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여행 20일차 20240605(수) 융프라우요흐
* 유럽여행 20일차 20240605(수) 그린델발트-아이거그레쳐-융프라우요흐(스핑크스 전망대)
드디어 버킷리스트를 지우다
오늘을 위해서 유럽 여행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알프스의 만년설을 직관하기 위해 이번 여행을 감행했었다. 열흘 전 5월 중순에 1차 그린델발트에 왔었지만, 흐린 날씨에 융프라우는커녕 그보다 동생인 아이거산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탈리아로 발길을 돌렸었다. 6월 초에 접어든 현재 스위스 일기예보 앱 MeteoSwiss에 의하면 오늘과 내일이 맑음이고 그 이후로는 다시 흐린 날들이 이어진다.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융프라우 정상의 기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예측을 잘해서 올라가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아침 8시,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향했다. 어제 터미널에서 미리 티켓 예약을 했는데 티켓판매원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개인 스마트폰의 시간대별 일기예보까지 보여주면서 아침 9시 이전에 출발할 것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구름이 높아 주변 산 정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다행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아이거익스프레스는 혼자 탑승해서 여유롭게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어제 답사 겸 왔었던 아이거글레처에 도착했다. 스핑크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융푸라우요흐행 산악기차로 환승해야 한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어제처럼 전망을 감상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섰다. 햐~ 이럴 수가! 어제 구름에 가려진 아이거북벽의 소뿔 모양의 깎아진 기암절벽까지만 보여서 거기가 마치 정상인 것처럼 보였었는데 오늘 보니 그 위로 하얀 설산의 가파른 능선이 한참 이어져 있었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산악열차는 아이거북벽 능선 아래로 뚫은 터널을 따라 20분 정도를 달려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했다. 역과 스핑크스전망대 사이는 암반을 깎아 만든 공간에 빙하박물관,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어 작은 테마파크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자연환경을 활용해서 사시사철 관광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하고 개발한 스위스 사람들에게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핑크스 전망대(해발 3,571m)에 올랐다.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끝없는 시계를 선사해 주고 있었다. 전망대는 융푸라우 정상 바로 밑에 위치했고 남쪽 빙하를 바라보고 서면 오른쪽에 융푸라우(해발 4,158m), 좌측으로 묀히(해발 4,107m)와 이이거(해발 3,967m)가 동생들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남쪽 좌우로 설산들이 끝없이 뻗어 있고 정면으로는 그 장엄한 설산들 사이로 그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거대한 빙하가 하얀 호수와 같이 수십 킬로에 걸쳐 달려가고 뒤편으로는 푸르른 산과 땅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어 한눈에 다 담을 수가 없다. 햐~ 드디어 왔다! 30년 전에 아주 멀리 필라투스산에서 바라만 보고 돌아섰던 그 알프스의 설산 위에 지금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이로써 가장 크고 굵은 폰트의 버킷리스트를 지울 수 있게 됐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꼭 먹고 간다는 컵라면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니 벌써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체류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엄격하지는 않는 것 같다.) 12시 17분발 산악기차를 타고 오늘의 두 번째 목표인 산악트레킹을 하기 위해 클라이네샤이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