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당돌함이 돋보이는 상상의 세계(3)
안녕하세요~! 나세진 작가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감상을 남깁니다. 오늘은 조금 교육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건드리려 합니다.^^
※ 스포일러 안내
- 제 글에서는 작품의 핵심 장면과 결말을 함께 다룹니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작품을 읽고 돌아오시길 권합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정말 순수하게 엉뚱한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저학년 교실에서는 그런 일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수업의 흐름과 주제를 약간 벗어났지만,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질문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은 모범생이 보기엔 맥락을 벗어나 질서를 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수업에 '방해 된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과목 진도에 쫓길 때는 이런 질문이 잡음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교사의 마음이 급해서인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저도 지난 일을 생각해보면, 정말 유의미한 질문이었고 더 이야기해 볼 가치가 있는 질문을 다음으로 넘겨버리고 다시 다루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수업의 목표와 정해진 분량을 의식해서였습니다.
수업 중, 아이들과 알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한 깊은 사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질문이기 때문이라 다루었습니다. 확실한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저희 반에는 거의 반반으로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알이라 주장하는 쪽이 약간 많았습니다. 알이라고 주장하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알이 있으려면, 상식적으로 그 알을 낳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잖아? 그건 뭘까?"
말문이 막힐 줄 알았던 그 아이는 제 예상을 깨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 알은 신이 만들었어요."
알이냐 닭이냐로 열띤 토론에 빠져 있던 교실 분위기는 뭔가 처음 보는 차원을 보고 멍해진 듯 정적이 흘렀습니다. 저는 그 지점에서 더 이야기했다간 수업의 본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일단 끊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사고의 확장을 일으키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 세계에서 추상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죠.
여담이지만, 요즘은 알이 먼저란 주장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들은 (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닭과 거의 같은 조상 격의 새가 돌연변이 유전자가 들어간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최초의 닭이 탄생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정말 쳐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분별하는 것도 교사의 능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숙고의 과정 없이, 어떤 걸 보자마자 생각 없이 내뱉는 질문은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업 때 심심풀이 농담 따먹기 식의 질문 역시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작중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보면, 사고의 경계와 기존의 틀을 깨는 유의미한 성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혹시 다 타버린 양초처럼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그러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작아진 자신의 몸을 보고 앨리스가 한 말입니다. 아이의 사소한 질문이지만, 이런 아이스러운 발상에서 저는 '입자'의 세계를 떠올렸습니다. 화학에서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다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분자, 원자, 전자, 양자와 같은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소 단위'라는 개념도 설정할 수 있었고요.
앨리스의 질문들로 가득한 이 책은 '보물찾기'를 연상하게 합니다. 보물과 같은 질문 찾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묘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 해 저는 저희 반 교실 앞 칠판 위에 존 테니얼이 그린 앨리스와 토끼 삽화를 코팅해서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교실을 꾸민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앨리스의 모험에는 언제나 토끼가 있었어.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오며 모험이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답은 언제나 앨리스가 풀었어. 선생님은 토끼 처럼 너희들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람이 될 거야. 수업은 모험이야. 앨리스처럼 학교에서 마음껏 모험하길 바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