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립시다(나세진 작가 N블로그 "쌈토끼의 생각 저장소")
안녕하세요. 나세진 작가입니다~!
오늘은 폭발 직전의 분노, 우는 표정, 참다가 터진 눈물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실선(실처럼 가는 선)을 여러 번 터치하여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에 해당 됩니다. 개인적으로 머리카락이 가장 어렵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그리면서 눈의 크기를 달리하여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화가 나면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그럼에도 눈은 고정된 개체라고 여겼습니다. 일상에서는 두 눈의 크기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만화에서는 이를 과장하여 표현하니 훨씬 더 극대화된 분노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는 그림이 마음에 듭니다. 얼굴에 가는 선을 그어가며 세밀한 묘사를 많이 해서일까요. 확실히 감정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얼굴에 정 가운데를 세로선으로 그어볼까요? 좌우의 얼굴이 비대칭입니다. 항상 조화로운 상태인 대칭의 상태를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대칭 속에서 전체를 조망하니 폭발 직전의 분노가 더욱 잘 드러납니다. 실제 이와 같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본다면 눈 마주치기 두려워 고개를 떨굴 것 같습니다.
역시 한글은 우수합니다. 분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 말이죠. 폭발 직전의 분노, 그냥 분노. 그리고 또 어떤 분노가 있을까요? 울음을 동반한 분노, 김이 빠진 분노, 허탈함(?)을 머금은 분노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을 묘사할 때는 손에 힘을 많이 빼고 그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있는 둥 마는 중 가장 연하게 그렸지만, 눈물은 실제로는 가장 순수하고 농축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미지화한다면, 주로 슬퍼서 우는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슬퍼서 우는 행위야말로 생의 의지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슬픔에 휘감겨 펑펑 운 적이 있나요? 그 뒤의 느낌은 어땠나요? 저는 펑펑 울고난 뒤의 개운나고 시원한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 아이의 앞에는 누가 있을까요?
저는 타인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이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참고,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남는 것이 성숙이라면, 때론 남들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더 용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마음이 울리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인물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반대로 보는 이의 입장에서 아래에서 이 사람을 올려다보는 것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눈이 뜬 상태로 눈가에 머금은 눈물이 그동안 감정을 참다가 터뜨렸다는 걸 알려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합니다. 졸리는 하품을 참다가 눈에 방울이 진 것일까요?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연인을 눈 앞에 두고 우는 것일까요? 그림에 대하여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날에는 어떤 장면을 상상하고 그에 맞는 표정을 그리는 연습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그림 모두 눈썹이 어떤가요? 눈썹의 방향만 보더라도 어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방법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