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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이 Apr 24. 2019

[시] 유리 수조

소품 같은 일상, 소풍 같은 시




물을 품고도 젖어본 적 없는 수조처럼

당신과 나는 두 개의 수조, 서로의 건조를 봅니다


유리 너머 당신의 한쪽 눈은 우스꽝스럽고 커다랗죠

유리 너머 보이는 나도 자연스럽지 못한가요?


맹물인 듯 무미건조한 말이 맹수처럼 흘러넘치고

당신은 나의 마른 눈이, 잔잔한 입술이 좋다고 말해요

그건 안전하다는 뜻이니까


나는 물어요,

안전함 너머가 궁금하지는 않나요

둘이라면 산산이 부서져 볼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 물에 잠겨볼 수도 있고요


당신은 안심하라고 말해요

부딪혀 깨지지 않을 적당한 거리로

기이하게 비틀어진 입술로


그건 선을 넘어보자는 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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