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고 나면 늘 생각했다. 나는 읽는 사람인가, 쓰는 사람인가. 스스로를 ‘읽고 쓰는 사람’이라 부르면서도 마음 한편이 늘 찔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읽기만 했다. 쓰기는 늘 다음이었다.
틈틈이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면서, 언젠가는 간절히 쓰고 싶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계속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즈음, J형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쓴 글은 없었다. 어디에 올려야 할지, 다른 사람들의 글은 왜 그리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지, 글쓰기가 나에게 도움이 되기는 할지… 그런 걱정들만 쌓였고, 결국 한 줄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글쓰기의 습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멈칫했다. 내 스마트폰 안의 삼천 개의 메모가 떠올랐다. 적기는 쉬웠지만, 정작 나는 쓰지 않고 있었다.
나의 글쓰기는 왜 나아가지 못할까. 메모는 쉬운데, 글쓰기는 왜 이토록 부담일까. 계속 기다려야 할까,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할까.
나는 글쓰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밀어내고 있었다. 글쓰기는 언제나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한 칸씩 밀려 있었다. 나는 글쓰기가 스스로 나에게 걸어오기를 바랐다.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무엇을 써야 하고, 얼마나 써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 '완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신경숙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뒤져보지 않고 그냥 무의식이 시키는 대로 써보기로 했다. 오늘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따져보지 않은 채. 그러다 보면 무언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게 있겠지.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이면 나는 쓰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
사람의 성향이 단숨에 바뀔 순 없겠지만, 잠깐 동안은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신경숙 작가의 말을 믿고, 딱 한 달만 글쓰기를 가장 먼저 두기로 했다. 무엇을 쓸지, 얼마나 쓸지 따지지 않은 채. 그저 매일 써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읽는 사람을 넘어, 진짜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