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듭스 Aug 25. 2021

내 생각은 그래

호크니 David Hockney 화집 모으기.

혹은 호크니 신간 영업 >..<


호크니 작가의 첫 화집을 갖게 된 건 대학 4학년 때였다. 너무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눈에 띄어 그의 화집을 사면서 바로 팬이 되어 버렸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원서(화집)를 실기실로 가지고 와서 판매를 하던 ‘책장수’ 아저씨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중 한 분께서 나에게 아주 좋은 책이 있다며 호크니 작가의 화집을 보여주셨었다.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이런저런 책을 추천해 주셨지만 나는 딱히 땡기는 스타일이 없어서 그간 책을 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담배를 쥐고 있는 금발 머리 작가의 조각난 자화상을 보는 순간, “얼마면 돼요?“를 외치고 말았다. 학생들 상대 영업이라 그랬는지 책값은 어느 정도 흥정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가 부르는 대로 결재( 송금하라고 지로용지를 줬던 게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 하기로 하고 책을 바로 집어왔다. 그 후로 나는 호크니 작가의 팬이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전 세계 좋은 작가들의 최신 원서를 실기실에서 바로 받아 볼 수 있게 해 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땐 잘 몰랐었다. 아마도 그 아저씨들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조금 더 어리거나 비슷했을 거다. 27년 전, 나에게 이런 멋진 책을 권해주신 그 책장수 아저씨의 안목과 수고로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책이 바로 대학 때 용돈을 아껴서 구입했던 호크니 화집 ‘That the way I see it’ 1993년 (호크니 55세)Thames and Hudson 에서 펴낸 책이다.


호크니 작가는 2021 현재 84세인데 30대, 아니 그전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워낙 세계적인 스타 작가이고 한국에서도 초인기 작가라 뭐 더 이상 개인 신상이나 작업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한국에서의 전시는 꼭 챙겨보고, 국내 온라인 서점 혹은 해외 아마존을 통해 화집을 포함한 각종 서적과 dvd 등을 사들이는 편이다. 2019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있었고 같은 해 다큐 영화도 개봉했었다.


좌:2019 서울시립미술관 에서 호크니 작가의 생일 7/9 방문객에게 증정했다는 포스터. 우리 형님께서 받아 내게 선물로 주신걸 액자에 끼워뒀다./ 우: 호크니 영화 미니포스터


이렇게 나름 덕질을 하는 편인데도 그 방대한 작업량에 비례하는 전시 및 출판물을 감당해 내기는 버겁다. 하지만 그동안 간간히 사모은 책꽂이 한켠의 화집과 여러 종류의 서적들을 바라볼 때면 흐뭇하다. 서울시립미술관 회고전 이후로는 한동안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신간 출간 소식을 접했다. 드디어 예약 주문해 놓은 책 David Hockney : The Arrival of Spring, Normandy, 2020 이 어제저녁 도착했다.


이 화집은 올해 6월 영국 로얄 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Arts 개인전 도록이기도 하다. 노화가는 팬데믹 상황에서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무르며 아이패드를 이용해 다채로운 ‘봄의 풍경’들을 그려냈다.



헐! 가방을 챙기다가 우연히 알게된 사실! 이 책의 크기는 ‘아이패드 프로’랑 같다! @..@ 이 책의 디자이너 기획력 무엇???!!! d@..@
내지의 레이아웃도 아이패드를 닮았다. 아이패드와 같이 책의 모서리도 라운딩 처리되어 있다.
180도 쫙! 펴지는 실제본으로 제작되어 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작품들을 볼 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은 표지가 우레탄? 소재이다. 메인 컬러인 화사한 그린 컬러랑 찰떡이다. 처음엔 A4보다  작은 아담한 사이즈라 생각했는데, 가방을 챙기다가 우연히 알게  사실!  책의 크기는 ‘아이패드 프로 맞춘 것이다! @..@b


마틴 게이퍼드 Martin Gayford 가 쓴 책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 다시, 그림이다’ (디자인하우스, 2012)에 보면 ‘호크니는 이미 2009년부터 아이폰으로 그린 싱싱한 ‘꽃’을 아침마다 친구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2009년이면 호크니 나이가 72세였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되었다지만, 72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결국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즈음에는 주변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캔버스, 물감, 이젤을 싸들고 야외로 나가  더 큰 그림(A Bigger Picture) 시리즈를 작업하기도 했다. 당시 사진과 페인팅을 활용한 엄청난 크기의 캔버스 작품을 제작하는 영상을 보면서 쉬지 않는 실험정신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2009년 10월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50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인 12m가 넘는 방대한 크기의 풍경화 ‘와터 부근의 더 큰 나무들(Bigger Trees Near Warter)’ 이 전시되었었고 이 작품 중 한 점이 2013년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와 전시를 하기도 했다.


‘더 큰 그림’ 얘기가 나오니, 2016년 ‘타셴’ 에서 나온 ‘빅북’ ‘David Hockney : A Bigger Book’ (TASCHEN  2016) 을 구하려 애쓰던 일도 생각난다. 한정판이라 구하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당시 책 가격이 한화 350-400만 원 정도였는데, 결국 구하지 못해 아쉬웠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솔직히 잘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019년 두번째 빅북이 나왔다. ‘David Hockney My Window’ (TASCHEN  2019) 최초 출시 가격은 모르겠지만 2021 09년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 300만원에 판매중이다. 이 책은 2009-2012년 동안 아이폰, 아이패드로 작업한 ipad painting 초기작을 모아놓은 대형 화집이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초창기 디지털 드로잉 작업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간 당연히 ‘스킬’이 늘었고  ‘툴’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여 표현이 더 풍성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패드 하나만 있으면 온갖 컬러와 다양한 기법의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진짜 좋은 세상이긴 하다. 80 중반 노화가의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보고 있자니 ‘앙리 마티스’가 노년에 ‘종이 오리기’ 작업을 했던 것도 생각난다. 물론, 호크니 작가가 아이패드를 선택한건 붓질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닌 붓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이었지만 말이다.


마티스는 노년에 병세가 악화되어 붓으로 그림 그리기가 힘들어지자 채색된 커다란 종이를 오려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호크니의 작품은 굳이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다. 그의 작업은 정말로 매력적이다. 부디 앞으로도 어디 아프지 마시고, 오래도록 건강히 작업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가) 죽기 전에 호크니 작가님 작품 하나 소장할 수 있으려나?…


화집 사들이기도 벅찬데??;;;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은 거잖아!!…



*아래는 호크니 작가의 2021 왕립 아카데미 전시 영상

*Royal Academy of Arts Youtube : David Hockney : The Arrival of Spring, Normandy, 2020: Virtual Tour

https://youtu.be/IYcMabUldww



데이비드 호크니 공식 사이트

https://www.hockney.com/home



ps.

근 30년 동안 별생각 없이 That’s the way I see it을 직역하였는데… 방금 파파고를 돌려보고 깜짝 놀랐다! 저 자존감 넘치는 제목이라니!!! 역시 호크니!!! d>..<b

매거진의 이전글 아주 작은 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