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 나를 밝힌 작은 불꽃》1-3

챕터Ⅰ. 작은 불꽃이 켜지던 순간

by 나세진

3.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이지 말라


스파크는 참 친절한(?) 차다. 도로의 노면 상태를 숨김없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땅의 모양에 따라 진동이 고스란히 핸들로 전해지고, 그에 따른 떨림은 손바닥에 그대로 남는다. 노면과 타이어가 마찰하며 내는 소음이 대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면, 불편함은 완성된다. 손바닥 진동 요법으로 주인의 건강까지 챙겨주려는 배려일까.


옆 차로에서 SUV가 빠른 속도로 ‘쌩’ 하고 지나갈 때면,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짜릿함까지 안겨준다. 이 현상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을 때나 고속도로 주행 중에 두드러진다. 그래서일까, 조수석에 앉은 지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창문 위 손잡이를 꽉 잡는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손끝에 두려움이 묻어난다.


경차는 종종 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사고 영상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대형 화물차가 옆 차로의 경차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차로를 변경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차는 마치 싸리비에 쓸려나가듯 밀려난다. 이 점은 경차가 지닌 가장 현실적인 단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면, 시내에서만 경차를 몰거나 고속도로 주행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RPM 이야기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단점은 있다. 다만 여기서는 경차라는 존재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한계만을 말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경차를 구매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차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단점을 알고도 경차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개인 사정으로 마지못해 경차를 타는 이들도 있다. 경차가 꾸준히 선택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경차 유지비는 다른 차들이 비해 낮다. 연료비뿐 아니라 소모품 교체‧수리비, 자동차세,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주차장 요금까지 모두 포함한 이야기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 보더라도 차체가 작을수록 부품 교체와 수리 부담은 적다. 숫자로 계산되기 전부터 결말이 정해진 부분이다. 쉐보레 스파크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같은 부분이 파손되었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사고에 따른 보험료 재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정책적 혜택이 더해진다. 경차 유류비 환급 제도, 낮은 자동차세,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취등록세 감면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책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경차의 미덕이 제도 속에서도 분명히 인정받아 왔다.


공영주차장을 나올 때 50% 할인된 금액이 찍힌 영수증을 받아든 적이 있는가. 나는 그 영수증을 들고, 경차의 장점이 숫자로 증명되었다고 느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주차장을 빠져나온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경차의 장점은 숫자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나는 경차라는 ‘형태적 한계’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장점들을 조명하고 싶다.




첫째, 경차는 주차장과 좁은 골목에서 환영받는다.


언제나 예약 진료로 붐비는 대학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주차장에서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동맥경화에 걸린 것만 같았다.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뱅글뱅글 돌며 자리를 찾느라 고생길을 걸을 것이 뻔해 보였다.

예약된 시각보다 늦을까 봐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 경차 전용 주차 구역이 눈에 들어왔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 곧바로 주차했고, 예정된 시간에 맞춰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경차는 도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주차장에서 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마 이런 순간을 두고서 나온 말일 것이다.

주차장에서 경차는 은근히 인기가 많다. 무슨 말이냐면, 많은 차주들이 경차 옆자리에 주차하길 선호한다는 뜻이다. 큰 차 옆에서는 문을 열고 내리는 일이 늘 조심스럽다. 그런 점에서 경차는 마음 편한 이웃이다. 골목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차가 경차일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도한다. 만약 차들에게 인격이 있다면, 인기 투표에서 경차가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둘째, 스파크는 ‘랠리카 주행 모드’를 경험하게 한다.

차체는 가볍고, 하체는 단단하며, 휠베이스는 짧기 때문에 방향 전환은 툭툭 빠르다. 휠베이스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보폭’이다. 보폭이 짧으면 방향 전환이 빠르다는 뜻이다. 어떤 이는 스파크를 두고 ‘랠리카 기질이 있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웃고 넘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짧은 휠베이스는 불안정함을 동반한다. 그 불안정함을 다루는 일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몫이다. 그래서 경차는 운전을 ‘당연한 행위’가 아니라 ‘의식적인 행위’로 돌려놓는 매력이 있다.


셋째, 경차는 아주 잠깐이지만 운전자의 잠을 깨운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빠르게 느껴진다. 도로를 더욱 가까이서 보게 됨에 따라 주변 사물이 휙휙 빠르게 스쳐 간다. 뇌는 계기판의 속도보다 시야의 흐름으로 속도를 읽는 것일까. 여기에 풍절음과 요란한 엔진 소리, 진동이 동시에 감각을 자극한다. 그 결과 긴장이 높아져 잠이 깬다.

※ 물론 주의 사항도 있다. 인간의 뇌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숙련된 직장인처럼 자극에 잘 적응한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효과는 일시적이고, 피로감은 덤으로 남는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졸음 운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경차는 운전자를 한 번쯤 ‘현재’로 소환한다.




경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런 장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이란 말에는 과거와 미래의 설렘이 포함된다. 또 어떤 장점이 언제, 어디서 모습을 드러낼까.


지금까지의 경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가 떠오른다.

어느 날 친한 지인의 부탁으로 처음 만난 분을 지하철역 근처까지 태워다 준 적이 있다. 어색한 침묵이 차 안을 채웠다. 나는 침묵을 억지로 깨지 않는 편이다. 그게 더 부자연스럽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편안한 거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에서 가장 끝 좌석에 앉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스파크의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는 가까웠다. 조수석에 앉은 분의 인상이 단단해 보여서였을까,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 1분, 1초가 느릿느릿 더디게 흘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심결에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가벼운 질문 하나가 입 밖으로 나왔다. 평소에 지하철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는 가벼운 물음이었다. 그 지점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옮겨갔고, 관심사가 겹칠 때는 서로 덩달아 신이 났다.

경차가 좁혀주는 물리적 거리 덕분에 상대방의 말소리는 또렷이 들렸다. 시끄럽게 느껴지던 엔진 소리는 레코드판의 ‘치지직’ 소리처럼 대화에 잘 어우러졌다. 목적지에 이르자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때 알았다. 경차는 증폭기라는 것을.

서먹함도, 친근함도, 관계가 가까워지는 속도까지도 증폭시킨다. 차 안이 좁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감과 심리적 거리감을 빠른 속도로 줄여주는 최적의 환경인가 보다.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이지 말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


장자의 말이다. 만약 그랬다만 오리와 학은 괴로움으로 소리 지를 것이다.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가치가 있다. 오리 다리가 길어야 한다는 획일적인 시선을 강요하는 세상. 그것이 정답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오리는 다칠 수 있다.


차도 그렇다. 경차로 태어난 차를 다른 차와 다르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장점을 찾아야 한다. 스파크를 그랜저 몰 듯 ‘풀 악셀’을 밟으며 몰아붙인다면, 결국 무리가 간다. 즐거게 탈 수 있으면 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차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이 풀리지 않는 이유를 차의 탓으로 돌린다. 이 차를 타서 계약이 안 됐다거나,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현하기에 부끄러웠다는 식이다. 하지만 계약을 맺고, 호감을 얻는 일도, 결국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차보다 먼저 자신을 다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차가 아닌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느껴지도록 말이다.


겉껍질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세상의 기준에 주눅 들지 말자. 차는 내가 좋아하는 차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내 작은 불꽃(2014 SPARK LT)은, 내 믿음을 실천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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