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이어서)
비포장 도로에 까맣게 눌러 붙은 무당 개구리 시체들이 잔뜩 쌓여가는 어느 여름. 동네 친구들과 물 놀이를 하러 떠났다. 집결지에서 모여, 평소와 다른 곳으로 갔다. 집과의 거리도 꽤나 있을만큼 멀리 걸었다. 그리고 그 곳에, 1미터 채 안되는 높이의 댐 같은 시멘트 구조가 있었다. 강 폭을 직선으로 가로 지르는 그 시멘트의 위쪽에서 물이 아래로 흘러 떨어져 작은 폭포 같은 것을 이루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옷을 벗고 그곳에서 놀기 시작하였다.
자연 하천 가운데 인공 시멘트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시멘트 위 쪽에 서서, 물이 떨어지기 직전의 빠른 물살이 발목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폴짝 폴짝 뛰기도 하고. 아래 쪽에서 떨어지는 물을 등으로 받아보려고도 하지만 너무 세어 얼마 못 버티고 피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쏟아지는 물의 폭포를 뚫고 벽에 바짝 붙으면, 물이 흐르는 속도에 의해서 수직벽과 물 사이에 공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공간으로 들어가 최대한 무릎을 끌어 안고 서로를 보며 웃었다. 뭐라고 말을 해도 물 소리에 서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공간으로부터 나올 때는 위에서 밀려오는 물살에 등이 떠밀려 앞으로 조금 쏠렸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들어갈때면 머리가 물에 잠깐 눌리지만, 벽에 다시 바짝 붙으면 물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놀자, 동네 형들이 버킷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모르는 형들이었지만, 우리 중 아는 아이가 손을 번쩍 흔들었다. 아이들은 새된 목소리로 서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단순한 의사소통을 나누었다. 그 형들이 물고기를 잡었는데, 곧 먹을 것이며, 같이 먹자고 한다. 우리 중 두 어명은 바로 시멘트 벽을 따라 강변으로 걸어갔다. 나와 몇 몇 아이들은 아직 놀이가 성에 안차, 조금만 더 놀고 가자며 시멘트를 벗어나 강 깊은 곳 쪽으로 갔다.
물이 목까지 금새 차올랐다. 아이들끼리 깔깔 웃으며, 깊은 물이니깐 물에 빠진 시늉을 하며 놀았다. 사람 살려 하며 웃었다. 서로 물 밖으로 손을 흔들고 바보 같다는 듯 까르륵 웃었다. 물 속의 바닥을 발로 디디며 점프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것이 재미있었다. 물 아래, 발바닥에 부드러운 흙이 밟혔다. 발 쪽의 물은, 몸 주변의 물과 달리 차가웠다. 나는 신기하였다. 계속해서 나는 조금씩 점프를 하며, 입이 물에 잠겼다 나왔다 하였다.
이내 함께있던 아이들은 지쳤는지, 모두 강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때 였다. 발 밑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로 얼마간 가라앉았다가 위로 올라왔는데, 바로 다시 가라앉았다. 발밑에 계속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종아리 즈음부터 물이 차고 빠르다.
방금 전까지 밟히던 지면이 밟히지 않는다. 나는 허우적 거리다가 갑자기 입이 물 밖으로 나왔음을 느껴 숨을 쉬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입에 강물이 흘러 들어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나는 계속 손을 흔들었다. 강변이 언뜻 보였다. 사람들 등만 보였다.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나는 물속에서 다리를 계속 흔들었다. 강물은 흙탕물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닿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물을 마시며, 속으로 하나님을 찾았다.
살려주세요. 교회 열심히 가겠습니다.
나는 강변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팔 다리를 허우적 거렸지만, 발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고 팔은 점차 무거워졌고 강물은 계속 입을 막았다. 중간에 눈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입이 바깥으로 나왔을 때 물을 뿌리치고 최대한 소리 질렀다.
살려줘!
쪼그려 앉아있던 아이들 중 두어 명이 일어서더니 웃으면서 내 쪽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다시 등돌린다. 그들은 내가 장난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숨이 가빠져오며, 슬픈듯 시린 가슴이 되었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어디까지 가라앉을까 궁금했다. 발이 닿지 않는다. 발쪽 물이 차다. 아니, 발이 닿았다. 발이 닿았다. 나는 눈 감은채 차갑고 부드러운 지면과, 밧줄 같은 무엇인가를 까끌한 것을 발끝을 통해 느꼈다. 줄기인지 밧줄인지 알 수 없지만 바닥 외의 무엇인가 닿는 것이 소름 끼쳤다. 하지만 바닥도 느꼈다.
나는 몸이 자연스레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내려갈때, 이번에는 더 그대로 가라앉게 기다렸다가, 발이 바닥에 닿자 힘껏 앞으로 밀었다. 조금이지만 물 안마시고 숨을 쉴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더. 다시 한 번 더. 점점 더 올라오는 거리가 짧아진다. 그리고 어느새 턱밑까지 물이 내려왔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흐느적 거리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강변으로 걸어올라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기들 끼리 둘러 앉아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가장 친한 아이에게 말했다.
나 죽을 뻔했어
한창 떠들던 아이는 멀뚱멀뚱 쳐다보고는 이해를 못 한듯, 별다른 말 없이 다시 다른 아이들과 떠들기 시작하였다. 옆에 다른 아이에게도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장난치는것 다 안다고 말하였다.
진짜 죽을 뻔했다고.
그러자 아이들이 다 같이 웃었다. 그리고 왠지 나도 같이 웃었다. 지쳐서 같이 먹지는 않고 잠시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는 씻겠다고 말하고, 욕조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혹시 나는 방금 죽을 뻔한 것일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노오란 불빛 속, 아무 일 없는 조용한 욕조에 앉아서 가만히 벽을 쳐다보았다. 아무 일 없이 이대로 집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 때 발이 결국 바닥에 닿지 않았더라면 나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