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멀리 가기보다, 오늘을 씩씩하게 살기로 했다

by 쓰담지

홀로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간다는 말이 있다.

파킨슨과의 동행도 그럴까.

같은 병을 가진 이들과 함께 가면 더 멀리,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어느 날, 엄마를 살뜰히 살피시는 교회 지인분이 엄마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영미야, 좋은 모임 있는데 한번 나가보시지 않을래? 파킨슨 환우분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성경도 읽고, 서로 힘도 얻고... 정말 좋대."

평소 발이 넓은 분이라, 지인의 모임 소식을 전해주신 것이다. 사랑 그리고 선의였다.

엄마는 그 마음을 알기에, 가볍게 "그래요" 하셨다.

"엄마 오늘 약속이 있어서 다녀올게."

"어디가?"

"아, 글쎄, 뭐라고해야하나, 다녀와서 얘기해줄게."

하고 나선 엄마는 첫 모임에 다녀온 날, 모임에 대해 재잘재잘 말씀하셨다.

"파킨슨 판정을 받은 분들이랑 만나고 왔어. 다들 신앙적으로 잘 이겨내려고 하시더라. 대단하시던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 엄마가 누군가와 자주 통화를 하셨다.

출근 전, 거실에서 통화하시는 엄마.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도 통화 중이신 엄마.

"네, 네... 알겠습니다. 아휴 그럼요 알죠..."

예의 바른 목소리였지만, 뭔가 달랐다.

어쩐지 힘겨워보였다.

어느 날 저녁, 엄마와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얘기가 나왔다.

"요즘 모임은 어때요?"

엄마가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러다 툭, 말씀하셨다.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응?"

"굳이 아픈 사람들끼리 모여서 아픈 이야기 하는 거... 나는 좀 싫더라."

"아..."

"그분들 보면 자꾸 생각이 드는 거야.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괜히 우울해."

그 순간, 마음이 내려앉았다.

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동병상련의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우리가 차마 알 수 없는 것을 조금은 편하게 나눌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혼자보다 함께가 낫다고.

하지만 엄마에게 그 시간은 위로가 아닌 자각의 시간이었다.

알고 싶지 않은 미래,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투병 기간이 더 긴 분들, 증상이 더 진행된 분들. 그분들을 볼 때마다 엄마는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렸다.

며칠 후, 엄마가 통화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저... 죄송한데요. 모임은 제가 가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아니 정말 좋은 취지인 건 알아요. 감사하고요.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 좀..."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미안해하시는 목소리였다.

"네, 네... 감사합니다. 정말요."

통화를 끊으신 엄마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통화를 끝낸 엄마는 더 밝아 보였다.

홀로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함께가 오히려 더 무거울 때도 있다.

선의가 언제나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다.

동병상련이 언제나 힘이 되는 건 아니다.

엄마는 엄마만의 속도로, 엄마만의 방식으로 가기를 선택했다.

그것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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