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리 수조
소품 같은 일상, 소풍 같은 시
물을 품고도 젖어본 적 없는 수조처럼
당신과 나는 두 개의 수조, 서로의 건조를 봅니다
유리 너머 당신의 한쪽 눈은 우스꽝스럽고 커다랗죠
유리 너머 보이는 나도 자연스럽지 못한가요?
맹물인 듯 무미건조한 말이 맹수처럼 흘러넘치고
당신은 나의 마른 눈이, 잔잔한 입술이 좋다고 말해요
그건 안전하다는 뜻이니까
나는 물어요,
안전함 너머가 궁금하지는 않나요
둘이라면 산산이 부서져 볼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 물에 잠겨볼 수도 있고요
당신은 안심하라고 말해요
부딪혀 깨지지 않을 적당한 거리로
기이하게 비틀어진 입술로
그건 선을 넘어보자는 말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