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18일차 20240603(월)
* 유럽여행 18일차 20240603(월) 베로나-(밀라노)-심플론 고개- 인터라켄 (TCS Camping Bönigen Brienzersee)
이탈리아를 뒤로 하고 스위스로 향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 에르베 광장 같은 명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 완주해야 할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여정이 만만치 않았다. 어제의 아레나 감상만으로도 감사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곧바로 스위스를 향해 출발했다. 베르가모, 밀라노를 지난 차는 험준한 풍경을 향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비싼 스위스 물가를 고려해서 국경을 넘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가득 채웠다. (참고로 기름값은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순으로 비쌌다) 멀리 구름 속에 갇힌 알프스의 산들이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을 예고하고 있었다.
스위스 설산을 배경으로 점심을 먹다
이탈리아-스위스 국경을 통과하자 본격적으로 산세가 가팔라졌다. 높은 산 아래 계곡을 따라 'U'가에 가까운 커브 길을 연신 돌아가야 했다. 다행히도 스위스의 도로 상태는 이탈리아보다 훨씬 양호했다. 한 차례의 커브 길들을 돌아 골짜기를 벗어나 완만한 길을 오르는데, 오른편에 휴게소가 눈에 들어와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차에서 내리니 신선하지만 제법 거센 산바람이 걸음을 막아섰다.
휴게소에는 편의점이나 주유소 같은 것은 없었다. 아주 깔끔한 화장실과 잔디밭 큰 바위 옆에 끊임없이 샘솟는 음수대 하나와 돌 테이블 두 개가 전부였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한 푸른 나무들과 노란 꽃들이 흩뿌려진 풀밭이 스위스에 들어섰음을 실감 나게 했다. 사람 한 명 없는 넓은 공간을 전세 내어, 설산을 배경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1유로도 하지 않는 큼직한 크루아상과 도시락통에 싸 온 밥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 먹었다. 바로 옆 음수대에서 샘물을 받는 동안 거센 바람에 테이블 위 참기름병이 쏟아지고 음식물이 날아가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새 힘이 절로 났다. 구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이곳은 '심플론 고갯길'이었다.
자동차 열차로 알프스를 관통하다
구름 속에 갇힌 심플론 고갯마루를 넘어선 차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놨다 하며 알프스 능선과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다. 이곳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였다. 동쪽으로 가면 또 한 번 산맥을 넘어 돌아가야 했고 서쪽으로 가면 자동차 열차를 타고 터널로 산맥을 관통하여 지름길로 갈 수 있었다. 시간도 단축되지만 자동차 열차를 어떻게 타는지도 궁금해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침 기차 출발 시간이었고 마지막으로 탑승하게 됐다. 열차에 탑승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플랫폼과 화물칸 사이를 연결하는 덮개가 있어 차를 몰고 그대로 기차에 드라이브-인 했고 역무원이 덮개를 접어 올리자, 열차가 출발했다. 열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에 진입했다. 옆면은 벽돌이고 천장은 콘크리트로 된 넓지는 않지만, 충분한 폭의 터널 속을 15분여를 계속 달렸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철길은 깎아지는 절벽을 따라 목조주택들이 듬성듬성 있는 좁은 평지를 따라 내려갔다. 산 정상은 구름에 잠겨 가늠할 수 없었고 수십 미터에 달하는 하얀 물줄기들이 절벽 이곳저곳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절경을 열차 화물칸 위 자동차 안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브리엔츠 호수를 산책하다
인터라켄에 좋은 캠핑장이 많지만, 오늘 나는 브리엔츠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한 '브리엔츠 TCS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텐트를 치고 나니 브리엔츠 호수를 감싸고 있는 로트호른 능선으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는 더 늦기 전에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조금 걷자마자 넓은 호수와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부두가 나타났다. 해지는 저녁녘에 잔잔한 호수를 산책 나온 몇몇 청년들과 함께 말없이 감상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에 코펠 한 솥 가득한 밥에 누룽지까지 뚝딱 해치웠다. 이보다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스위스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되어 설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