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동산 계약
타닥타닥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집 찾기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지정한 부동산업체와만 계약이 가능했기에, Knightfank, London-Tokyo, Benhams, 이렇게 세 곳의 매물을 중심으로 확인했다.
먼저 Knightfank의 경우에는 집을 보고 싶다 메일을 보냈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장이 없다.
London-Tokyo의 경우에는 일본 회사 주재원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부동산업체인 만큼 일본인이 선호하는 지역과 매물을 주로 추천하다 보니 우리 마음에 드는 집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Benhams만이 우리의 유일한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매물도 다양했고 응대 또한 빨라 일본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Benhams에서 사이트에 올린 집을 원픽으로 꼽고 있었다.
그리고 런던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우린 집 계약을 마쳤다.
다들 런던에서 집 구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분명 수많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뷰잉(부동산 담당자와 직접 집 보러 가는 것) 한 번에 성공할 순 없죠. 집 구하기 참 힘듭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하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가득이었다.
그러나 주재원의 파워가 이런 것인가. 우린 뷰잉 한 번만에 우리가 원한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심지어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아무것도 모른 채 집주인에게 온갖 요구사항을 다 말했는데도 말이다.
이 탁자, 침대, 옷장, 액자 다 빼주세요. 그리고 바닥에 깔린 러그도 다 치워주세요.
상냥한 담당자의 원하는 거 있으면 편히 말씀해 달란 말에 정말 눈에 거슬리는 건 전부 요구했다. 그리고 이사하기 전까지 모든 전자제품에 대한 수리 및 교체, 그리고 완벽한 청소까지. 나는 몰랐기에 거리낌이 없었고, 담당자자조차 예스맨이어서 더욱 거침없었다.
그리고 3주 후 이사 당일, 우리는 완벽하다 말할 순 없지만(일부 수리가 필요한 전자제품들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집으로 이사를 마쳤다.
아니, 전기요금만 왜 200만 원이 넘어?!
그러나 세상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행운 뒤에는 불행이 따라온다 했던가. 우리 집은 말 그대로 전기세 폭탄을 맞았다. 무려 200만 원이 넘게 말이다.
이 집을 계약할 당시 부동산업체는 우리를 꼬드기려고 이 월세에는 수도요금, 가스비 그리고 온수 히팅비도 전부 포함되어 있어요. 대신 전기요금만 내면 돼요. 하며 당당히 이야기했다. 일본은 매일 저녁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문화가 있어, 온수 히팅비 포함은 일본인 주재원들에겐 무척 매력적인 요소이다.
물론 우린 한국인이기에 샤워를 주로 하지만 그래도 온수를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 이사한 후 4개월 동안은 온수를 펑펑 사용했다. 펑펑.
그리고 우리가 받은 전기요금은 200만 원. 우리가 한 달 동안 사용한 전기가 1,000 kWh가 넘는다 한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4인 가구로 평균을 잡아도 한 달에 보통 300~400 kWh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우린 3인 가구에 심지어 한 명은 한 살배기 아기인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는 바로 비상상황을 외치며 부동산업체에게 SOS를 쳤다.
누전, 혹은 관리사무소의 고의적인 실수(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엔 미터기 확인은 오롯이 관리사무소만 가능하다.) 등 흑색선전에 선동되는 것처럼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도 말도 안 되는 결론밖에 내려지지 않았다.
우리의 예스맨, 담당자도 확인해 보겠다며 며칠을 우리 집으로 오가며 두꺼비집도 내려보고 관리사무소와도 연락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후 내린 결론은 우리가 사용한 것이 맞다고 한다. 온수를 펑펑 틀어서 그런가 내 눈에도 눈물이 펑펑 흐른다.
문제는 바로 온수히팅.
부동산업체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온수 히팅이 사실은 전기보일러라 전기요금로 포함되는 내역이었던 것이었다.
이사 오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우린 보일러가 고장이 나 엔지니어를 불렀었다. 그때 엔지니어가 우리에게 엄포를 내린 것이 절대 보일러에 관한 세팅(보일러 옆에 시간 뜨거운 물을 덮이는 시간 설정이 가능한 작은 기계가 붙어있다.)을 바꾸지 말란 것이었다.
그 후로 우린 보일러실을 아예 열어볼 생각도 안 하고, 세팅은 관심에도 두지 않았던 것이 바로 화근이었다.
엔지니어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으니 고쳐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뜨거운 물을 나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바로 24시간 온수 히팅이었다.
그러니 우린 온수 히팅비 포함이란 이야기만 믿고선 온수를 펑펑 썼으며 심지어 우리 집 온수는 24시간 뜨끈뜨끈 했으니, 전기요금만 200만 원이 넘게 나오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우리는 이 200만 원을 우리가 내는 것에 대해 분하기 이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의 우린 선의의 피해자였고, 가해자는 부동산업체인지 엔지니어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런던 이 각박한 도시가 다 우리를 모함하는 듯했다.
우리는 몇 번의 메일을 오간 끝에 전기세 200만 원은 우리가 내게 되었고, 엔지니어가 와서 온수 히팅에 관한 세팅을 바꿔줬다. 그리고 부동산업체는 엔지니어를 고용한 비용을 대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된 정보를 알려준 부동산업체의 잘못인 듯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부동산업체와 회사 간에 맺은 계약서 상에는 모든 관리비 항목은 우리가 내야 한다 적혀있던 것이 분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었다.
우리한테 온갖 감언이설로 다 꼬드겨 놓고선 회사와의 계약에서는 이렇게 딴 소리를 했었다니.
회사와의 계약 과정에 있어서는 우리가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편하다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덕분에 전기요금 200만 원을 지불하면서 런던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도 눈뜨고 코베이는 곳이었다.
그래도 일찍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 것이 이 해프닝의 유일한 위안의 요소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