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4일차 20240520(월)
* 유럽여행 4일차 20240520(월) 비엔나 - 다흐슈타인 - 캠핑 테멜
다흐슈타인에서 트레킹하기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은 여행자의 숙명일 것이다. 화려한 여인과도 같은 비엔나를 뒤로하고 할슈타트를 향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할슈타트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그만큼 관광객으로 붐비다 보니 차를 이용하는 경우 늦어도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해야 시내 공용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는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붐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알프스 설산을 구경하며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해발 2,995m의 다흐슈타인 파노라마 전망대를 먼저 방문하고 할슈타트 마을은 내일 일찍 찾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다흐슈타인 전망대는 안수지님의 유튜브와 '유럽 캠핑 30일' 책에서 정보를 얻었다. 감사!)
할슈타트를 그냥 통과해서 도착한 다흐슈타인 전망대 곤돌라 승강장은 정말 조용한 숲속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곳이 맞나?' 할 정도였다. 중턱 능선에 위치한 승강장에서 한번 환승을 해서 올라가는 동안 키 크고 울창했던 나무들은 점점 사라지고 키 낮은 관목들과 눈에 덮인 산봉우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 전망대 승강장의 출구를 나오는 순간 드넓은 설산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법한 알프스산맥 자락의 능선과 산 정상들이 파란 하늘 아래 구름을 배경으로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그동안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날씨까지 맑아 시계가 거의 무한대였다. 정말 계 탄 날이 아닐 수 없다.
벌써 시간이 12시 40분이 지나고 있었다. 비엔나에서부터 내리 달려 온 차라 시장함과 피곤함이 찾아왔다. 전망대에는 잘 갖춰진 레스토랑이 있어 치킨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 풍경에 어찌 맥주 한 잔을 안 할 수 있겠는가? 멋진 설경 파노라마를 앞에 두고 오랜만에 힐링 되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비엔나에 비하면 가격도 착했다.)
20분 정도의 트레킹 코스는 유모차도 끌고 다닐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는 말 그대로 360도 사방팔방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트레킹 코드 끝에 위치한 밑이 훤히 비추는 철재 구조물로 된 '파이브핑거스 전망대'는 할슈타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간신히 몇 초 동안 서 있다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무서워라~!
산 정상 부근에는 십자가를 높이 내건 돌로 지어진 대피소가 굳건하면서도 단아하게 서 있었다. 과거 수많은 산악인이 비바람과 눈보라를 피해 이곳에 몸을 의탁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눈보라 속에서 저 십자가를 발견한 사람에게는 풍랑 속 등대처럼 말 그대로 구원의 십자가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캠핑 테멜에서 힐링하기
설산과 만년설 구경을 뒤로 하고 오늘 묵을 캠핑 테멜로 향했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였으나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 돌아서 시간이 꽤 걸려서야 도착했다.(이 곳 역시 안수지님 유튜브 참고함) 50대쯤 되어 보이시는 키 크고 덩치가 좀 있어 보이는 호스트 아주머님이 맨발로 나와서 여권과 숙박 명부 작성을 요구했다. 그런데 내가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걸 아시더니 자기가 BTS를 좋아한다고 하시며 11월에 딸이랑 한국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BTS를 아시냐고 물으니 자기 딸이 BTS를 너무 좋아해서 알게 됐는데 자기도 좋아하게 됐단다. 이 산골에 계시는 오스트리아 아주머님까지 BTS를 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BTS는 정말 세계적인 스타구나! (한국 돌아가면 하이브 주식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스트 아주머니는 캠핑장 시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고 맨발로 텐트 칠 자리까지 와서 안내를 해주었다. 텐트를 치고 캠핑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호스트 아주머님처럼 맨발로 풀밭에 다리를 쭉 뻗으니 그제야 평온한 주변 경관이 차분하게 눈과 마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풀벌레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리고 이쪽 산과 저쪽 숲에서 우는 새들 소리도 들린다. 야~! 참 좋~다~!
캠핑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원하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한식을 간편식으로 해 먹을 수 있었다. 햇반에 소고기 볶음고추장을 참기름과 함께 비비고 김과 신라면까지! 한국에서 먹던 것에 비하면 별거 없었지만, 허기 이상의 뭔가가 채워지는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 캠핑 테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