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브리엔츠 호수와 그린델발트

* 유럽여행 19일차 20340604(화)

by 오십아재 싸묵싸묵

* 유럽여행 19일차 20340604(화) 인터라켄 동역-브린츠호수 유람선-마이린겐역-인터라켄 동역-그린델발트-아이거그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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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프라우 여행시 주의 사항


1. 융프라우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융프라우 VIP 패스'가 필수적이다. 주의할 점은 한국에서는 사전 예약 할 수 없고 동신항운(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사이트에서 할인쿠폰을 미리 출력하여 인터라켄 현지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 VIP 패스는 개시 일자부터 연속한 날짜 동안 사용하는 티켓이므로 구매 시 '사용 시작일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 발권 가능 역 : 인터라켄 오스트(동역), 빌더스빌,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터미널, 라우터부룬넨 등 융프라우 지역 역(인터라켄 웨스트 역 제외)


2.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기 전에 'MeteoSwiss'와 같은 현지 일기예보 앱을 이용하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산악지형의 날씨를 확인하자. 그렇지 않으면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도 구름 속에서 아무것도 못 보고 내려와야 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곤돌라 터미널 또는 기차역의 매표소 직원과 같은 믿을 만한 현지인에게 안내받는 것을 추천한다.


3. 정상으로 올라가는 '아이거그렉쳐-융프라우요흐' 구간 좌석은 예약이 필수이다. VIP 패스 소지자는 기차, 유람선, 버스 이용이 무제한이지만 이 구간만큼은 한 번만 이용할 수 있으니 예약 시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브리엔츠 호수 아침 산책을 하다

SE-ee4288dc-6cd2-45b4-832d-fc49989d1db6.jpg?type=w1 브리엔츠 호수
20240604_104909.jpg?type=w1 브리엔츠 호수와 구름낀 로트호른 능선


'브리엔츠 TCS 캠핑장'의 아침이 밝았다. 화창한 날씨에 어제저녁 산책했던 브리엔츠 호숫가로 다시 나가 보았다.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호수 건너편 끝자락까지 내다보였으며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물빛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호수를 병풍처럼 두르고 서 있는 산릉선을 따라 하얀 구름 띠가 신비롭게 일자로 브리엔츠에서 이곳 인터라켄까지 뻗어 있었다. 조용한 아침, 너무도 푸르고 빛나는 풍경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첫째 목표인 '융프라우산에서 만년설을 보겠다'라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전 계획을 잘 세워야 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융프라우산 지역이 내일과 모레 맑을 것으로 나왔다. 그럼, 오늘은 '융프라우 VIP패스'를 끊어서 호수 주변을 투어하고 나서 오후엔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인 그린델발트로 '재입성'하기로 일정을 세웠다.


브리엔츠 호수를 가로지르다

20240604_142824.jpg?type=w1 인터라켄 동역 전경
20240604_142911.jpg?type=w1 인터라켄역의 자전거 주차장


인터라켄은 영어로 풀이하면 'Inter'와 'Lake'의 합성어로 '호수 사이에 낀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국으로 치면 '양호리' 또는 '쌍호리' 정도 될 것 같다. 루체른에서 발원한 아레(Aare)강이 브리엔츠 호수로 흘러 들어오고 인터라켄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여 튠 호수로 빠져나가고 스위스 연방의 수도인 베른까지 이어진다. 융프라우로 들어가는 산악기차로 환승하는 기차역과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각종 대형 마트와 숙박시설이 즐비한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여행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다.


인터라켄 오스트역(동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역내 매표소에서 동신항운 할인쿠폰과 여권을 보여주며 4일짜리 VIP패스를 구매했다. 4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지만 스위스 물가를 생각하면 절대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은 자동차, 자전거 주차장이 바로 붙어 있고 버스정류장과 선착장도 걸어서 바로 환승할 수 있었다. VIP패스를 사자 마자 역사 뒤편으로 바로 연결된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침, 브리엔츠로 향하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선을 시작했다.


20240604_115859.jpg?type=w1 선착장을 벗어나는 유람선
20240604_131247.jpg?type=w1 브리엔츠 유람선의 스위스 깃발
20240604_131834.jpg?type=w1 유람선에서 바라본 설산


유람선은 세계 각국에서 온 다국적 관광객들로 채워졌다. 특히 중동에서 온 듯한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이 눈에 띄었다. 오일머니의 위력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로 적지 않았다. 실내 객실도 있었지만, 후미의 실외 벤치에 앉아서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갔다. 배 후미에는 큼직한 빨간 바탕, 하얀 십자가의 스위스 국기가 매달려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그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많이 찍었다. 마침, 한국에서 직장을 잠시 쉬는 동안 여행 온 젊은 여성분들이 있어 사진을 찍어 주며 안면을 텄다. 먼 타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 여성 동지분들은 두 번째 선착장에서 하선하였다. 어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폭포가 있다며 그곳에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에서 그런 정보들을 찾은 건지. 확실히 여성분들은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게 여행의 중요한 목적인 것 같다. 반면, 나의 경우는 최대한 멀리까지 가봐서 지경을 넓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여성분들을 내려 준 유람선은 얼마 가지 않아 브리엔츠에 입항하였다. 부두를 걸어 나오자마자 바로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승차하였다. 인터라켄 동역과 마찬가지로 기차역과 선착장들이 바로 붙어 있고 출발 시간도 바로 연계되어 아주 편리했다. 승차한 기차는 곧바로 마이린겐역을 향해 출발했다. 기차는 지붕까지 투명 통창으로 되어 있어 쾌적하고 주변 풍경을 내다보기에 좋았다. 높은 산과 맑은 하늘을 갖고 있는 스위스에는 아주 적합한 기차였다.


