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은 휩쓸리는 것이 아닌 흘려보내는 것.

탈피(脫皮)

by 새참의 연필

누군가가 말했다.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는데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원희는 그 말을 다시 떠올리며, 공감했다. 최근의 원희를 괴롭히는 것은 전부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회사를 관둔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들려오는 전 직장 소식에 과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원희가 싫어했던 전 상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무나도 사이가 안 좋았던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짜증이 나고, 좋은 이야기면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치 원희가 없이 너무 잘 살고 있다는 전 연인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부재에 아쉬움을 느끼고 그리워해도 모자랄 판에 잘 지낸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원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그리고 생각했다. '왜 싫어하는 사람을 이렇게나 신경 쓸까?'


내 인생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지워버리는 게 맞는데.


사람의 마음에서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질투나 복수심이 더 강하고, 오래 남고, 깊게 새겨지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살면 항상 자기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넘쳐야 하지만 부정적으로 살면 외부를 탓하고 가만히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상관없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가 없다. 에너지를 쓴다는 것도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것 대신 부정적인 마음을 선택한다. 원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단 그냥 덮어두고 미워하는 것이 더 편하니까.


한동안 원희는 그렇게 자기 스스로 합리화하며, 계속 지난 사람에 대한 악감정을 품었다. 다른 사람과 만나서도 여전히 그들을 욕하고 힐난했다. 당장 눈앞에서 맞장구 쳐주는 사람이 있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감정 소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희는 더 이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지우려고 하면 더 선명해졌다. 그래도 해야만 했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드는 감정이라 이런 마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혹시나 다른 지인에게 연관된 이야기가 나올까 봐 미리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나올 때는, 모른 척하고 최대한 주제를 돌렸다. 이 과정은 노하우라는 게 없었다. 시간이 약이니까. 헤어진 연인을 극복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물론 쉽지 않았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기억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몸을 움직여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흘리려고 노력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다. 그렇게 기억이 흐려지다 보니, 어느새 원희의 기억에서 유발되던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 이후로는 가끔 그들이 떠올라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고, 점점 누구였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나의 주변을 맴돌며 언제든 자신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악감정을 잘 다스릴수록, 성숙한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 과정은, 인격체로써의 자신을 완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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