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컴백홈, 치즈!!

by 쓰듭스

그렇게 치즈가 홀연히 사라지고 난 후, 식구들에게 혹시라도 집 주변에서 누런 고양이를 보게되면 내게 꼭 알려달라고 얘기해 놓았다. 집 주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지만 아무 데도 치즈의 흔적은 없었다. 그렇게 어수선하게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 아랫집 사시는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 야, 누런 고양이 그리로 올라간다.”

“ 헐! 진짜요? 네! 알았어요! “


타박타박… 2박 3일만에 집으로 돌아 온 치즈!!


다급히 전화를 끊고 작업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치즈가 엉금엉금 걸어오고 있었다!


“ 치즈! 치즈야! 어디 갔다 왔어?? “

“ 얼마나 걱정했는데!! 이젠 다시는 어디 가지 마! “


집으로 돌아온 치즈는 따뜻한 물과 먹이를 잔뜩 먹고 좀 쉬더니 당일 저녁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는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치즈가 또 며칠 밤 어딘가에서 방황을 하다가 결국엔 내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치즈가 돌아오고, 나는 호들갑을 떨며 치즈에게 이야기했다.

“ 치즈!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너 왜 이렇게 내 맘을 몰라주니? 다른 길고양이들은 간택한 집사의 말을 잘 듣던데... 너는 왜 그렇게 나를 경계하는 거야? “

그러자 녀석이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살며시 치즈의 목덜미에 손을 올려보았다. 그러자 이게 웬일! 목을 살짝 움츠리긴 했지만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 이런 이런!!! 나는 감격에 뜨거운 눈물이라도 줄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드디어 치즈가 나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제 진짜 치즈의 구조는 실현되는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요렇게 나를 잔뜩 들뜨게 해 놓고선... 또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치즈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나는 치즈의 눈빛을 보았다. 커다랗게 확장된 동공으로 인해 치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선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그럼 이만 네 마음을 받아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이런 녀석이 앞으로는 날 버리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치즈는 이젠 그냥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닌, 서로에게 신뢰가 형성된 사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치즈도 동의해줘야 할 텐데...;;;)


여튼, 이젠 나를 좀 믿는 것 같으니, 나의 숙원 사업 ‘치즈 병원 데려가기’ 작전에 바로 돌입했다. 치즈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사놓은 플라스틱 캔넬을 준비해 놓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지난가을부터 시도했던 수차례의 포획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차질 없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포획틀을 설치할 때보다 더 긴장이 된다.


통조림을 얹은 사료를 주며, 자연스럽게 머리 쓰다듬기를 해본다. 약간 흠찟하긴하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거사를 치르기로 작정한 날!

나는 목장갑을 단단히 끼고 치즈에게 다가가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유.... 이쁘다! 우리 치즈 너무 이쁘다!”

치즈가 자라목을 하면서도 나의 손길은 거부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치즈의 발톱 상태도 체크해 보았다. 오염된 솜뭉치 속에 뾰족한 발톱들이 숨어있었지만 그리 위협적이진 않은 느낌이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자비로운 척 연기를 하며 속으로는 카운트 다운을 세고 있고 있는 나.


셋, 둘, 하나. 요 녀석!!! (물론 맘 속으로!)

나는 잽싸게 무릎담요로 녀석을 감싼 후, 캔넬에 집어넣으려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지만, 치즈는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아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 처럼 사지를 벌려 캔넬 입구를 막아 버렸다.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천사처럼 날 바라보던 녀석은 나의 급작스런 행동에 당황했는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몸부림이란 게 이 세상 몸부림이 아니었다. 피골이 상접하여 갈비뼈와 척추의 마디마디가 느껴지는 병든 고양이한테서 이런 파워가 솟구치다니... 사지를 쫙 핀 후 캔넬 입구에 붙어 버티기를 하는데 이건 뭐 안뒤집어지려고 ‘버티기’ 기술을 시전하는 유도 선수가 따로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포획은 또 실패했다. 하지만 녀석은 잠시 몸을 피해 있다가 금새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녀석을 만지려고 하는데 몸을 피하지 않는다.

“당신이 몸을 만지는 것까지는 허락하지만, 날 잡아서 어디로 옮기려는 건 결사 반댈쌔!!” 요런 눈빛을 하면서 나의 표정을 살핀다.


“네! 치즈님! 당분간 허튼 수작 부리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더 신뢰하는 사이가 되어 치즈님 스스로 켄넬로 기어들어가는 그날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부디, 몸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안락한 캔넬에 탑승하셔셔 병원에 함 가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자세히보니 너무 이쁜 치즈!! 구내염이 좀 호전된 것인지... 최근에는 침을 좀 덜 흘리고 다닌다.


당분간, 치즈와 나 사이에는 위의 내용과 동일한 일들이 계속 반복될듯합니다.

잡히지 않으려는 녀석과 잡으려는 인간...


그리고, 아마도 치즈 구조 프로젝트의 최종 이야기는...

1. 치즈가 내게 잡혀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은 이야기.

혹은,

2. 치즈가 우리 집 차고냥이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 이야기.


둘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로써, 언제 쓰게될지 모르는 최종편을 앞두고, 2020 가을부터의 치즈 이야기를 일단 마무리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사는 동안 해코지 당하지 않고 적당히 먹이도 먹을 수 있으며 여력이 된다면 좋은 집사들을 간택해 조금 더 행복한 묘생을 살길 바랍니다.

가엾은 길고양이들을 돌봐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치즈는 우리집 동물 친구들과 이미 안면 튼 사이. 까만애:미미, 허연애:유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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