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5일차 20240521(화)
* 유럽여행 5일차 20240521(화) 할슈타트 투어
캠프 테멜에서 할슈타트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10시 이전에 가야 마을 내에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드아우시라는 동네를 돌아 코펜스트라쎄 라는 가파른 산길을 넘어가야 했다. 이른 아침 울창한 숲속 도로를 전세 낸 듯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이런 재미를 위해 내가 비싼 비용 들여 차를 렌트했지!'하며 맘껏 울창한 나무숲 사이를 여유롭게 드라이브했다. 오른쪽으로 험준한 산 능선이 길을 같이했다. 마치 설악산 서북능선을 보는 듯했다. 드디어 할슈타트 도착! 비엔나에서 주차하는 법을 배웠으니, 여유 있게 버튼을 누르고 티켓을 뽑아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처음 맞이하는 것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시원하고도 힘찬 개울물이었다. 어떤 집은 바로 옆에 좁은 개울을 끼고 있기도 했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동네도 골목길을 따라 집집마다 고랑에 물이 흘러갔던 게 기억이 난다. "그렇지! 인간에게 물은 생명줄이지."
할슈타트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었다. 작은 마을이 호수를 앞에 두고 가파른 경사지에 형성되다 보니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앙증맞은 이 동네도 역시 오래된 복음교회가 그 중심에 있었다. 앗! 그런데 그 교회 바로 위쪽으로도 범상치 않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건물 꼭대기에 십자가가 보였다. 귀족의 집이거나 관공서 건물이 아닐까 싶었다. (되돌아오는 길에 보니 천주교 성당이었다. 구글 지도에 '산속의 마리아'라는 성모승천 성당이라고 나온다.)
교회를 조금 못 미쳐서 아주 자그마한 광장이 있었다. 분수는 아니지만 시원한 물이 돌로 된 물통으로 쉼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크진 않지만 광장에 잘 어울리는 멋진 탑이 있었다. 탑에 새겨진 글씨가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 AI 앱에 물어보니 '삼위일체 하나님 알파와 오메가…' 뭐 그런 문구들이었다. 교회의 '삼위일체탑'인 것 같았다. 한쪽 호숫가에서는 고니들이 깃털을 가다듬고 있었다. 어쩜 목이 고무호스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지 참 희한했다.
좁은 길을 따라 시골 농가들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덧 할슈타트 전망대에 도착했다. 달력에 자주 나오는 바로 그 포토존이었다. 하늘 위로 아주 늘씬하게 솟은 고딕양식의 교회를 중심으로 할슈타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할슈타트는 아쉽지만 여기가 끝자락이었고 갔던 길을 되밟아 와야 했다. 그런데 우측 오르막 계단으로 사람들이 보였다. 계단이 살짝 귀찮아서 그냥 지나칠까도 했지만 '위쪽에 혹 멋진 풍경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계단은 얼마 못 가서 나를 어떤 공동묘지로 이끌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까 교회에서 올려다 보였던 큰 건물이 천주교 성당이었고 지금 나는 그 성당에 딸린 묘지에 들어선 것이었다.
바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성당의 묘지는 참으로 평화로웠고 이상적인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음 후 이렇게 평온한 호숫가라! 갑자기 이런 곳에 묻히신 분들이 '급' 부러워졌다. 말 그대로 이곳이라면 '영원한 안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사족 같기는 하지만 짧은 역사 지식에 의하면 종교개혁 이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대가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의 갈등이 심했던 곳으로 안다. 우리나라 해방 직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이념 갈등'보다도 더 심한 '종교 갈등'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많았었다. 이렇게 구교(천주교)와 신교(개신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까지 많은 댓가를 치른 것이다. 할슈타트, 너는 아니었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