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스위스 속으로, 베른 투어

* 유럽여행 22일차 20240607(금)

by 오십아재 싸묵싸묵

* 유럽여행 22일차 20240607(금) 그린델발트-인터라켄 동역-서역-베른(아웃도어 샆, 감옥탑, 연방궁전, 뮌스터 테라스, 베른 대성당, 아레강 공원)-인터라켄 동역-캠핑장TCS

아레강에서 바라본 스위스 연방 궁전
기차로 베른까지
베른 씨티 투어


그린델발트에서 베른까지

그린델발트를 떠나며
튠 호수


이틀간의 '성공적인' 산악 트레킹으로 휴식이 필요했다. 융프라우 만년설을 보기 위해 넉넉히 '4일짜리 융프라우 VIP패스'를 구입했는데 화창한 날씨 덕분에 3일 만에 미션을 모두 마치고 하루의 여유가 남은 셈이었다. 그래서 사흘 전 브리엔츠 호수 유람 후 기차로 마이린겐에 다녀왔듯이 튠 호수를 가로지른 후 '베른'이란 도시를 가볍게 투어하기로 했다.


베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미국 워싱턴~! 호주 캔버라~! 스위스 베른~! ...." 베른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딸내미들 유치원 다닐 때 불러줬던 세계 나라 수도 외우는 노래에 나오는 베른이 전부였다. VIP패스로 무료로 다녀올 수 있었고 스위스연방의 수도이니 한번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아름답고 정들었던 그린델발트에 '안녕~!' 인사를 하고 사흘 전 야영한 '인터라켄 TCS캠핑장'으로 다시 이동했다. 캠핑장 체크인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입장은 할 수가 없었다. 체크인은 베른 여행 후 하기로 하고 근처 빈 거리에 차를 주차하였다. 동역(OST역)으로 가는 103번 버스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섰는데 버스 시간표를 보니 1시간에 1대꼴로 4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동역까지 그냥 걷기로 했다.(현지 교통앱을 설치할 것을 추천합니다)


동역에서 튠 호수 선착장이 있는 인터라켄 서역으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었다. 서역에 내려 튠 선착장에 가니 안타깝게도 조금 전에 유람선은 떠났고 2시간 후에나 다음 배편이 있었다. '오늘은 좀 타이밍이 잘 안 맞는군. ㅋ~' 속으로 생각했다. 다시 서역으로 돌아와서 다음 베른행 기차를 탔다. 2층으로 된 기차는 여행자들이 편리하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좌석 배치를 하고 있어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튠 호숫가 철길을 달리던 기차는 긴 평지를 지난 후 복잡하고 사람들이 붐비는 베른역에 나를 내려놓았다.


베른 아웃도어 샆

베른역 교차로 유선형 유리 구조물
Transa Traval & Outdoor Bern


오늘도 AI 앱과 구글 지도를 '길라잡이' 삼아 자신있게 낯선 거리로 나서 첫 번째 관광 명소인 '베른 감옥탑(죄수의 탑)'으로 향했다. 거리의 건물들을 통해 베른 역시 유서 깊은 도시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역에서 벗어나 얼마 가지 않아 우연히 큰규모의 아웃도어 샆을 발견하였다. 융프라우에서 이틀간 산행을 하고 온 탓인지 홀린 듯이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 가운데는 어린이들이 야외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글짐 같은 놀이시설을 위층과 아래층을 관통하여 만들어 놓았다. 넓은 2개 층에 각종 야외 스포츠용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전거 관련 장비, 산악 등반 장비, 야영 장비, 각종 의류 등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없는 게 없었다. 제품도 스위스산은 물론이고 중국산, 미국산, 프랑스산, 독일산 등 정말 다양했다. 특히, 매장에는 한국과 다르게 나이 드신 백발 여성분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틀간의 트레킹 동안 그 높은 산까지 자전거로 올라오는 이들을 보며 연신 놀랐었다. 클라이네샤이덱의 ' 3대의 산악 자전거족'이 그러했고 벵겐의 가파른 길을 밝은 표정으로 올라가는 중년의 여성분이 그러했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을 넘어 주요한 레저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어제는 피르스트 산길을 걷는 백발 노부인의 모습도 목도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산악 스포츠는 시민들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곳 아웃도어 샆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베른 씨티 투어

