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도 38선에 가장 가까운 산골 동네에서 (1)

물놀이

by 상수동해마

강원도에서도 38선에 가장 가까운 산골 동네 앞자락에는 으레 소양강의 지류가 흐른다. 얕은 지류가 뿔뿔이 흩어져서 바닥을 흐르고, 여기저기 자갈과 수풀들 사이로 석양 빛이 노랗게 비추는 아름다운 곳이다. 천도리, 서화리와 원통리는 그런 산골 동네가 많은 조용한 지역이다.


이 동네 아이들은 강 지류에서 물놀이를 하며 큰다. 겨울에, 조금 깊은 쪽 하천이 꽁꽁 얼면 스케이트를 타고, 여름에는 얕은 쪽에서 물놀이를 하였다. 날씨가 따뜻할 때면, 크고 작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물고기를 잡아, 강변 곳곳에 솟아난 이름 모를 키큰 식물들 사이에서 안성탕면 라면 스프를 뿌려 모닥 불에 구워 먹기도 하였다. 꾀죄죄한 손으로 구워진 잡어들의 껍데기를 벗겨내며 호록호록 방금 막 하얘진 생선살을 발라 먹었다. 동네에는 그런 걸 잘하는 형들이 있었다. 그다지 친하지 않아도 동네 아이들끼리는 누구든 끼워주었다.


강의 지류이기에 물살과 물 깊이가 제각각인데, 아이들은 발꿈치를 들고 물 사이 좁게 난 자갈 흙길을 걸으며 강을 탐험하였다. TV 유행어를 주고 받으며 아이들 간에 금새 친해진다. 서로 밀치거나 놀리고, 또 눈치를 보기도 하며, 무리 안에서 자연스레 서열이 가려진다. 그렇게 중심이 생긴 무리는 함께 이동하다가도 나눠지기도 하며, 다시 또 우연히 만나면 합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일제 감정기 시절 처럼 아주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불과 30여년 전, 강원도에서도 38선에 가장 가까운 산골 동네 이야기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소양강 지류가 흐르는 곳의 길 건너편 언덕 윗자락에 세워져 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낑낑 거리며 언덕위를 올라가야 했는데, 정문 입구에는 해태가 입을 헤 벌리고 앉아있었다. 어째서 초등학교 앞에 해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해태 밑인지 옆에는, 초록색이 들어간 동판으로 동네 이름을 딴 학교 이름이 적혀있었다.


언덕 아랫 쪽에는 슈퍼마켓이 있었다. 언덕을 오르기 전, 아이들은 이 슈퍼마켓에서 군것질을 사먹곤 하였다. 불량 식품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학교에서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을 사 먹었다. 불량식품을 판매하던 슈퍼마켓의 주인은 손가락이 두 세개 뿐인 할아버지였다. 그는 약간 높은 마루에 앉아, 다양한 불량 식품이 담긴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자신의 주위에 동그랗게 놓았다.


등교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1미터 폭도 안되는 좁고 낡은 슈퍼마켓 입구를 꽉 채운다. 입구에서 겨우 머리만 들이민 아이들부터 마루 앞 부분까지 밀려서 쪼그린 아이들까지, 시골 학생들은 삐약 삐약 소리지르며 이것 저것 달라고 외친다.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시는지, 바로 잘 알아드시고는 몇 개 안되는 손을 집게처럼 이용하여 바구니에서 불량 식품을 천천히 집어서 건네곤 하였다. 또한 눈 역시 성하셔서, 그 수 많은 아이들 중 누군가가 도둑질이라도 할 참이면 큰 소리로 호통을 치었다. 호통소리에도 아이들은 아랑곳 없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재잘재잘 활기가 한바탕 흐른다.


이 슈퍼마켓으로부터 도로를 건너면 바로 넓은 하천이 펼쳐진다. 이 곳이 동네 아이들의 주요 집결지였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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