 수 없는 구시가지의 거리와 예술적인 대성당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 경험하는 유럽의 산성도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놓칠 뻔했던 유람선 투어는 여유로웠고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다. 정말 숨 가쁘게 돌아보았던 잘츠부르크, 너무 짧은 시간에 유서 깊은 도시를 수박 겉핥듯 돌아 본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외곽에 있는 캠핑장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캠핑장 푸른 초원 너머로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잘츠부르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의미한 '3인칭의 세계'였던 잘츠부르크가 오늘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2인칭의 세계'로 새로 편입되었다.
매력적인 연인 같은 잘츠부르크, 다시 만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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