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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뜨 Aug 15. 2021

메리의 크리스마스

‘성냥팔이 소녀’ 재창작

    메리는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큰 공장을 가지고 있어 많은 돈을 벌며, 그녀의 어머니는 이곳저곳 파티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렇기에 메리는 올해도 크리스마스날 부모님과 함께 보내지 못했다.

   지독히도 추운 그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메리는 부모님이 바빠 함께 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대신해, 그 해를 기념하는 파티를 열고자 고용인과 함께 마차를 타고 시장을 보러 나왔다. 문득 마차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니, 또래의 여자아이가 헐떡거리는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길거리에 쌓인 눈을 만지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마치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풍경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런 소녀를 바라본 메리는 고용인에게 물었다.

  “거리 구경해도 돼?”

그렇게 묻자 고용인이 말했다.

  “안돼요. 아가씨. 이 추운 겨울날 돌아다니시면 감기에 걸리세요.”

고용인은 메리를 걱정하는 척 말했지만, 사실 고용인은 얼른 파티 준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할 생각에 메리의 보챔이 짜증 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고용인의 모습에 메리는 아무 말 없이 사과와 자두, 거위 등을 사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고, 고용인들은 바쁘게 이를 꾸미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내가 꾸며도 돼?”

장식물이 하나씩 달릴 때마다 점점 모습을 바꾸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마법 같았던 메리는 고용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고용인이 말했다.

“안돼요. 아가씨. 이것을 꾸미는 것은 힘드니 제가 하겠습니다. 아가씨는 푹 쉬세요.” 

크리스마스트리를 얼른 꾸미고 업무를 끝내고 싶은 고용인은 메리의 부탁을 무시하고 자기 할 일을 하기 바빴다.

   할 일이 없는 메리는 창가에 가 밖을 바라보며 거리를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창문 밖에는 아까 본 소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아까 신고 있었던 헐떡 거리는 신발은 어딘가에 던져 버리고 새하얀 눈을 맨발로 밟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유로워 보여. 나는 저렇게 하면 부모님이 혼내실 텐데….’

메리는 깨끗한 눈을 맨발로 밟으며 긴 머리를 나풀나풀 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녀를 눈으로 계속 좇았다.

   어느덧 사과와 자두를 잔뜩 넣고 구운 거위와 라이스 푸딩 등이 완성되며 멋진 크리스마스 한 상이 차려졌다. 그 옆에는 마치 수천 개의 초로 밝힌 듯 알록달록한, 그림과 같은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도 완성되어 있었다. 모든 일을 마치고 하나 둘 떠나는 고용인에게 메리가 물었다.  

 “아버지는 오늘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주시겠지?”

고용인이 말했다.

“주인님이야 바쁜 것 끝나시면 바로 집으로 와 아가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시겠죠.”

그때 지독히도 어두운 바깥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작은 불빛이 살짝 비추었다. 아버지가 바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자신에게 줄 선물을 한 가득 안고 집으로 들어오면, 자신은 달려가 아버지를 힘껏 안고 인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상도 잠시, 그녀는 이내 체념하고 오늘도 아버지는 바빠 오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바깥에 비추던 불빛은 사라져 다시금 어둡게 변해있었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고용인을 붙잡고 메리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어머니는 파티를 얼른 끝내고 집에 오시겠지?”

바쁘게 나가는 중에 자꾸 말을 거는 메리가 귀찮았던 고용인은 화내며 말했다.

연말 파티는 워낙 큰 행사라 주인마님은 오늘 안에 오시기는 힘들겠죠. 아가씨가 조금 더 큰 다음에는 같이 다닐 수 있겠지만….”

이야기를 들은 메리는 자신이 드레스를 입고 어머니와 파티를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그려보았다. 창문을 통해 환한 불빛이 비쳤다가 이내 사라졌다. 불빛이 비치는 동안 집에 드리워진 메리의 그림자는 조금 커졌다가 불빛이 사라짐에 따라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메리는 자신이 크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집을 다 나가고, 메리는 혼자 집을 지키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작년에 하늘의 별이 되었던 자신을 사랑해준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떨어지는 별을 보며 메리는 말했다.

 “할머니, 저를 데려가 주세요! 여기는 따듯하지만, 할머니처럼 따듯하지 않아요. 저 맛있는 거위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는 멋지지만, 저는 이 파티가 행복하지 않아요.”

   그러자 창 밖에 아주 환한 불빛이 비치며, 하늘의 별이 땅에 떨어져 빛을 내는 듯했다. 메리는 알았다. 자신을 유일하게 따스히 앉아주셨던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소원을 들어주려 내려온 것을 말이다. 메리는 점점 불빛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보며, 급하게 성냥을 켜 랜트에 불을 붙이고 문 밖을 나섰다.

    메리의 집과 옆 집 사이 모퉁이에 길 쪽으로 더 튀어나온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비치던 별빛이 사라지자 아까 본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를 바라보며 메리는 말했다.

“우리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보내지 않을래?”

소녀가 말했다.

“응. 나와 함께 해줘.”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고 땅 위로 밝고도 경쾌하게 날아올랐다. 아주, 아주 높이. 저 위 짜증도 외로움도, 슬픔도 없는 곳으로…. 두 사람은 함께 있었다. 묵은 해의 마지막 날, 미소 짓는 입술에 붉은 뺨의 메리와 소녀는 서로 기대어 앉아 즐거운 꿈을 꾸었다. 새해의 태양이 두 사람의 모습 위로 떠올랐다. 소녀들은 창문 안으로 스며드는 태양을 느끼며 행복하게 앉아있었다. 먹고 남은 거위 요리와 저 위로, 아주 높이 별을 매단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성냥팔이 소녀를 선택한 것은 충동적이었지만, 오랜만에 본 성냥팔이 소녀의 결말은 너무나도 슬퍼 이 소설을 꼭 재창작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리와 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겨울날 만나 서로의 외로움과 아픔을 치유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동화 같은 마무리를 지으며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메리(의)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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