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

소녀의 당돌함이 돋보이는 상상의 세계(2)

by 나세진


안녕하세요~! 나세진 작가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감상을 남기려 합니다. 오늘도 독자님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해 써보겠습니다.^^

※ 스포일러 안내

- 제 글에서는 작품의 핵심 장면과 결말을 함께 다룹니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작품을 읽고 돌아오시길 권합니다.^^

58489051348.20260114095132.jpg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


이야기의 첫 부분,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가다 토끼의 굴로 떨어지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작은 문 앞에 도달하게 됩니다. 거기서 앨리스는 몸을 접는 방법이 적힌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상당히 엉뚱한 상상을 하는 작가인데, 어린 앨리스의 엉뚱발랄함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앨리는는 탁자의 위에 있는 작은 병을 발견하고, 내용물을 마셨습니다. 약 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마셨다는 대목에서, 루이스 캐럴은 아이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작가인 듯 합니다. 어른에게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다음 앨리스의 생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스스로 자기에게 던지는 그 질문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것 참! 오늘은 모든 게 정말 이상도 하지! 어제만 해도 보통 때와 똑같았는데 말이야. 밤사이 내가 달라지기라도 한 걸까? 생각 좀 해보자.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 내가 전날과 똑같았던가? 느낌이 약간 달랐던 것도 같은데 말이지. 그런데 내가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의문이 생기는 거야. '대체 나는 누구야?' 아, 이거야말로 엄청난 수수께기인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문예출판사, 2026) 25쪽-


비록 아이의 생각이지만, 이 물음은 굉장히 타당하고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도대체 같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은 20대 170cm 70kg 남성을 기준으로, 장 상피세포 3~5일, 혈액세포인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등 각 세포 유형에 따른 수명을 측정했습니다. 계산 결과로 미루어 인체의 전체 세포가 교체되는 회전 주기는 평균 80일이라고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80일이 지나면 세포의 기준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지요.

첫째, 과거의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사람일까요? 외형적 크기나 모양에 관계 없이 어릴 적의 기억, 경험, 의식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모든 기억과 경험은 담는 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대부분 세포의 회전 주기가 80일이라도 뇌의 신경세포는 평생 거의 교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사고, 판단, 행동은 뇌가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결국 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러한 관점을 지지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몸이 이어지면 같은 사람일까요? 이 관점은 위에서 이미 말씀드린대로 세포가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지지 받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연속된 과정이면 같은 사람일까요? 완전히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그 존재가 계속하여 이어지는 과정이면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갠지스 강의 물은 계속 바뀌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강을 보고 갠지스라고 부릅니다. 갠지스 강을 갠지스라고 부르게 하는 본질을 결국에는 연속성으로 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스라엘 연구진은 논문의 말미에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테세우스'가 미궁에 갇혔던 젊은이들을 구출하여 태우고 돌아온 배에 얽힌 영웅담을 기념하기 위해, 배를 전시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배의 널빤지가 하나 둘씩 썩어 교체를 하게 된다면?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널빤지를 교체했다면? 그 배는 여전히 테세우세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image.png?type=w1 아테네(출처: 픽사베이)

앨리스는 이러한 물음을 이야기의 끝까지 지니며,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고 있습니다. 물담배를 피우는 애벌레를 만났을 때도, "넌 누구니?"란 질문에 "저, 잘모르겠어요. 아무튼 지금은 그래요.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는데, 그 뒤로 몇 번이나 변했거든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마라을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저는 제가 아니거든요."도 같은 성격입니다.

인간의 정체성 문제는 문명이 상당히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생물학, 심리학, 철학이 발달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이죠. 오히려 문명이 진보할수록 철학적 고민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인공지능 시대에서 나와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나'일까요? 아니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나와 똑같은 사람을 복제했다면, 그 사람도 '나'일까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사>

우리 몸은 1초에 380만개의 세포를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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