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26일차 20240611(화) 뮌헨-린츠-Asten
* 유럽여행 26일차 20240611(화) 뮌헨-린츠-Asten
* Promenadenpark(파노라마 공원) - Mozarthaus(모짜르트하우스) - Hauptplatz Linz(린츠 광장) - 도나우강 - 구대성당 - 자비형제교회와 마리엔성당(신대성당)
뜻밖의 도시, 린츠
뮌헨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린츠로 향했다. 출국일까지 하루의 여유가 있었고 출국 비행장인 비엔나까지 하루에 가기에는 너무 멀었기에 중간에 한 곳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린츠는 3주 전에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를 향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오스트리아 3대 도시 중 하나이다.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생소한 도시었다. 린츠 근교 마을에 숙소를 예약하고 관광 명소가 몰려있는 린츠 구시가지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도보로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AI 앱의 도움을 받으니, 린츠에는 구대성당, 모차르트 하우스, 메리엔성당 등이 주요 관광 명소로 나왔다. 처음 가는 도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왠지 설렜다.
린츠는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현대화된 도시였다.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멋진 건물과 깨끗한 거리가 반겼다. 구글 지도를 따라 가장 가까운 모차르트 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너무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리를 따라 출입구에 멋진 문양을 한 크고 긴 건물들이 이어졌다. 검정 바탕에 금빛 눈금과 바늘을 한 시계탑 위로 팔각 돔 모양의 첨탑 꼭대기에 금빛 문양으로 장식한 근사한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밀라노 비토리오 갤러리아의 검정 배색을 연상케 했다. 거리를 걷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구글 지도에 '린츠 파노라마 공원'이라는 거리에 정신이 팔려 그만 모차르트 하우스로 접어드는 길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던 길을 되돌려 시계탑 건물을 관통하는 샛길로 모차르트 하우스 앞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모차르트 하우스는 하얀색의 아치 회랑으로 연결된 전형적인 사각형의 저택이었다. 모차르트 고향은 잘츠부르크이고 활동 무대는 비엔나인데 린츠에 난데없이 모차르트 하우스라니 조금 의아했다. 알고 보니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로 돌아가던 모차르트가 이곳 백작의 초대로 머물면서 며칠 만에 '린츠'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사연이 깃든 곳이었다. 시간 관계상 내부 투어는 생략하고 구대성당을 찾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구대성당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좌측으로 넓은 광장이 나왔다. 이야~!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도시 풍경을 마주하였다. 직사각형의 긴 광장은 분수대와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금빛의 삼위일체 탑이 자리 잡고 있었고 트램 철길과 도로가 광장을 가로질러 너머의 도나우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건물들은 화이트를 기본으로 각기 다른 파스텔톤 색상으로 배경을 이루었고 단조로움을 깨기라도 하듯 금빛과 붉은색이 가끔씩 내 눈을 놀라게 했다. 수수한 듯하면서도 작은 임팩트를 잊지 않는 잘 짜여진 아름다움이랄까? 한 폭의 그림 같은 동화 속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가던 발길을 돌려 광장의 삼위일체 탑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다리 위에서 근사한 도나우강 유람선도 구경하고 '린츠 예술 대학교'를 관통하며 둘러보기도 하였다.
린츠 구대성당과 쇼핑몰 거리
광장에서 구대성당은 지척이었다. 구대성당의 쌍 시계탑은 린츠의 랜드마크임에 틀림없었다. 화이트와 민트색 배색에 검정 시계와 짙은 갈색 팔각 돔 위에 금빛 십자가를 하고 나란히 서 있는 쌍탑은 도심 어디에서도 눈에 띄었다. 안타깝게도 성당 내부를 둘러볼 시간은 없었고 무엇보다도 오후 3시가 넘어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구글 지도를 보고 있는데 근처에 맥도날드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바로 맥도날드로 향했다. 마침 2층 맥도날드 창가에 자리가 나서 바깥 거리를 내다보며 버거 세트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는데 자세히 지켜보니 이곳이 린츠의 '핫플'이란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맥도날드 앞 분수대가 있는 작은 광장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오갔고 크고 작은 거리를 따라 패션샆과 쇼핑몰,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오늘도 운 좋게 명당에서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늘 마지막 행선지인 마리엔성당이었다. 배가 든든해서인지 발걸음마저 여유로워졌다. 어차피 처음 가는 길들이라 대충 방향을 잡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마침,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앳된 한 무리의 학생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쇼핑몰로 접어들게 되었다.
쇼핑몰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아주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이었다. 하얀색 기둥들과 통유리로 된 샆들이 계속 이어졌다. 천장은 긴 돔 형태의 하얀 프레임으로 덮어 채광과 공간미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마치 밀라노의 비토리오 갤러리아의 천장 아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같았다) 'ㄱ'자로 꺾여있는 '린제리(Linzerie) 쇼핑몰'은 원래 오래된 건물들 사이 거리와 작은 광장이었던 곳을 덮어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으로 보였다. 쇼핑몰 출구를 벗어나니 또다시 고풍스러운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 마치 마법의 세계를 통과해 온 것 같아 정신이 어리둥절했다.
형제교회와 신대성당
쇼핑몰을 벗어나니 멀리 성당의 첨탑이 보였다. 첨탑을 등대 삼아 걸어가니 얼마 가지 않아 마리엔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당으로 접어들기 전에 특이하게 오목한 노란 파사드를 한 교회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자비 형제의 교회 (Kirche der Barmherzigen Brüder)'라고 나와 있었다. 대체로 '형제 교회'라고 하면 청빈한 삶을 살면서 가난한 이웃을 돕는 교파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뒤로 돌아 마리엔성당으로 향했다.
1924년에 완공된 신대성당은 멀리서 봐도 준수하고 힘이 느껴지는 고딕양식의 성당이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둥근 기둥들과 조금 뾰쪽한 아치를 교차시켜 더 높게 느껴지는 천장과 살아있는 골조의 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딕양식의 특징인 아치형의 길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이 양쪽 기둥 사이마다 그리고 전면 제단을 둘러서 성당에 빛을 제공하고 있었다. 낮은 조도 탓인지 성당 특유의 엄숙함에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 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성당답게 오르간 파이프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오래된 성당들만 보고 다녔는데 준수한 새 성당을 보는 즐거움이 새로웠다.
딱! 내 스타일, 린츠
신대성당을 돌아본 후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파노라마 공원으로 돌아왔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주변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거리를 다시 둘러보았다. 오전에 지나갈 때까지만 해도 인지하지 못했던 구대성당의 시계탑이 건물들 너머로 눈에 들어왔다.
비록 오늘 짧은 시간 린츠를 돌아보았지만, 오스트리아의 예술성을 다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린츠의 건물들에서는 독일이나 스위스의 건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예술미와 세련됨이 짙게 묻어났다. 심지어 원조 격인 이탈리아의 건축보다도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린츠의 건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와 현대가 아름답게 조화된 린츠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린츠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아마도 내가 린츠에 태어났다면 화가가 되었거나 건축가가 되지 않았을까? 신토불이라 했던가? 서양의 많은 음악가들과 화가들이 이런 문화적 토양을 먹고 자랐기에 위대한 예술성을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미술을 공부하는 둘째 딸도 린츠에서 유학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다.
린츠, 다음에 꼭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은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