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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kim Sep 12. 2022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220912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바쁘다 바뻐 21세기 정보화 사회. 세상은 정말 빠르게 돌아간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나의 남은 학자금 대출마냥 쌓여 있다. 아침부터 울려오는 수많은 거래처 전화. 다가오는 전세 대출 이자 납입일.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여름옷 넣기와 가을 옷 꺼내기. 매주 2번의 빨래와 매일 점심 저녁 만들기. 밥 먹고 구석구석 치실 쓰기. 안 하면 죽을 것 같아 하는 운동까지 등등.


할 게 많으니 도리어 하기가 싫다. 할 엄두도 안 난다. 만사가 귀찮다. 정확히는 신경 쓰기가 귀찮다. 내 머릿속에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곧 해야 할 일, 언젠가 해야 할 일까지 끝도 없이 줄 서있다. 조금 있다 해야지 하며, 침대에 누워 있지만 오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머리에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머릿속에 신경 써야 할 일을 줄이려 노력한다. 습관을 들이는 거다. 패턴을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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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점심 도시락. 심도 깊게 고민했다. ‘음식’ 이란 건 무엇일까? 내 생각에 음식이란 5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1. 영양, 2. 칼로리, 3. 가격, 4. 노동 그리고 제일 중요한 5. 맛. 가령, 컵라면은 영양도 나쁘고, 칼로리도 높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간편하며, 먹을 만한 음식. 샐러드는 높은 영양, 낮은 칼로리, 하지만 비교적 높은 가격에 노동도 많이 들며, 맛도 없다.


난 무엇을 먹어야 몸에도 적당히 건강하면서, 칼로리도 적당히 낮고, 돈도 적당히 쓰면서, 요리하는데 신경은 적당히 덜 쓰면서 적당히 먹을만할까? 이 다섯 박자가 적당히 맞는 음식을 찾기 어려웠다. 후보였던 다이어트 도시락은 다 좋지만 7세 영유아들이 먹으면 딱 좋은 양이라 간식으로 돈을 더 쓸 지경이었다. 다른 후보인 컵라면은 먹으면 지갑도 혀도 나의 귀차니즘도 만족할 테지만, 유병 장수는커녕, 유병 단명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심도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토마토였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은 퍼렇게 질린다는 속설도 있는 건강의 대명사 토마토. 칼로리는 설탕만 뿌리지 않는다면 칼로리 세계관 최강자 수준이다. 가격은 적당히 저렴하며,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하기도 어렵지 않다. 맛은 뭐..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부족할 것 같은 단백질만 삶은 닭가슴살로 추가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점심 토마토를 먹은 지 이제 반년. 토마토의 효능과 효험은 실로 대단했다. 먼저, 살이 빠졌다. 점심 도시락 비용도 줄었다. 요즘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실로 위대한 토마토의 또 다른 효능이 아닌가 싶다. 저녁에 도시락 싸는 시간도 절약되어 침대에서 좀 더 누워있을 수 있게 되었다. 대신 토마토를 먹고 나서 소소한 문제가 생겼는데, 잦은 짜증과 분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악의와 가끔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든 것 정도가 있다.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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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토마토를 넘어 옷도 통일하고 있다. 어차피 사람이라곤 없는 유령도시 안동. 회사 사람들 빼고는 볼 사람이 없으니, 편하게 입을 셔츠만 잔뜩 샀다. 그래서 이제 집에는 잠옷 빼고는 반팔 티셔츠도, 원투맨도 없다. 죄다 셔츠다. 그리고 바지는 어느 셔츠나 어울리는 바지인 슬랙스. 출근할 때는 떠지지 않는 눈으로 대충 손을 뻗어 잡히는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다.


쇼핑도 이제 귀찮다. 새로운 가전도, 가구도, 기계도 사고 싶지 않다. 새로운 샴푸도, 소스도, 과자도 도전해보고 싶지 않다. 무엇이 더 저렴한지, 얼마큼 효용이 있는지, 가성비가 좋은지 나쁜지. 이런 걸 모두 따지는 게 스트레스다. 샴푸도 치약도 로션도 토마토도 그냥 삿던데서 또 산다. 다양성이 도리어 골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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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뻐 21세기 현대사회. 새로운 물건과 하루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는 트렌드. 다들 열광적으로 쫓고 있지만 나는 이제 심드렁하다. 못 쫓으면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해서 열심히 쫓았었지만, 이제 나는 지쳤다. 그냥 하던 거나 하면서 토마토나 먹으며 살련다. 이게 나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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