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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어 Jul 09. 2019

길거리에서
우연히 친구와 마주친다는 것

어쩌면 기적이었을 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 


근처에 테이크 아웃 커피집이 생겨서 매일 다니고 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라지사이즈 투샷이 1400원 밖에 안하는 저렴한 카페라 하루에 두번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횡단보도에서 귀여운 광경을 목격했다. 

단짝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두명이 건너편을 바라보고 "엇, 상어다!"하고 엄청 좋아하며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상어가 어디있지, 하며 건너다 본 반대편에는 또래 친구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마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상어라는 애칭과 두 아이들의 얼굴에 비친 그 반가움을 미루어 볼 때, 셋은 아주 친한 사이인 게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길거리에서 그렇게 친구를 마주쳐 본 일이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게 된 지도 어언 햇수로 8년차,

내가 사는 이 동네에서 친구는 커녕 얼굴 익숙한 지인 조차도 '우연히' 만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신나는 일임에도, 타향 살이에 굉장한 운과 복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쩐지 나이 든 게 실감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버린 우리들이  애처롭기도 했다.


얼마 전 고향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들 꼴이 가관이 아니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 명과 몇 달 째 취직에 번번이 실패한 나는 꺼내는 말마다 지뢰처럼 느껴져서 보드게임 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세시간을 깔깔대며 정신없이 놀고나니 너무 재밌어서 슬픔이 밀려왔다. 다시금 홀로 집구석에 앉아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거릴 생각을 하니 전보다 더 슬픈 기분 이었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게 숨 쉬듯 당연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잃은 줄도 모르고 있었네. 라는 기분.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거리에 함께 해 왔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분명, 기적 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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