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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교사 포기하기》 일부 내용 바로 잡기

by 나세진

안녕하세요. 《착한 교사 포기하기》를 쓴 나세진입니다.

이번 글은 지난 글에서 예고드린 대로, 책 속에 담긴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고, 또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함께 나누기 위해 씁니다.

스무 편의 글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남아 다시 한 번 짚고 싶었던 두 번째 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표현이 명확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1. 작가 소개 오류

책 표지의 작가 소개에서, 제가 ‘강원문학’ 등단한 연도가 2021년도인데, 잘못 2001년도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2. “왕의 DNA를 가진 아이” (33~34쪽)


- 원문 -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기점으로 교권 침해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거에 묻혀 있던 사건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교육 현장의 그늘이 다시 조명되었다. 그중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사건은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는 표현으로 알려진 학부모 민원이다.

2022년 세종시의 한 학부모는 교육부 소속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공직자 통합 메일로 담임교사를 압박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부당한 악성 민원을 제기했고, 끝내 아동학대 혐의로 담임교사를 신고했다. 그 학부모는 담임교사에 대한 직위해제가 내려지지 않을 시 언론에 사건을 유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종시교육청은 곧바로 해당 교사에게 직위해제 조처를 내렸다.

그 학부모는 직위해제 기간 빈자리를 지킨 후임 교사에게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임 교사를 신고했던 내용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또한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이야기해도 다 알아듣는다’면서 자신의 자녀를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 묘사하며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듯한 문구를 담아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 끝에 직위해제를 당한 교사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억울함을 벗기까지는 대략 8개월이 걸렸다. 학교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해당 학부모의 행동을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하여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을 요구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학부모는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무시하다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그제서야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 속 자녀에 대한 사연은 분명 안타까운 면이 있다. 발달이 늦고, 또래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둔 부모의 고통은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매일 닳아 가는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는 그들의 삶은 외롭고 고단하다. ADHD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학생들이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교육 공동체의 몫이며, 국가는 마땅히 부모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의 그 고통이 선을 넘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학부모는 자녀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교사를 무너뜨렸다. ‘선생님을 존경해 왔다’는 말이 사과문에 들어 있지만, 과연 존경하는 이를 상대로 그런 행동이 가능했을까. 직위해제로 몸과 마음이 무너진 교사는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무수한 돌에 맞아야 했다.


※ 번호 ①~⑦은 실제 원문에는 없습니다. 설명을 위해서 달았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담임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된 선생님이 아니라, 후임으로 오신 선생님을 가리킵니다. 바로 앞 문단에서 “왕의 DNA”라는 표현을 언급하다 보니, 관련된 선생님 내용이 바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시간 순서대로 뒷부분에 배치했어야 했는데, 교정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여기에 언급된 담임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 되신 선생님을 가리킵니다. 반복적으로 부당한 악성 민원이란 '지위를 이용해 담임을 교체할 수 있다고 협박한 점'과, '밤늦게 전화하는 민원의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 기사를 참고한 내용입니다.

※ 관련 기사 링크:

'"왕의 DNA 아이' 교육부 사무관 여지껏 사과 없다"…성토장된 기자회견 - 뉴스1


한국일보 및 뉴스1 기사에 근거했으나, 개인의 경험을 담은 수필(에세이) 성격의 글이라 엄격하게 주석을 다는 것을 놓쳤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중요한 사건에서 경위를 나열할 때 보다 세심하게 주석을 첨부하겠습니다.
※ 관련 기사 링크:

'자녀 담임 학대 신고' 교육부 사무관, 교육청에 "직위해제 안 하면 언론에 유포" | 한국일보

'"왕의 DNA 아이' 교육부 사무관 여지껏 사과 없다"…성토장된 기자회견 - 뉴스1


책에서는 ‘곧바로’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실제 신고와 직위해제 시점에는 시차가 있었습니다. 일부 기사에서는 ‘즉시’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저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해당 표현은 '바로 그 순간에'란 뜻을 담고 있어,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링크:

"왕의 DNA를 가진 아이"…교사 갑질 사무관, 교육부 조사중


③번과 동일한 한국일보 기사에 기반하여 작성했으며, 주석 표기가 부족했던 점 양해 바랍니다.


‘억울함을 벗기까지 약 8개월’이라는 표현은, 신고 시점(2022년 10월)부터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 사건이 ‘교권 침해’로 결론 나기까지(2023년 6월)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검찰의 무혐의 판정일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교권보호위원회의 결론을 억울함을 벗은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참고로 검찰의 무혐의 판정일은 신문 기사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 관련 기사 링크:

교육부 "교사에 갑질 의혹 사무관 감사, 이번 주 넘길 수도" |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맞아야 했다’라는 표현은 실제 상황을 추측한 것입니다. 따라서 '맞아야 했을 것이다.‘가 원래 제가 의도하고자 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던지는 무수한 돌’이란 직위해제 되셨던 선생님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을 의미합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났다 하더라도, 대개 사람들은 직위해제 자체를 잘못에 대한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의 사고 방식 말입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런 시선을 받으시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첨언

이 사건을 다루며 마음 한편이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건을 다시 꺼내는 것 자체가 두려웠습니다. 비록 익명이지만 다시 한번 더 언급되는 당사자의 심경은 어떨까하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하여 이 사건은 다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직위해제 절차, 그 기간 동안 교사가 겪는 고통과 상실감은 교육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이 특정 개인을 공격할 목적이 아님을 밝히며, 언급된 학부모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육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 공교육 정상화에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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