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꽤나 오래전부터 '나도 써볼까?' 하는 작은 의욕을 바탕으로 시도했다 포기하기를 반복해 왔다. 2019년도에 유럽의 몰타라는 섬으로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시칠리아에 한동안 거주하며 책을 써낸 김영하 작가를 떠올리며, 글쓰기에 향한 강한 집념을 불태우기도 했다. 기껏해야 일주일이 고작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에는 장강명 작가의 말이 계속 맴돌고 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왜 하필 우연히 스쳐간 수많은 문장들 중에 이 말이었을까?
비록 나는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써야 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아직은 형태를 갖추지 못했거나,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혹은 쓰고 싶은데 두려운 마음이 막고 있는지도.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마음이 또렷하게 떠오른 적이 있다.
중학교시절 연애편지를 몇 번 써본 적이 있다.
편지를 쓸 때마다 묘한 기분에 사로 잡히곤 했다. 편지 속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유일하게 나만 존재하는 책상에서 리듬을 타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편지를 쓰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이겠구나' '글에는 힘이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 편지든 일기든 써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때의 '쓰던 기억'은 어딘가에 남아 장강명의 문장과 하나가 되었다.
밀턴 에릭슨은 이런 말을 했다.
“변화는 무의식이 먼저 시작하고, 의식은 그 변화를 나중에 인식한다.”
내 무의식은 이미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조용히, 그 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