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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Apr 29. 2020

살아보니 후회되는 2가지 유형

해서 하는 후회와 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

28살에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갔다. 한 국가마다 3명의 활동가가 파견됐다. 짐바브웨에 함께 파견된 동생 s와 나는 바로 옆 마을에 살면서 2년 동안 의지하며 지냈다. 외향적이었던 나는 외국 활동이 즐거웠다. 내향적인 s는 낯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 모두가 흑인인 마을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피부색 때문에 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고는 했다.

 

하루는 s에게 ‘j는 이렇게 지낸다던데. 너도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말을 했다. 10년이 지금까지도 그게 마음에 남는다. 안 그래도 힘들었을 s에게 ‘사실은 네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말한 것 같아서이다. 그냥 s의 말을 들어주기만 할 걸... 언젠가는 그녀에게 꼭 사과를 하고 싶다. '내가 미안했어 s야.'

 





하고 나서 하는 후회


내가 했던 일 중에서 후회하는 건 행동보다는 말이다. 말은 내 그릇의 반영인데, 작은 그릇과 부족한 인격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때 내 모습을 반성한다. 다음에는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상대에게는 사과하고 다음에는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혹여 상대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건 내 몫을 떠난 한계라고 생각한다. 






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

 

살면서 후회하는 두 번째 유형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다. 지도교수님에게 상담하러 갔는데 ‘교환학생을 뭐하러 가느냐’ 시며 교환학생 제도를 그다지 좋게 보시지 않았다. 사회경험이 전무한 나는 교수님의 말씀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고 교환학생 대신 대학원에 갔다. 그게 아직도 후회되고 미련이 남는다. '그때 갔어야 했는데...'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하지 않은 일을 메꿀 도리가 없다. 한 일에 대해서는 다음에 안 그러겠다고 반성하고 더 나은 내게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여지가 없다. 특히 내 마음이 말하는 것보다 남의 말을 듣고 지레 포기한 일들은 미련이 끝까지 따라다닌다. 그래서 나는 후회하더라도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미경 선생님이 나이 60이 되면 유학을 가겠다고 유튜브에서 선언하셨다. 대학생 때 가고 싶은데 못 가 본 것을 60에는 이루겠다고 하셨다. 김미경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어머, 저 생각이 60이 되어서도 안 없어진다는 말이야?'라고 깜짝 놀랐다. 그 얘길 들으면서 더 다짐했다. 해보고 나서 하는 후회는 배움의 원천이라도 된다. 하지 않고 나서 하는 후회는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 그림자가 죽을 때까지 따라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한다. 죽을 때 돈 싸들고 갈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못 해 본 것들에 대한 후회는 죽는 날에도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 같다. 하자. 하자. 싱글 때처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한계 속에 나를 가두지 말자. 하자. 하자.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하고,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은 계획을 세워서 하자. 그리고 그 꿈을 잊지 말자. '이제 내 인생은 끝났어'라는 생각 따위도 하지 말자. 내 마음속에 계속 내가 원하는 것을 품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달살기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작년 남편이 이직을 하면서 시간이 생기자 바로 말레이시아 한달살기를 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자. 하자. 무엇이든.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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