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에 지친 사람

by Erasmus Kim

나는 언제부턴가 매일을 예측하며 살았다. 오늘 하루의 흐름, 누군가의 반응, 다음 주의 결과까지.
조금 더 빨리 준비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지만, 어느 순간 그 예측은 불안을 줄이기는커녕 나를 조여왔다.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펼쳐놓고, 그중 가장 나은 길을 택하려 애썼다. 하지만 세상은 내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걸 통제하려 애쓸수록, 삶은 더 멀리 도망쳤다. 늘 어긋나는 일정, 예상 밖의 반응,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 나는 내가 만든 예측의 울타리 안에서 점점 지쳐갔다.


어느 날, 작은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나는 속이 타들어 갔다. “이러다 늦겠네. 미안하단 말 몇 번이나 꺼내야 하지? 다음 약속은 또 어떡하지…”
그 순간, 옆에서 아이처럼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던 친구가 말했다.
“괜찮아, 늦으면 늦는 거지. 우리 오늘 그냥 좀 느려도 돼.”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깊이 박혔다.
그래, 오늘 그냥 좀 느려도 되는 거였다.

왜 나는 늘 앞질러가려 했을까. 왜 모든 걸 예측하지 않으면 불안했을까.

그날 이후, 나는 예측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답을 미리 찾기보다, 방향을 감각하는 쪽으로.
정답을 좇기보다, 흐름을 느끼는 쪽으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 아닐까.




요즘 나는 여전히 가끔 불안하다.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 예측 대신 받아들이기, 계획 대신 흘러가기. 어느 방향이든, 내가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다고 믿게 됐다. 그리고 문득 알게 되었다.

그토록 지쳤던 이유는, 결국 모든 걸 다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 나는, 흐름 위에서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