베른 감옥탑 관통하는 트램


그곳에서 등산용 커틀러리(cutlery:포크,나이프, 스푼) 한 세트를 기념품 삼아 사서 나왔다. 스위스 국기와 베른시를 상징하는 '곰'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를 지나 베른의 명소인 감옥탑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감옥탑 아래 아치터널로 빨간 트램이 지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만약 남대문이나 광화문 사이로 버스나 기차가 지나간다면 어떨까? 멋지겠다는 생각보다 위험하고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


바렌플라츠 시장
뮌스터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옥빛 아레강


감옥탑 우측 넓은 광장 시장의 탐스러운 꽃가게를 지나 연방궁전으로 향했다. '스위스의 심장'인 궁전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바로 베른 대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당으로 향하는 도중에 우측길로 넓고 탁 트인 풍경이 들어와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반타원형의 테라스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옥빛 아레강과 함께 베른 남부 지역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있었다. '아~ 이 얼마나 풍성하고 평화로운 풍경인가?'


베른 대성당
고딕양식의 대성당
대성당 거리의 샘물
샘물이 나오는 재미있는 조각상


베른의 명소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 위치하고 있어서 좋았다. 얼마 못 가서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의 대성당들에 비하면 소담하지만 스위스스러운 깔끔함과 절제가 느껴졌다. 아마도 베른 시민들의 근면하면서도 청렴한 심성을 닮았으리라.(역사적으로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세력의 중심지였던 스위스에서는 천주교 성당의 형상들을 많이 제거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를 향하고 있어 슬슬 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대성당을 돌아 나오는 길에는 여느 마을들처럼 샘물이 흘러나오는 돌 구유가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댕댕이'가 목을 축이기 위해 그 돌구유 위로 올라갔다. 몇 모금 축이던 녀석은 아예 돌구유 안을 뛰어들어 헤엄을 치면서 물을 마시는 게 아닌가? 그런데 댕댕이 주인부터 누구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에서는 동물들도 복을 누리고 있었다.


아레강과 키첸펠드 다리
아레강 건너 베른 역사 박물관


돌아오는 길에는 베른시를 휘감으며 도도하게 흐르는 아레강 가로 내려가 강을 따라 걸었다. 어제 피르스트산 정상에서 발원한 계곡물도 그린델발트와 인터라켄 튠 호수를 지나 이곳으로 흘러올 것이었다. 설산 정상의 빙하가 녹아 영롱한 비취색을 띠며 넘실거리며 흐르는 아레강을 바로 앞에서 감상해 보았다. 강가 공원의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여유를 즐기는 베른 시민들의 모습이 조금 부러운 순간이었다.


베른역 지하도의 사람들
인터라켄 동역행 기차


다시 베른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어선지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갈 길을 재촉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캠핑장에 7시 전까지 체크인을 해야 했기에 서둘러 인터라켄 동역으로 돌아왔다. 기차는 역시 거실처럼 편안하고 아늑했다.


인터라켄 수로 산책

인터라켄 수로따라 산책로
수로 건너편 마을풍경
평화로운 마을 주민들


인터라켄 동역에서 캠핑장까지는 두 호수를 잇는 수로를 따라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으며 올 수 있었다. 수로 건너편으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마을들이 물길을 따라 이어졌다. 숲속 나무에 가려진 집들은 고요했으며 잔잔한 물결에 잔영으로 아른거리는 마을은 평화로웠다. 수로가 벤치에 앉아 저녁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의 모습은 피곤한 여행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편리한 캠핑장 취사장


브리엔츠 호숫가 캠핑장에서 어제 재워둔 돼지불고기를 요리하여 허기진 배를 맘껏 채웠다. 애초 계획에 없었던 베른 투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던가? 직접 가 봐야 그 지역만의 특색, 그 도시만의 느낌, 사람들이 주는 이미지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베른 투어를 통해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조금 더 다가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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