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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May 20. 2020

[타운하우스+11일] "너 거미니?"

2020년 5월, 아파트에서 타운하우스로 이사 왔습니다. 6살 딸, 4살 아들을 키웁니다. 뛰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뛸 수 있는 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마당 있는 집에 이사 와서 만나는 비는 예전의 비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비가 그림도 되고 음악도 된다. 겨울에는 이 비가 하얀 눈으로 변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겨울이 기다려진다. 




비가 내려 촉촉해진 마당





빗줄기가 약해졌을 때쯤 창문을 열었다. '외출해도 될까?' 손을 내밀어 본다. 그 모습을 본 6살 딸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누나가 하는 거라면 숨 쉬는 것만 빼고 다 따라 하는 4살 둘째도 당연히 "나도 나도~"를 외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게 참 많다. 어제가 그랬다. 창문을 열고 내리는 비를 손으로 만져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었다. 재밌었는지 아예 자기 방 침대에 걸터앉아 창문 바깥으로 손을 내민다. 나중에 남편 말로는 애들 방에서 산 모기를 3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방충망도 치운 채로 창문을 계속 열어놨기 때문이다. 자연과 가까워서 좋지만 자연과 가까워서 안 좋기도 한, 마당 있는 타운하우스 살이다.



 



계단 구석에 벌레 ㅎㅎ





내가 싫어하는 벌레는 개미, 파리, 모기, 바퀴벌레 정도이다. 개미 자체는 싫어하지 않지만, 이놈들이 있다는 건 어딘가에 개미구멍이 있거나 음식물이 있어서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사오자마자 여치 같은 벌레(여치인지 뭔지 모름 ㅎㅎ)가 계단에 보였다. 쫓아내거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계단 오르다 벌레를 본 둘째가 “너 거미니?”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집 안에는 여치 같은 벌레들이 있고 마당에는 송충이가 있다. 나무에서 송충이가 비 오듯이 떨어진다는 옆집 아저씨의 말을 증명하듯 거실 창에는 송충이들이 수시로 붙어있다. 




방충망 위 송충이




유치원 가는 길에 화원들이 있다. 아이들이 코스모스를 사고 싶다고 한다. 정원 꾸미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지만, 옆집이 화사하게 꾸민 정원을 보면서 없던 마음도 생기던 차이다. 아이들도 예쁜 꽃들을 보며 살면 정말 좋을 테니까. 





화원에 화분 사러 온 울 딸~



화원에 화분 사러 온 울 아들~

 

화원에서 사 온 화분을 마당에 두었어요^^





마당에서 밥 먹으면 흘려도 부담 없어서 좋다. 사실 아이들은 먹다가 흘리기 마련이라서 바닥을 계속 닦아야 한다. 나처럼 게으른 엄마는 제때 닦지 않으면 바닥에 반찬이 굳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마당에서 먹을 때는 흘려도 되니깐 마음이 편안하다. 




마당에서 물풍선놀이 중~^^




 

마트에 갔더니 풍선을 팔고 있었다. 풍선을 사준 적이 많지만 그때뿐이어서 아이들이 사달라고 할 때는 어떻게 모면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계산할 때 몰래 빼려고 하다가 딸에게 들켜서 결국 사주고 말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마당에 와서 제대로 몫을 해냈다. 풍선에 물을 담아주니 아이들이 아주 재밌어한다. 옆집 애들도 건너와서 함께 논다. 마당이 없으면 풍선에 물을 담아 줄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이라서 아무리 애들이 오감놀이에 좋다고 해도 비닐을 거실에 쫙 펴서 그 위에 밀가루를 올려주고 오감 놀이하게 해주는 엄마는 못 된다. 그런 귀차니즘 엄마도 마당이 보이고 마당에 물이 나오는 호스가 있으니 애들한테 해주게 된다니~ 마당 있는 집 너무 좋다~^^


물풍선으로 하나 된 옆집 아이들이 어느새 우리 집에 놀러 와 아이들과 함께 논다. 타운하우스에 이사 오면서 이웃사촌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실현되는가 싶어 괜히 뿌듯했다. 이사온지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행복 회로만을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좀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마당 있는 타운하우스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었으니 역시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엄마 놀래 주려고 장난감 거미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장난감인 게 너무 티 났나 보다 ㅎㅎ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까운 마트 정도는 이제는 걸어서 데리고 다닐만하다. 지금보다도 어렸을 때는 한놈이 언제 찡찡댈지 몰라서 걸어서 외출은 엄두가 안 났다. 걸어갈 때는 의기양양 좋았지만 돌아올 때 두 놈 다 징징대며 안아달라고 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 온 집에서 마트까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만한 거리다. 저녁 먹고 나서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라고 얘기했다. 우리 집에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옆집 아이도 함께 나왔다. 옆집 아이는 11살인데도 한참 어린 우리 6살, 4살 애들과 놀아주니 참 고맙다. 아이 셋을 데리고 아이스크림 사러 마실 나가는 기분이 참 좋다. 아이들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가 보다. 걸어가면서도 웃고 달리면서도 웃는다.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이니까. ^^



 





나의 행복 회로는 옆집 아이의 울음과 함께 끝났다. 옆집 동생이 우리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소파에서 넘어진 것이다. 이번 주말은 이렇게 끝났지만 2년 동안 앞으로도 100번의 주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대된다. 예전에는 주말이 기대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에는 또 뭘 해야 하지'라는 두려움으로 주말을 맞았었다. 아이들 낮잠도 그렇고… 밥도 그렇고… 주말이 너무 무서웠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크기도 했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주말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니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주말이 기대된다. 마당에 꽃을 심어도 되고 마당에서 물놀이를 해도 되고 마당에서 물풍선 터트리기 놀이를 해도 된다. 낙엽 줍는 것도 놀이가 되고 옆집 언니랑 옆집 친구랑 우리 집에 놀러 와서 같이 텔레비전만 봐도 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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