20240604_132856.jpg?type=w1 마이린겐 가는 철길 따라
20240604_135258.jpg?type=w1 마이린겐 초장
20240604_134304.jpg?type=w1 마이린겐의 풍경


브리엔츠에서 마이린겐까지는 산맥과 산맥 사이의 가늘고 긴 분지였다. 잘 정비된 수로를 따라 빙하수가 넘칠 듯이 흘러가고 양옆으로 푸른 초장이 축구장처럼 펼쳐져 있었다. 마이린겐은 긴 분지의 끝자락에 있었고 그 앞은 깎아지는 험준한 산들이 가로막고 있는 마을이었다. 주변의 설산들을 구경한 후에 다시 인터라켄 동역으로 가는 기차 편에 올랐다. 돌아올 때는 브리엔츠 호수를 왼편에 두고 깎아지는 산자락의 작은 마을들을 하나씩 경유하고서야 동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기차를 이용해 아주 편리하고 안정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산악지형과 기후에는 기차라는 교통수단이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델발트에 재입성하다

20240604_150726.jpg?type=w1 다시 찾는 그린델발트
20240604_160559.jpg?type=w1 구름 걷히는 아이거북벽
20240604_153507.jpg?type=w1 다시 찾은 캠핑장


지난 5월 24일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찾았다가 아이거북벽도 못 보고 '작전상 후퇴'를 해야 했던 그린델발트에 열흘이 지나서 다시 넘어 들어왔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아이거북벽이 구름이 걷히면서 그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앗~싸 됐다!'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지난번에는 흐린 날씨에 아이거산 허리도 안 보일 정도로 구름이 낮게 깔렸었는데 지금은 아이거북벽 꼭대기까지 구름이 올라가 있었고 아이거의 칼날 능선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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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스트 방면 풍경 / 설산을 배경으로 풀 깍고 있는 아저씨
SE-b4df7eae-f490-4fef-bc2f-33c6465b1e03.jpg?type=w1 아이거를 지나가는 아이거익스프레스


SE-7923d309-4f88-4e23-8764-3097336d9c14.jpg?type=w1 그린델발트 마을 풍경
20240604_161934.jpg?type=w1 그린델발트 마을 풍경


지난번에 1박을 했던 '아이거북벽 캠핑장'에 다시 체크인하여 서둘러 같은 장소에 텐트를 쳤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오늘은 일단 맛보기로 아이거익스프레스를 타고 아이거그레쳐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빨리 올라가고 싶어서 그린델발트에 접어들 때부터 마음속 한구석이 계속 근질근질하던 차였다.


그린델발트 터미널까지 도보로 15분 거리. 산 위의 기상을 알 수 없어 윈드스탑퍼(Windstopper)를 덧입고 넓은 창으로 둘린 등산 모자를 썼다. 이때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트레킹화를 꺼내 신고 등산용 스틱을 챙겼다. 조금 높은 지대의 캠핑장에서 터미널로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보이는 그린델발트는 열흘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을로 변해 있었다. 화창하게 개여 구름이 걷혀 올라간 마을 위로 수백 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기암절벽들이 치솟아 있었고 그 위에는 여전히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산 아래 푸른 나무와 풀밭 사이로 듬성듬성 자리한 나무집들과 웅장한 산들과 파란 하늘을 장식한 이불 솜 같은 구름이 서로 대비되어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곤돌라 시간에 쫓겨 속보로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나아가야 했다. (그중에 그림 같은 인생샷을 여럿 건질 수 있었다)


SE-6addbfe9-1f70-42b1-a83f-4e4414a6bc7f.jpg?type=w1 그린델발트 (우거진 수풀)
20240604_163714.jpg?type=w1 곤돌라에서 내려다 본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터미널은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했고 넓고 현대적이었다. (2020년12월 개통함) 20명도 넘게 탑승할 수 있는 큰 곤돌라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여선지 큰 곤돌라를 혼자 전세내어 타고 올라갔다. 곤돌라에서 내려다 보는 그린델발트는 왕관의 중앙자리처럼 주변에 많은 산정상에 에워 싸인 완만하게 펼처진 고원지대었다. 튼튼해 보이는 아이거익스프레스 곤돌라는 15분만에 나를 해발 2300미터 아이거그렉쳐에 내려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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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북벽 능선 아랫자락의 기암절벽


아이거그렉쳐 역시 견고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구조물이었다. 이곳에서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올라오는 산악기차로 갈아타면 바로 융프라우 정상과 만년설 빙하를 감상할 수 있는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갈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다 건물 밖 야외 전망대로 나가는 문을 발견했다. 건물 밖으로 나서니 신발이 박히는 정도의 눈밭이 있었고 날씨는 그사이 변하여 짙은 구름이 아이거그렉쳐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갑자기 소뿔 모양을 한 '거치른' 기암절벽 한 쌍이 장승처럼 버티고 서서 나를 맞이했다. 대자연의 원초적인 날것의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잘려 나간 산릉선의 뼈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거북벽 입구를 지키는 이 장승들이 '네 정성에 감복하여 입산을 허하노라!'라고 말하는 듯했다.


20240604_181129.jpg?type=w1 캠핑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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