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 나를 밝힌 작은 불꽃》1-1

챕터Ⅰ. 작은 불꽃이 켜지던 순간

by 나세진

1. 나는 왜 쉐보레의 스파크를 선택했는가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근무하던 학교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늘었고, 학교는 인근 중학교 부지에 조립식 모듈러 교사(校舍)를 임시로 지어 학생들을 수용했다. 당시 내가 맡고 있던 직책은 연구부장이었고, 교육과정 안내와 관련 업무를 위해 모듈러 교사와 본교를 오가는 일이 잦았다. 지독하게 무더운 여름이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두 학교 사이를 도보로 왕복했고, 어느 순간 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떤 차를 살 것인가.


상황은 다급했지만, 그 질문은 묘하게도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해하지 못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스팔트와 타이어가 안정적인 파동으로 마찰하는 소리를 좋아한다. 거기에 우악스럽지만 정제된 내연기관의 엔진 소리가 더해질 때면, 그 소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무엇보다 차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공간이다. 사생활이 점점 소중해지는 사회에서, 완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은 드물다. 차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뒤로 나는 중고차 앱 ‘엔카’를 습관처럼 들여다보았다. 이는 마치 영화관에서 무의식적으로 캐러멜 팝콘에 손이 가는 현상과 흡사했다.


처음에는 중형차와 준중형차부터 살폈다. 현대의 LF쏘나타, 기아의 K3, 르노삼성의 SM3가 눈에 들어왔다. LF쏘나타는 현대 자동차의 3대 실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평이 좋은 차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여전히 가격이 높았다. 명차의 역설이랄까. 수요가 많다는 것은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중고차 구매의 장점인 ‘경제성’을 살리기엔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준중형차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경차를 떠올리게 되었다. 신차 시장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는 생각보다 비쌌다. 사회 초년생의 출퇴근용, 주부들의 근거리 이동 수단, 두 대의 차를 보유한 가정의 세컨드 카. 경차는 이미 서민 생활의 ‘공식’처럼 자리 잡혀 있었고, 그만큼 가격 방어력도 단단했다. 결국 고민 끝에 세컨드 카의 공식을 따라, 경차를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


자연스럽게 선택지는 좁혀졌다. 경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현대와 기아, 그리고 쉐보레. 정비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기아의 모닝이나 레이가 정답에 가까웠다. 참고로 현대의 캐스퍼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중고 가격이 비쌌고 매물도 적었다. 반대로 가격과 가성비를 따진다면 쉐보레 스파크가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나는 잔고장이 덜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파크를 택했다. 여기에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스파크’라는 이름도 차를 선택하는 데 한 몫 거들었다.


SPARK, 불꽃.

어릴 적 즐겨보던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에는 심장을 불태우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정대만이란 캐릭터다. 그의 별명은 ‘불꽃(Spark) 남자’다. 심장이 터질 듯한 극한의 순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3점 슛을 성공시키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가슴 한 구석을 뜨겁게 한다. 스파크에서 ‘스파크 남자’의 슛이 골대의 그물망을 깔끔하게 통과하는 장면까지 떠올리게 된다.


불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그 순간이 짧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 역시 길다고 느껴질 뿐, 유구한 시간 앞에서는 불꽃 같은 찰나일지도 모른다. 기독교에서 이 땅의 삶은 본향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여정이고, 불교의 관점에서도 현생은 끝없는 윤회 속 한 순간의 생멸에 불과하다. 잠깐의 일생동안, 뜨겁게 타볼 만한 차라고 느껴서 였을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이름에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구매한 3세대 스파크 페이스리프트 모델(2012~2015)의 전신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란 한국GM의 차다. 전조등은 이글거리는 불꽃의 눈매 같았고, 안개등은 또 하나의 작은 불꽃처럼 보였다. 이 모든 불꽃들이 더해져 한층 섬광과 같은 삶의 정열을 불어넣는 것만 같았다.


‘한심’의 반대말은 ‘열심(熱心)’이다. 마음을 뜨겁게 한다는 뜻이다. 이 차를 타면 마음이 조금은 뜨거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뜨거움에는 황금색 보우타이(bowtie) 엠블럼이 잘 어울렸다. 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황금 십자가로 착각했다. 개신교 문화가 강한 미국 브랜드라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나중에야 그것이 보우타이, 즉 나비넥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우타이 로고는 1913년, 쉐보레의 공동 창업자 윌리엄 C. 듀런트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1961년 출간된 쉐보레의 공식 회사 간행물 〈The Chevrolet Story〉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 여행 중 호텔 벽지 무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소 낭만적인 기원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감성만으로 차를 고른 것은 아니다. 스파크는 주행 안정성과 내구성 면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안전도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 마음을 놓이게 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크게 감가된 쉐보레 차량을 끝까지 타겠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충분히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주변의 반응은 한결같이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경차는 모닝이지.”

조언해준 지인들은 한결같이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시장에서의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청개구리처럼 나는 그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기억이 얽혀 있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의 차는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티코’였다. 예전에 정부 차원에서 ‘국민차 계획’을 추진하였고, 대우조선이 사업자로서 이를 도맡아 생산한 차량이 티코였다. 아침마다 아버지는 나와 형을 그 차로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지금 돌아보면 그 안에는 배려와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달리 생각했다. 티코를 타고 내리는 일이 괜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 시대의 평범한 공직자의 화목한 가정이었음에도 ‘우리 집은 잘살지 못하는 집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스스로를 위축시켰다.


어른이 되어 차를 구매해야 하는 시점, 그 기억을 떠올리면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지금은 욜로(YOLO), 플렉스(Flex), ‘워라밸’과 같은 가치관이 널리 자리 잡았지만, 그 시절은 절약과 근검이 미덕이던 시대였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아끼는 삶을 사셨다.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거의 없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족의 생활과 자식들의 교육을 묵묵히 책임지셨다.


차로 사람의 지위를 가늠하고, 삶의 노력 여하를 판단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아버지는 즐겁고 당당하게 티코를 타고 다니셨다.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기준이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차가 좋은 차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태도로 보여주셨다. 그래서 한때 나는 굳게 다짐했다. 어른이 되어 세속적인 기준에서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티코를 타고 다니겠다고.

하지만 티코는 오래전에 단종되었고, 대우자동차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대신 대우의 인적‧물적 기반을 계승하여 운영되는 쉐보레라는 이름을 통해, 나는 그 기억을 다시 불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선가 들어 알게 된 일화가 떠오른다.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새뮤얼 존슨의 이야기다. 명성과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그가 어느 날 시장 한 구석, 땡볕 아래 서서 울고 있었다. 그 자리는 과거 돌아가신 아버지가 헌책을 팔던 곳이었다. 존슨의 아버지는 건강상의 이유로 대신 책을 팔러 나가달라는 부탁을 종종 했지만, 존슨은 초라한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워 부탁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때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지난 일을 후회하며 울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행히 아버지는 지금도 건강하시다. 나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스파크를 즐겁고 당당하게 타고 다니는 내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가 몸으로 가르쳐주신 가치—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차가 가장 좋은 차라는 믿음—을 나 역시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 차가 티코든, 스파크든, 혹은 값 비싼 어떤 차이든 상관없다.


스파크를 사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놈아, 좀 큰 차 좀 타고 다녀라!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이 많이 된다.”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며, 코끝이 찡해졌다. 애써 목소리 톤을 쾌활하게 정돈하느라 애먹었던 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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