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일주일치 매출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by 이상엽

연말이 되니 여기저기서 장사 문의가 많이 온다.

이때 갈지 말지 기준이 되는 것은 3가지다.


1. 가격 제시를 어떻게 하는가

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거나 먹을 예정인가

3.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다른 것들도 더 있지만 이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1번과 2번이 제일 중요한데, 그 이유는 장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갈 이유가 없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음식을 팔 수 있어도,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손님이 문의를 주시면 항상 위의 3가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브리즈번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에서 행사를 하는데 와달라는 것이다. 인원은 최소 250명이고 1인당 15불을 원한다고 했다. 음식만이라면 좋은 조건이지만, 그분은 음료까지 포함이었다. 사실 음료를 포함한다고 해도 매출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찌어찌 잘 해낸다면, 내가 일주일 동안 죽어라 해야 벌 수 있는 매출을 3시간 만에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원 수가 문제였다.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는데, 한 번도 100명이 넘는 손님을 한 번에 받아본 적이 없다. 바쁜 나이트 마켓에서도 100명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소 250명? 물론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200명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메일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다음 날도 고민하고, 그다음 날도 고민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장사꾼이라면 일단 도전을 외쳐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필요한 양의 재료, 사람, 동선, workflow 등을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어제 결론을 내어 이메일을 보냈다.


나의 답은 '거절'이었다.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의 작은 트럭에 음식도 다 보관하기 힘들지만, 음료수를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급하게 큰 아이스박스를 구매해서 얼음과 함께 음료수를 보관해서 셀프서비스로 가져가는 방법을 해볼까도 했지만, 무리였다. 200명 분의 음료수를 보관할 만한 아이스박스는 너무 비쌀뿐더러, 한 번밖에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을 할 필요는 없었다. 또 닭뿐만이 아니라, 소스, 야채 등등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너무도 큰 공간이 필요했다. 아마 일반 매장에서도 이러한 요청을 받으면 쉽게 답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도 매장이 있으면 어떻게든 했을 것 같다만.)


답장을 이미 보낸 시점에서도 조금의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전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큰 매출 때문에 너무 많은 희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장사는 길게 하는 것이고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덜 컴플레인을 받는 것이다. 더워지면서 매출이 떨어진 지금, 그래도 내 음식을 찾아주는 손님에게 더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주 장사를 또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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