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01
새해복
새해가 되면 늘 한 번은 듣는 노래가 있다. 지금은 해체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새해복이다.
이 노래에서는 새해복을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한다. 먼저는 새해복을 받더라도, 새해 복만으로는 안된다.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더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시간 지나면 가사가 살짝 달라진다. 새해 복만으로도 된다는 것이다. 노력도, 열심히 사는 것도 그것을 한참 뛰어넘는 거대한 새해복을 받는다면 다 의미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말한다. 열심히 살지 말라고 더 노력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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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성실이 미덕인 조선반도에서 이런 불순한 노래를 내다니. 이 노력공화국, 헬반도에서는 새해복이 있더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한때 라떼들은 노오력을 입에 붙이고 살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책했다. 그렇게 더 노력하고 더 노력하다 깨달았다. 그리고 분노했다. 사실 실제로 나의 실패 그 모든 것은 내가 나태한 탓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예전 사자성어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운칠기삼. 옛날, 그렇게 단순한 사회 시스템에서 일한 만큼 벌어들이는 단순한 농경사회에서조차도 운이 7할 능력이 3할이었다. 더 복합해진 지금의 사회에서는 운이 얼마나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알 테다. 그래서 노력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대해 신물이 나서 라떼들이 요즘 그렇게 놀림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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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제는 열심히 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단순한 노동, 열심히 사는 사람보다 천재적인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는 사람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 재미있게도 그 아이디어는 노오력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에서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있는데 그중 부화라는 개념이 있다. 머릿속에 아무리 만드려 내려 노력해도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가, 그 아이디어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일에 정신 쏟을 때나, 가만히 멍 때릴 때. 어딘가에 구애받지 않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불현듯, 알이 쩍 깨지듯, 나온다는 것이다. 다들 쓸 때 없다, 농땡이 부리는 것으로 보일 때, 이 시대의 돈 되는 것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우리는 일을 덜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노오력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걱정하고 고민하는 건, 고도로 성장하던 20세기 후반 때나 통하던 말이다. 이제는 내 뇌의 반, 내 시간의 반을 멍 때리고 농땡이를 부려야 한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사람이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더 가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무튼 새해복 이야기 하다가 일 열심히 하기 싫다는 나의 진심까지, 참 멀리도 왔다. 나도 이걸 읽는 누구도 새해 복만으로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개꿀인생이 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