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분노

그림을 그립시다(나세진 작가 N블로그 "쌈토끼의 생각 저장소")

by 나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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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세진 작가입니다~!


요즘에는 표정 그리기 연습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표정 그리기의 매력은 눈, 입, 눈썹의 형태에 따라서 각양각색의 감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기쁨과 분노를 그려보았습니다. 두 감정은 상반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한 쪽은 눈을 호로 단순히 그리는 것만으로도 기쁜 아이의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한 쪽은 치켜올라간 눈썹으로도 분노한 청년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입, 눈썹의 윤곽도 곡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곡선인데도 드러나는 방식은 다릅니다. 이는 데포르메라는 기법을 어떤 식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빚어지는 것 같습니다.


데포르메는 대상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왜곡하는 표현 기법입니다. 만화를 그릴 때 많이 사용됩니다. 데포르메만 잘하더라도 인물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 입장에서는 모방을 계속하려 합니다. 나중에는 자유자재로 인물을 그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제가 어릴 적에는 중화권 문화가 익숙했던 것 같습니다. 뜻을 곱씹어야 알 수 있는 제목의 영화도 많았고, 그것을 어색한 분위기로 여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예를 들어 천장지구, 동방불패 이런 느낌의 이름 익숙하신가요? 무슨 뜻인지 얼핏 보면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연걸이라는 전설적인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의천도룡기'가 기억납니다. 신필이라고 불리는 김용 작가의 명작이죠. 그 영화에서 태사부에게 주인공이 태극권을 배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사부님은 태극권은 초식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초식을 잊어야 태극권을 연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초식은 태권도로 치면 태극1장, 고려, 금강 등의 품새와 같습니다.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따라하는 것이 미술에서 그림을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과 같습니다. 발차기와 스텝을 유연하게 밟아야 대련에서 이길 수 있듯, 나중에는 그 모방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고의 경지는 배운 것을 체화시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인가 봅니다. 그것을 우리는 창조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바둑에서도 정석을 머릿속에 암기하되, 실전에서는 정석대로 두지 않고 자신의 수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저에게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지고의 경지로 가려는 마음이 욕심인 것 같습니다. 모든 걸 팽개치고 섬으로 달려가 그림을 그린 고갱 정도의 영혼만이 지고의 경지를 갈망하고 입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득 봉은사의 '판전'이란 글씨를 쓴 추사 김정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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