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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Mar 26. 2020

밥이랑 설거지. 엄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

 아이를 낳고 키울   삶의 주인공은 이제 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남편은 쉴새 없이 바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고아이는 24시간 동안 케어가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먹는 것도화장실 가는 것도  마음 대로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 화장실 시간보다 아이 밥과 아이 기저귀가 우선되었습니다


'아, 아이를 낳으면 이제는 내 삶은 끝이었던 거구나. 이제는 아이를 우선시하며 살아야되는 거구나.'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올라온 것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내 삶도 꾸려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한없이 철없게 느껴졌습니다. ' 삶의 주인은 이제는 우리 아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과  일상이 충돌하고  마음만 힘들어질 뿐이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삶의 주인공이 나인 20대를 살아왔습니다. 26살에 퇴사하고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도 제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예전 삶과의 간극을 더욱 크게 느꼈습니다.  20대에 내가 가졌던 꿈과 호기심의 크기가 오히려 지금의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말은 거창하더니 너도 별 수 없구나.' 라는 친구들의 속내가   속까지 들리는  같았습니다그래서 저는 더 제 꿈을 지우려고 했고, 지금 주어진 -대학생이자 엄마- 열심히 살려고만 했던  같습니다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몸이 힘드니깐 그런 생각도 한계가 찾아왔습니다첫째와 짧은 터울을 지고 낳은 둘째기저귀도    아이를 키우려니 몸이 녹아나는  같았습니다그때는 이런 삶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는 삶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공원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그러다가 집에 오면 체력이 방전돼 설거지할 기운도 없었습니다.  싱크대 가득한 설거지를 보면, '나는 뭐 이렇게 제대로 하는 것도 없나'라는 자괴감에 힘들었습니다.

 

그깟 설거지가 뭐라고... 싱크대에 가득 쌓인 설거지를 보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비하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하지만 엄마나 주부의 삶이 그런  같습니다 스스로를 증명할 길이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밥이나 깨끗한 주방 것입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밀도보다 가득 쌓인 설거지가 당장 눈에 띄는 것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피곤에 쩔어있다 한들아이들이 먹지 않는 밥과 싱크대에 가득 쌓인 설거지는 나의 존재마저 보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무엇 하나 조화롭게 꾸려가지 못하는 내 무능이 육아를 계기로 만천하에 드러난 것 같아 내 삶이 부끄러웠습니다.

 

게다가 분리수거는 어떤가요아이들만 집에 놔둘 수가 없으니 분리수거를  수가 없어요아이들이 동시에 낮잠이라도 자면 잠깐 짬이 나지만, 언제 깰지 모르니 밖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퇴근하면서 대신 해줬으면 좋겠는데 남편 눈에는 분리수거가 보이지 않는가 봐요현관문 높이까지 재활용품이 쌓여 있으면  스트레스까지 함께 쌓입니다가득 쌓인 설거지를 보며 내 무능을 투영하고, 분리수거물을 보며 남편의 무관심을 투영했습니다. 

 








우리 분명 사랑해서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잘 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난 다 잘하고 싶은데… 

부지런하고 모성애가 강한 엄마들은 이렇게 살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게을러서 설거지가 쌓이고 집안꼴도 엉망이고, 

모성애가 부족해서 이 시간을 힘들게만 느끼는 거구나… 


나란 사람이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결혼과 육아를 계기로 총체적인 난제가 되어버린 느낌25개월의 , 6개월의 아들을 키울 때의  삶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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