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콕 혹은 문콕

하필 그때 천사가 왜 나와??…

by 쓰듭스


방금, 이웃집 사람의 차콕에 40만 원을 보상하라고 했더니, 너무 과하다며 피해 차량을 수차례 더 해코지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신고를 했는대도 멈추지 않고 계속 차량에 테러를 하니, 결국 뉴스에도 나오나 보다. 이웃에 저런 사람이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사나? 뉴스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은행에 갔다가 지하주차장에서 대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요즘 날이 더워 잠시 기다리는대도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하면서 대기중인대, 내차 왼쪽으로 차가 한대 들어서더니, 잠시 후, 내차가 흔들릴 정도로 문콕을 한다. ㅠㅠ


아, 이런!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라, 차에서 내리며, “뭡니까? 조심해야지!” 하면서 뒷좌석을 들여다보니,


젊은 여자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내리면서도 아니고, 차에 타기 위해 문을 열면서 내 문을 찍은 것이다. 나는 손짓을 해가며,


“이거 뭐냐고요?” 하며 내 차가 당신이 조심성 없이 함부로 연 문짝에 찍혔다고 어필을 하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뭐지? 뭐? 이런 표정으로 차에서 나오지도 않고 날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뿌시시한 썬팅 사이로 신경전을 벌이는데, 앞좌석에서 웬 남자가 재빠르게 차량 뒤쪽으로 돌아 사고 현장인 뒷문으로 달려온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간절하여 나는 그만 방금 전 치밀었던 화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렇게 말해버렸다.


“차에서 내리고 탈 땐 조심하셔야죠… 이렇게 남한테 피해를 주시면 어떡합니까?”


“(계속 배꼽 인사를 하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자기 차 문을 열어 내 차에 대보더니, 콕! 찍힌 걸 확인하고는 더 비굴? 하게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다.

부인(아마도)의 잘못에 남자는 수없이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됐어요! 담부턴 조심하세요!”하고 나는 쿨하게? 차에 타버렸다.


순간 화가 풀렸다기보다는, 이렇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해버리니까,

어? 뭐지? 이게 이렇게 화낼 일인가? 이 사람들이 문콕을 안 했어도 앞으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문콕을 당할지도 모르잖아?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팍팍하게 굴지 마!! 하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고서 한 1분쯤 지났을까, 옆 차가 슬금슬금 차를 빼더니 내 차 앞으로 쌩하니 지나간다. 멀어져 가는 차량을 멍 때리고 바라보다가, 뭔가 좀 찜찜하여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있었던 얘기를 해주니.


“잘했어! 큰 사고 아닌 게 다행이야!”

“그런데, 다음부터는 명심해. 크고 작고 무조건 사고가 나면,

일단 현장 사진을 찍어.

그리고 보험 처리할 건지, 현금으로 수리비를 받을 건지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말해.

알았지?”

“명심해!”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참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행범을 눈앞에 두고도, 그냥 놔주다니…


정신 차리고 문콕 자국을 다시 확인하니, 겉 페인트가 조금 벗겨졌다.

(이런 거 수리를 제때 안 하면, 그게 점점 넓어져서 부식이 된다는데 ㅠㅠ)


이번 일은 내가 평소 교통사고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제대로 안 돼있기도 했고, 상대측의 진심 어린 배꼽인사 사과가 순간 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 결과물이다. 또, 최근에 주변인들의 부고 소식을 들으며, 인생 그렇게 길지 않다. 나도 얼마나 더 살려나?… 사는 동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일어난 일이라, 마치 나는 천사(라고 쓰고 ‘바보’라고 읽는다)처럼 차콕범을 그냥 보내주고 만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좀 후회스럽긴 하다.

최소 5만 원은 받았어야 했는데… 그래야 그들이 앞으로 더 조심할 텐데… 그걸로 우리 강아지들 간식이나 사줄걸…




오늘의 교훈.

잘못을 인지한 순간,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성심성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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