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지 누군가의 언어를 빌려,
내 안의 희망을 꺼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자존감이 바닥이었고, 불안에 계속 사로잡혀 있었다.
누군가가 간단한 질문만 해도 두려웠다. 새로운 업무지시가 떨어지면 가슴이 턱 내려앉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가끔 팀원들이 자리를 비우면 나만 빼고 커피를 마시고 갔다고 의심했다. 나만 빠진 채팅방에서 내 욕을 하느라 정신없을 그들을 떠올리며 손발이 축축해졌다. 동료들 그 누구도 드러내놓고 나를 탓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나를 비난할 거라 여겼다.
그 시기 내가 겪던 것은 분명 망상이었다.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아무리 쳐 봐도 소용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는 불안했다.
어린 딸아이가 있어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시내로 나갔다. 화성행궁 쪽 한 도로였는데 유독 "타로"와 "사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가게에 들렀다. 사주를 보고 나온 후 잠시나마 마음이 덜 불안했다. 이후에도 가끔씩 사주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들을 떠올리면 잠시나마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했다.
절망과 불안으로 가득한 깊은 어둠 속에서 역술가의 한마디로 평안함을 느낀다는 게 낯설었다.
나는 누군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 모든 건 지나갈 거야'라고,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주길 바랐는지 모른다.
사주나 타로가 말해주는 조언들은 겉으론 운명을 말하지만,
내 마음속 희망의 가능성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한 나의 선택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